세계여행 Day19, 장거리 택시 그리고 비냘네스

2015년 11월 28일

어제 50쿡에 예약했던 택시가 고장 났다며 약속을 어기는 바람에 우리는 어떨수없이 다른 택시를 타야했다. 참나 어제 50쿡에 예약했다고 좋아라 했는데 이게 뭐람? 어찌됐든 새로 잡은 이 택시는 55쿡에 타게됐다. 어제와 비슷한 크기의 올드카인데 생각보다 승차감이 나쁘진 않다. 다만 이 차도 언제 고장날지 몰라 불안불안 할뿐이다.

장거리 택시 여행

아바나에서 비냘네스까지는 약 190km 정도 떨어져 있는데 택시로는 2시간 50분정도 걸린 것 같다. 마치 서울에서 대구까지 직접 운전한 것처럼 피곤하지만 창밖을 보는 재미와 올드카의 넓직함에 나름대로 쾌적한 여행이지 싶다. 아마 한국에서 택시를 탔다면 시간은 절반쯤줄고 택시비는 한 열배쯤 비싸지 않을까 싶다. 물론 좋은 점만 있는건 아니다. 타는 내내 차창 밖으로 고장난 올드카를 보면서 아,.. 제발 무사히 도착하기를 기도하며 왔다. 그래도 동승자만 구한다면 택시도 괜찮은 선택이다.

비냘네스 숙소 구하기

어찌됐든 비냘네스에 도착해 늦은 점심을 먹고 까사를 찾아나섰다. 나는 구글지도와 가이드북에 나와 있는 추천 숙소 몇개만 믿고 무작정 걸었지만 앞뒤 배낭과 캐리어를 끌고 다니는게 생각만큼 쉽진 않았다. 해는 기울고 마음은 조급해진다. 이미 옆지기의 표정은 체력이 떨어졌는지 멍해있다. 좋아 보이는 숙소들은 방이 없고, 가이드북에 나와있는 숙소들은 어디에 있는지 찾기도 쉽지 않다. 젠장, 망했다! 믿었던 구글 지도마저도 실제 거리와는 달랐다. 이게 멍미!,.. 그래서 일단 짐을 내려놓고 한사람씩 움직여보기로한다. 하지만 문제는 내가 스페인어를 모르기 때문에 까사 주인들과 대화가 안된다 사실! 그래도 대충 가격과 아침은 포함됐는지 정도는 이제 눈치껏 알게 됐다. 여튼 해가 기울고 고생끝에 숙소를 정했다.

지도상에 잘 표시도 되지 않는 골목 구석에 있는 미겔 아저씨네 집인데, 아바나의 시오마라 할머니집이랑 비교하면 천국이다. 가격도 둘이 방하나 빌리는데 15쿡에 아침 2쿡씩 따로 내도 19쿡이면 해결된다. 반면 오늘 같이 택시 탔던 애들은 방값만 인당 10쿡에 아침 3쿡을 따로 받았단다.

살사 교습

숙소에 짐을 풀고 까사 아주머니에게 이런저런것들을 여쭤보다 살사를 배우고 싶다고 얘기했더니 이집 딸래미가 기본적인 스텝은 자신이 알려줄수있다며 앞마당 교습소(?)로 우릴 이끌었다. 살사의 기본 스탭은 1,2,3 세박자에 이루어진다. 첫번째 스탭은 오른발을 내딛고 원, 뒷발을 제자리에서 투, 다시 내딛은 발은 원위치로 하며 쓰리다. 그리고 다시 왼발을 뒤로 내딛고 원, 오른발을 재자리에서 투, 뒤로 내딛은 발을 원위치로 쓰리! 남녀가 함께 추는 춤이다보니 스탭이 서로 잘 맞아야한다. 다이아몬드 스탭은 4박자인데 살사는 세박자라 은근히 발이 자꾸 꼬인다. 그래도 이렇게 살사를 입문했으니 언젠가 추다보면 잘 할수있겠지?

비냘네스의 첫인상

애초에 전혀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쿠바를 왔기 때문에 어디를 가야겠다는 생각이 따로 없었다. 아바나에 있을때도 비냘레스에 대한 정보는 빨간책에 없었다. 의존해야하는건 온전히 한국에서 사들고온 가이드북인데 소개글에 이런 내용의 글이 있었다. 정확히 기억은 안나지만 여튼 아바나의 소음으로부터 해방되어 자연의 소리를 더 많이 들을수 있다는 내용의 글귀 였다. 정말 아바나에 있을때 시끄러운 자동차 소리와 폐가 썩을것 같은 매연에 시달렸기 때문에 이 글을 읽자마자 공감했다. 실제 비냘네스에 도착하면 공기부터가 다르다. 상쾌하다. 왠지 이곳에 오래 머물고 싶다.

세계여행 Day18, 아바나의 마지막 밤

2015년 11월 27일

5일째다. 약속했던 아바나도 오늘로 끝이다. 이제 내일이면 비냘네스로 떠난다. 떠나려니 왠지 서운하다. 온갖 더러운 것들로 가득한 아바나 구도심 한가운데 있는 이곳도 이제 정이 들었나보다. 첫날과 둘쨋날 그리고 오늘 매일같이 달라지는 까삐톨리오 주변이 앞으로 1년 뒤의 쿠바가 어떻게 바껴있을까 궁금하게 만든다.

택시 예약하기

오늘도 어김없이 중요한 미션이 하나 떨어졌다. 내일 비냘네스로 떠나기 위한 택시를 예약해야한다. 까삐톨리오 주변에 올드카 택시와 노란색 쿠바택시들이 줄지어 정차되어 있는데 그곳에서 두리번 두리번 거리면 어김없이 “택시, 택시?” 하며 말을 걸어오는 기사들이 많다. 특히 빨간색 모자와 저지를 입은 사람들이 다가오는데 이들은 영어를 좀 할줄아는 중개인이다. 실제로 수수료를 얼마나 받는지는 모르겠다. 주로 관광객과 흥정을 하며 택시를 알선해 온다.

자 이제 내차례다. “헤이 아미고, 어디까지 가냐?” 우리는 비냘네스로 간다. 그래 얼마야? 비냘레스까지는 너무 멀어서 80은 줘야한다. 뭐라고? 너무 비싸다. 우리가 시오맘에게 사전에 택시 얼마냐고 물어봤을때는 60쿡 정도는 줘야한다고 들었는데 그것보다 20이나 더 부른다. 도대체 정가가 얼마길래 이렇게 차이가 나는거지? “노! 투머치 익스팬시브” 우린 돈없어. “50으로 가자!” 그랬더니 되려 저쪽에서 난리다. “노노 그렇게는 안돼, 거기까지 가면 우린 또 돌아와야하는데 멀잖아.” 헐퀴 우리나라 택시 기사들이 우리집갈때 늘 하던 얘기다. 그래도 어쩔수없다. 우리도 80을 주고 갈수는 없다. 버스타고 가면 인당 12쿡인데 인당 20쿡씩 주면 랍스타 한마리가 날라간다. ㅎㅎㅎ 그래 흔들리지 말고 버티자! 70은 어때? 노우, 우린 그런 돈 없다니까! 했더니 저 노란택시는 120을 줘야한다며 이렇게 가는게 훨씬 싸단다. 그러면서 노란택시 기사에게 비냘네스까지 얼마에 가는지 직접 물어주며 손바닥에 택시비 120을 써주는걸 보여준다. 그래그래 알았다니까 나도 그정도 정보는 알고 흥정하는거거든?

흥정의 기본, 쫄지마라!

흥정과 협상의 기본은 쫄지않고 주도권을 쥐는거다. 여튼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 호텔의 인포메이션 센터로 가서 버스 가격과 버스를 어디서 예약하는지 혹은 여행사 버스를 탈순 없는지 다른 정보를 알아보고 잠깐 로비의자에 앉아 생각을 정리하고 있었다. 그 순간 저 멀리에서 우리가 호텔에 들어가는걸 봤는지 아까 그 녀석이 다시온다. 좋아좋아. 50에 가자! 헐.. 뭐야,.. 그사이 50에 갈수있는 택시를 찾은 건가?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그 기사에게 갔다. 그런데 지금 떠나잔다. 뭐야 이녀석 -_-;; “노노 낫 투데이, 위 고잉 투마로우!!” 천천히 또박 또박 단호히 얘기한다. 그랬더니 “오케이 오케이” 그래 내일 가잖다. 그러면서 까사 번호를 묻는다. 아뿔사! 까사 전화 번호를 알고 있다면 까사 주인과 통화해서 데릴러 오는 시스템이구나!! 어쩔수 없이 우리는 내일 11시 이곳에 다시 오겠다며 이름을 남기고 자리를 나왔다.

하바나의 마지막밤.

오늘은 왠지 술없이 이곳을 떠나기엔 아쉬워서 까사에 있는 다른 여행객들과 오후 5시에 비에하 광장에서 맥주나 하자며 약속을 잡았다. 그리고 외로이 혼자 여행중인 멜~이히크도 불러내 5시에 비에하 광장에서 보자고 약속했다. 그리고 약속시간이 되자 비가 오기 시작한다. 젠장 망했다! 약속장소에 한 10분쯤 늦었는데, 아침에 멜이히크가 자긴 거기 위치를 잘 모르지만 그냥 찾아보겠다고 했는데,.. 헐 내가 늦어 버렸다. 주변을 둘러봐도 멜이히크는 없다. 한 20분쯤 욱과 파 그리고 나 이렇게 3명이서 기다리다가 자리를 잡고 앉았다. 요즘 한국에도 종종 보이는 5L짜리 맥주를 시켜놓고 옆지기를 기다린다. 오랜만에 생맥주다. 그동안 먹었던 부카데로나 크리스탈 같은 쿠바 맥주와는 차원이 다르다. 아~ 좋다! 하지만 내가 만든 맥주가 사실 더 맛있다. 여기서 맥주를 만들어 팔수도 없고,.. ㅎㅎ 이렇게 아바나의 밤도 깊어진다.

뒤늦게 와이프가 도착하고 욱과 파 그리고 우리 부부 4명이서 이렇게 아바나를 보내기가 왠지 아쉽다. 까사로 돌아가는 길에 라임 3개와 제일 싼 하바나 클럽 1병과 사이다를 하나 사서 돌아왔다. 나름 칵테일 재료가 갖춰졌으니 그냥 믹스~!! 굿바이 하바나 다시 돌아올께!

세계여행 Day17, 저질 체력

2015년 11월 26일

쿠바에 온 지 4일밤이 지났다. 회사다닐때는 몰랐다. 그래도 나름 운동하려고 노력 많이 했었는데 다 소용없다. 매일같이 2시간이상을 터벅터벅 걷다보면 슬슬 눈이 감기고 어깨도 쳐지고 자꾸 앉고 싶고 앉으면 눕고 싶고 그렇다. 그나마 다행인건 음식이 입에 맞는다. 왠만한건 다 먹을만하다. 딱 하나 오늘 동네에서 사온 생맥주만 빼고!

하루 생활비의 딜레마

오늘은 특별한 미션을 정하진 않았다. 거리를 걷다가 맘에 드는 것이 있다면 사오자며 평소보다 많은 25쿡에 300모네다 정도를 주머니에 찔러 넣고 거리로 나왔다. 뭘 사야 되나 싶어 대충 리스트를 뽑았다. 체게바라 모자와 티셔츠, 마그네틱, 럼주, 시가, 커피원두, 쿠바 국기 그리고 동전지갑 딱 요정도 인듯 싶다. 일단 제일 먼저 눈에 띄는 마그네틱을 고르기 위해 아티스트 샵같은 곳에 들어갔다. 보통 2개에 1쿡정도하는데 여기는 1개에 1쿡에 도자기 흙으로 구웠는지 조악하기 그지 없다. 갑자기 이걸 사야되나 싶은 생각이 든다. 1쿡이라는 돈도 값자기 커보인다. 1쿡이면 에소프레소 커피를 24잔을 마실수있는데,.. 하는 생각이 드느까 갑자기 사고 싶은 마음이 사라졌다. 동전지갑도 마찬가지다. 3쿡이면 둘이서 점심한끼를 해결할수도 있다. 그래봐야 천원 삼천원인데 하루 25쿡을 쓰기로 정해버리고 나니까 우리는 살수있는게 없다. 하루 생활비를 너무 빠듯하게 잡았나? 하는 생각도 든다. 몇일전에 안디 미겔에게 속아서 칵테일 몇잔에 하루 생활비를 전부 날린 기억이 다시 씁쓸하게 올라온다.

기념품은 왜 사야하는지 누구에게 주는것이 의미가 있는지부터 다시 생각해야할 것 같다. 이렇게 아무생각없이 사고 싶은 리스트를 적어봐야 결국 우리에겐 사치요 과소비일 뿐이다.

실패의 연속

결국 기념품을 사는건 포기했다. 먹는게 남는거다. 아바나에서 맛나다는 그 커피집을 찾아 옆지기는 커피, 나는 럼을 탄 코코아를 마셨다. 럼을 탄 코코아는 맛이 괜찮다. 초콜렛 향이 나는 그냥 술이다. 천원에 이정도면 괜찮은 선택이다. 이곳에서 커피가 맛있다면 원두를 사기로 했지만 우린 원두를 사진 않았다. 술기운에 어제 그리다만 그림을 꺼내 다시 스케치 하기 시작했다. 괜히 유럽식 건물을 그리기 시작했나보다… 디테일을 살려야할 무늬가 너무 많다. 그렇게 한시간쯤 그리다보니 더이상 못 그리겠다. 못 그리는게 아니라 펜이 너무 두껍다. 더 얇은 펜이 필요하다. 어쩌지? 배도 슬슬 고파오는데,.. 그래 밥을 먹자.

오비스포(Obispo) 거리를 걷다보면 악사들이 생음악을 연주하는 가게들이 있는데 우리도 음악을 들으면 저녁을 먹기로 했다. 찜뽕해둔 어제 그 집으로 갔다. 아직 시작전인듯 싶다. 자리를 잡고 메뉴판을 봤다. 역시나 음악이 있는 카페라 그런지 음료도 그렇고 음식가격도 다른 집의 2배 가격이다. 메뉴판을 봐도 선택권이 없다. 그냥 싼 음식으로 만 주문한다. 맥주와 피자, 파스타를 한개씩 시키고 기다려본다. 여전히 연주는 시작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음식들이 나오고 반쯤 먹어갈때쯤 연주가 시작됐다. 하지만 이번에는 실내가 아니라 실외에서 연주를 한다. 젠장. 뭐야 –-;; 음악을 듣기 위해 이 맛없고 비싼 음식들을 시켰는데 음악은 제대로 들리지도 않는다. 뭥미,… 갑자기 이곳이 싫어진다. 이럴줄 알았음 다른 집에서 랑고스타나 실컷 먹는 건데,… 어쨌든 허한 마음에 카톡이나 하자며 오는 길에 호텔앞에서 와이파이를 잡아본다. 몇일전에 3쿡을 주고산 와이파이 카드는 거의 쓰지도 못했다. 쿠바에서 칸쿤으로 돌아가는 비행기 시간 확인한게 다인듯싶다. 여튼 오랜만에 접속을 하니 헐퀴,.. 이건 또 뭐야. 벌써 1시간을 다 썼는지 접속이 안된다. –-; 우린 분명 5분도 채 안썼는데,.. 아놔,… 이런 식으로 또 카드 한장을 날리는 건가? 왠지 한시간 액세스 카드를 살때 기술적으로 시간 카운팅이 쉽지 않을꺼란 생각을 했는데 역시나 예상대로다. 젠장…

쿠바에 올땐 인터넷이든 뭐든 특별한 기대를 하지 않는게 정신건강에 좋다고 했던 지인들의 조언들이 새삼 떠오르던 하루다. 쿠바는 많은 것을 내려놓게 만든다. 하지만 인터넷이 안되는 쿠바,… 나는 못 살것 같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