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34~35, 이슬라무하레스! 이번엔 호르켕이 되지 않겠다!

2015년 12월 13일

아침먹고 빈둥대다 중요한 결정을 내렸다. “우리 과테말라에서 스페인어부터 배우는게 어떨까?” “그래 좋아!” 다음 행선지는 과타말라다! 사실 과테말라로 가겠다는 특별한 계획도 의지도 없었지만 스페인어가 나에겐 장벽같았다. 단기 여행이었다면 큰 문제 없었겠지만 장기여행이라는게 먹고 사는 것과 연관되어 있고 모든 것이 이노무 스페인어로부터 스트레스가 몰려온다. 물론 너무 자주 이사다니는 것에도 좀 지쳐 있었다. 한달쯤 머무르면 좀 낫겠지! 여튼 이 호스텔의 침대도 불편해서 이사를 가긴 가야겠다. 그나저나 과테말라엔 어떻게 가지? 모르겠다. 어떻게든 되겠지!! 일단 정했으니 마음이 좀 놓인다. 그럼 그동안 밀린 빨래나 좀 해야겠다.

코인 세탁소에서 빨래하기

세탁소는 다행히 우리 숙소 바로 옆에 있었다. 옆지기 컨디션이 안좋아서 혼자 무작정 빨래를 들고 나오긴 했는데,.. 아 스페인어,.. 말이 안 통하니 영~ 답답하다. 눈치껏 빈 자리에 빨래를 올려놓으니 그 옆에서 하라는것 같다. 그리고 동전을 꺼내 코인 넣는 구멍에 이걸 넣어야하나 저 동전을 넣어야하나 고민하고 있으니까 와서는 그냥 자기한테 내란다. 그래서 돈을 줬더니 10원짜리 동전하나 넣고 자기가 들고 있는 키로 돌려버린다! 아하! 이곳은 결국 직원한테 돈을 주면 직원이 지내 코인 하나 넣고 키로 돌려서 실행하는 시스템이구나~. 역시 난 눈치가 빨라.. ㅋㅋㅋ 그라시아스! 한번 해주고 가지고온 빨래를 모두 집어넣었다. 아까 사둔 세제도 좀 넣어주고, 이제 한 40분쯤 뒤에 와서 다운이 한 스푼 넣어주면 되겠지! 깔끔하구만!!

잠깐 집에서 쉬다가 한 35분쯤 되어 다우니를 넣기위해 다시 세탁소로 왔다. 세탁기 눈꿈을 보아하니 행굼중이구나! 이제 다우니 한스푼을 넣어면 되겠다! 라고 생각하는 순간 램프가 탈수로 바겼다! 헐~~ -_-;; 한발 늦었다. 젠장 어쩔수없다. 좀 기다리다가 건조기에 넣어야겠다. 그렇게 또 한 몇분이 지나서 세탁이 모두 끝났다. 건너편에 있는 건조기에 넣기위해 또 두리번 두리번 데다가 한자리 비어서 냉큼 짚어 넣고 이곳 시스템을 파악한 자의 여유를 부리며 돈을 직원에게 쥐어줬다. 근데 아까 다우니를 못넣어서 건조할때 드라이 소프트너를 한장 사서 넣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기 저 드라이 소프트너 한장 넣어주세요!” 젠장 영어로 얘기했더니 못 알아 듣는다. 두번 세번 말해도 못알아 듣는다. 아씨!! 젠장… 이러고 있는데 직원이 빨래하고 있던 다른 아줌마에게 영어할줄 아냐고 묻더니 통역 좀 해달라고 하는것 같다. 다행히 주민의 도움으로 드라이 소프트너 한장을 사서 넣고 아줌마의 조언도 들었다. “너 빨래양에는 두장 넣을 필요없어 한장이면 충분해 비싸니까 한장만 사!” 오케이! 땡큐~ 아줌마!! 또 어떻게 스페인어 한마디 못하고 꾸역꾸역 미션을 해내긴 했지만 답답하다. 어제까지 이렇고 살아야하나? 그나마 영어를 할줄 안다는거에 위안 삼으며 빨리 과테말라로 가야겠다.

2015년 12월 14일

다음 행선지인 과테말라로 넘어가기 전까지 아직 몇일의 여유가 있다. 오늘 뭐할까? 궁리하다 멀리까지 가긴 힘들고 그나마 가까운 이슬라무하레스에 가기로하고 일단 체크아웃을 했다. 호스텔에 일단 짐을 맡기고 이번에 호갱투어 없이 직접 이슬라 무하레스로 가기로했다.

이슬라 무하레스

사실 이슬라 무하레스에 뭐가 있는지도 모르고 그냥 남들이 좋다니까 일단 가본다. 다행히 택시타고 선착장까지 별탈 없이 도착했다. 확실히 치첸이사 호갱 투어와 다른점은 경제적이다. 잘했다 잘했어! 속으로 쾌제를 부르며 칸쿤에서 배로 한 10분 거리에 있는 이슬라무하레스에 도착했다. 섬이라 칸쿤보다 먹거리가 비쌀꺼란 예상에 햄버거까지 사서 왔지만 문제는 햄버거를 먹고 난 다음부터였다. 이 섬이 생각보다 크다! 옆지기는 이 섬에 있는 거북이 농장에 가보고 싶단다. 하지만 그 농장까지는 거리가 꾀 됐다. 택시를 타야하는데 요금은 또 비싸다. 물론 우리가 애초에 이곳에 올때 잡은 예산은 여기서 카트를 한두시간 빌려 탄다는 예상으로 예산을 꾸려오긴 했었다. 하지만 왠지 이곳에서 한시간에 200페소를 내가며 카트를 타느니 좀더 싼 택시를 타는게 낫다는 생각도 든다.

한참을 터미널에서 벗어나지 못한채 어찌할까 갈피를 못잡다가 드디어 결정을 했다. 일단 길은 건너고 보자! 선착장에 도착해 바로 앞 도로를 건너기까지 약 30분의 시간이 걸렸다. 아~ 10m도 안되는 이거리가 30분이 걸린이유는 땡볕 때문이다. 도저히 이 땡볕에 걸어다닐 엄두가 안난다. 아.. 역시 멕시코는 낮에 돌아다니긴 무리다. 아.. 진짜 이슬라무하레스 무리다. 이건 호갱투어가 문제가 아니라 이곳에 아침부터 나온것 그 자체가 문제지싶다. 아.. 이 더위에 어떻게 다니냐? 벌써부터 지친다. 일단 옆지기 얼굴은 소중하니까 볕을 가려줄 사파리 모자부터 하나 샀다. 그런데 모자 파는 가게안에 에어컨이 짱짱하다. 왠지 나가긴 싫은데 여기 있으면 또 뭘 더 사야할꺼 같기도 하고,.. ㅎㅎㅎ

가게를 나와 바퀴벌레처럼 볕을 피해 그늘로 다녀도 소용없다. 그냥 덥다. 션한 맥주를 한 마셔도 그때뿐이다. 좀 지나면 또 덥다. 어쩔수 없다. 일단 이시간을 피하고 보자. 이슬라무하레스 시청건물 바로앞 큰 그늘에서 그냥 멀뚱히 앉아 시간을 떼웠다. 내가 이럴려고 배타고 건너왔나 싶기도하고,.. 온갖 생각을 할 생각도 없이 더워서 멍때리다 드디어 해가 슬슬 기운다. 이제 걸어보자!! 이 섬에 도착한지 약 2시간만에 해변을 걷기 시작했다.

와우!! 이곳 해변은 왠지 제주도 같은 느낌이든다. 좋다. 약간의 그늘이 있어서 이곳으로만 다니면 괜찮겠다! 한참을 사진찍고 걷다보니 꾀나 걸어왔다. 이만 걸어보니 또 걸은 거리가 아까워 택시타기가 아까웠다. “건빵아 우리 카트 히치하이킹 한번 해볼까?” “아! 싫어! 오빠 혼자해 창피해!” “아왜? 저기 카트 뒷자리 저렇게 비어서 가는데 아깝잖아 한번 해보자!ㅋㅋ 싫으면 너 저기서 나 세우는거 사진이나 찍어!” 나 어릴때 우리 동네 근처에는 학교가 없어서 초등학교를 버스나 학원차를 타고 다녔는데 한 3km 정도 된다. 어릴땐 그 거리를 돈주고 다니기 아까워서 걸어다니거나 히키하이킹을 했다. 물론 그렇게 해서 아낀돈은 오락실가서 썼다. ㅋㅋㅋ

도전! 히치하이킹

히치하이킹 1장의 기본은 원웨이 도로를 찾는거다! 요 길목에선 길이 하나기 때문에 할만하다! 여기서 해보자! 하며 간곳은 아뿔싸! 땡뼡이다!! 아,.. 어쩔수 없다. 부끄러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니 카트 정말 좋다. 뒷자리에 나 타면 안돼?’ 라는 신호를 보냈지만 카트 하나가 쌩~ 하니 간다. 헉! 엄지손가락이 부끄러워질 세도 없이 바로 뒤에 있던 택시가 달려온다. 아놔.. ‘나 택시타는거 아닌데,..’ 택시가 다가오더니 “탁시?” 이런다. 젠장 나 택시 세운거 아니라고!! 히치하이킹 하기 참 어렵다. 도로는 2차선이고 카트는 느리다보니 카트 뒤로 줄줄이 밀려서 택시가 붙어오는 경우가 너무 많다. 아! 몰라 그냥 택시타자! 이렇게 나의 첫번째 히치하이킹은 실패 아닌 실패~!!

결국 택시를 세워 거북이 농장까지 가기로 했는데, 이놈의 택시기사가 택시비를 너무 높게 부른다. 표준 요금을 분명 선착장에서 75페소로 봤껀만 이 아저씨 왜이래? 120? 말도 안돼 비싸! 나 75이상으로 안가! 그랬더니 75에 가자며 타란다. 결국 택시비 75에 흥정하고 거북이 농장 앞에서 내리는데 이 아저씨 잔돈을 줄 생각을 안한다. 어이! 아저씨 잔돈!! 75라고 했잖아! 잔돈줘!! 아 쏘리~ 하며 잔돈을 주는데… 아놔 이 아저씨 장난하나? 2페소만 주면 어떻게? 5페소 다줘야지!. 잔돈을 띵까먹을 생각을 하고 있다니 짜증이 확났다. 결국 흥정했던 75 페소 만큼만 지불하고 잔돈을 모두 받아냈다. 아 정말~ 한국도 마찬가지지만 어딜가나 택시기사랑 실갱이하는거 정말 짜증난다. 물론 여행와서 몇백원 띵기는거 가지고 내가 너무하나 싶은 생각도 드는데,.. 그놈의 심보가 진짜 싫다. 약속했으면 약속한대로 서비스를 확실히하고 그에 대한 보상을 받아야지. 이건 처음부터 띵깔생각을하니.. 싫다 정말!

거북이 농장 이게 뭐얌!

불편한 마음으로 거북이 농장에 도착했다. 안그래도 맘에 안드는데 거북이 농장은 또 왜케 작은건지? 입장료 받는건 이해하지만 거기에 비해 볼게 너무 없어보였다. 괜히 이 안에 갖혀 사는 거북이들이 불쌩해보였다. “아 거북이 불쌍해!” 했더니 옆지기가 “아니야 이거 불쌍한게 아니라 얘네들이 거북이알 부화시켜서 바다로 보내는거야!” “그래도 불쌍해!” “아니라니까.. 좋은일 하는거야!” 그래,.. 그렇타치고 난 거북이보다 이 해마가 더 신기했다. 와우! 해마가 실제로 존재하는거였구나! 몰랐다. 예전에 만화에서 보던 해마가 상상의 동물로만 알고 있었는데 진짜 있었다니!! 아! 여긴 거북이 보다 해마가 진짜구만!!

해변? 이게 뭐얌?

조그만 거북이 농장 견학을 끝내고 슬슬 배도 고프고 집에 갈시간도 되어오고 하는데 왠지 그냥 가기엔 여기까지 온게 아깝고 해서 이 근처에 있는 해변을 가보기로 했다. 물론 걸어서다! 걸어서 도착한 해변은 생각보다 진짜 너무 작다. 이게 뭐야? 뭐가 이리 쪼그메.. 이건 뭐,.. 해변이라기 보다는 해변 앞에 있는 레스토랑에서 모레를 사다가 뿌려놓은거 같은 느낌이었다. 그래! 배고픈데 밥이나 먹고 가자!!

이렇게 셀프 투어는 마무리됐다. 사실 우리가 직접 두발로 갔다는거 외엔 호갱투어와 별다를게 없었다. 이섬이 언제 생긴지도 모르고 뭘 봐야하는지도 모르고 뭐가 절경인지도 전혀 모른체 무작정 오긴했지만,.. 그래도 때론 아무 정보 없이 떠나는 여행이 리프레시를 주기도 하지않나? 하지만 이렇게 아무런 정보없이 사람들이 북적되는 곳으로 와보니 전부다 스트레스로 다가온다. 관광객을 상대로 장사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상대적으로 도심보다 높은 물가와 힘겨운 날씨, 앞으로 유명한 관광지는, 투어는 물론, 가는것 조차 고민을 좀 해야겠다.

결론은 셀프 투어지만 호갱투어 같은 느낌이었다.

Day 32~33, 컴백투 칸쿤 월드!

오늘 쉘라(Xela)에서 치킨버스를 타고 안티구아(Antigua)로 왔다. 내 여행기는 아직도 쿠바를 못벗어 나고 있지만 지금 나는 쿠바-멕시코-벨리즈를 거쳐서 과테말라에서 벌써 2주를 보냈다. 한번쯤은 현실과 내 여행기를 싱크해야하지싶어 일부러 글 시작전에 주저리 주저리 남겨본다. 확실히 인터넷이 없는 쿠바와 인터넷이 존재하는 그 외에 다른 나라에서의 삶은 조금 다른것 같다. 여행기만 봐도 얼마나 게을러 졌는지 쿠바에서 돌아온 날부터 매일 같이 글을 쓰지 못하고 있다. 사실 쿠바에선 노트북으로 할수있는 일이 일기 쓰기외엔 거의 할수있는게 없다. 하지만 이곳은 할수있는게 너무 많다. 노트북을 켜면 한국 정치뉴스부터 보게된다. 아직 돌아갈 날이 한참 남았지만 역시나 나도 아저씨 테크를 타는 건지 여전히 한국 소식에 눈을 떼지 못하고 있다. 오늘의 잡설은 여기까지! 그동안 밀린 노트인지 일기인지 암튼 대방출!!

2015년 12월 11일

이제는 정말 쿠바를 떠나야한다. 마지막 날이다. 왠지 모르게 시원섭섭하다. 그저께 살사 클래스 이후로 일본인 다이스케 상(님)과 살짝 친해졌다. 아침에 먼저 일어나 아침을 먹길래 곤니찌와하고 인사를 건냈다. 원래 계획은 오늘 떠나는 누군가를 찾아서 같이 택시타고 공항까지 갈 생각이었다. 하지만 생각처럼 동행을 쉽게 구하진 못했다. 다행인건 오늘 다이스케상도 떠난다는 것이다. 그리고 아에로 멕시코 같은 비행기다! 하지만 다이스케는 택시를 타지 않고 버스를 타겠다면 단돈 1모네다만 들고 있었다.

공항까지 버스타기

다이스케 상의 말에 의하면 공항 근처까지 버스로 갈수있단다. 반신반의 했다. “정말이야? 어떻게 알아?” 자기 일본 친구들이 알려줬단다. 우리보다 배낭여행자수가 더 많은 일본이기 때문에 왠지 그 정보가 믿음이 갔다. 그래 25쿡을 아낄수있는데!! 가보자! 어쩜 내가 한국인 최초로 택시타지않고 공항가는 첫번째 한국인이 아닐까? 라는 괜한 오바스런 생각이든다. ㅋㅋㅋ 여러 한국사람을 만나도 공항을 가기위해 동행인을 구해 택시타라는 얘기만 했지 버스타고 가라는 사람은 한사람도 없었다. 3만원짜리 택시를 타느냐 50원짜리 버스를 탈꺼냐? 이건 생각할 필요도 없다. 버스!!

버스정류장은 시오네에서 두블럭정도 떨어진 공원에 있었다. 생각보다 훨씬 가까웠다. 몇일전에 바라데로에서 택시타고 지나왔던 그 공원이다. 공원 한쪽 끝에 버스 표지판도 있다. P-12!! 물론 이게 어디로 간다는 정보는 없다. 다이스케상도 P-12번 버스를 타면 근처로 갈수있다는 얘기만 들었지 실제 타본건 아니었다. 그래서 조금 일찍 서둘러 나왔다. 2시 비행긴데 10시에 나온거면 참 부지런하다! ㅎㅎ 다행히 P-12번 버스는 금방왔다.

공항가는 버스라서 그런지 꾀 긴 버스다. 오프라인 지도를 켜고 어떤 루트로 가는지 확인도 해봤다. 아무리생각해도 버스는 너무 싸다. 인당 단돈 25원! 거리비례요금이 아니라 그냥 한번 타는데 단돈 25원이다. 자본주의가 밀고 들어오면 버스비도 곧 오르겠지? ㅎㅎ 갑지기 몇일전에 본 한국버스가 생각난다. 어쩜 번호표도 떼지않은채 이곳 쿠바까지 중고버스가 수출되어 왔을까 싶다. 녹색버스 2021번 버스였나? 여튼 잡생각은 집어치고 한 30~40분쯤 왔나? 지도상에 공항 근처까지왔다. 이제 내려야한다.

와우! 단돈 25원에 공항까지 왔다!! ㅋㅋㅋㅋ 왠지 기분이 좋아진다. 땡볕에 큰 배낭과 캐리어를 끌고 있지만 괜찮다! 25쿡이면 공항가서 맥주 실컷 먹으면 된다!! 라고 생각했지만 2번터미널에서 3번 터미널까지는 거리가 꾀됐다. 대략 2km 정도? 걸을만한 거리라 생각하고 걸었지만 그냥 택시 탈껄 그랬다. 공항에 도착하고 땀을 비오듯 쏟고 정신이 혼미한 상태에서 체크인을 하다보니 배낭 허리 주머니에 넣어둔 아이폰을 잊은채 배낭을 보내버렸다. 아 찜찜해!! 그래도 보냈으니 어쩔수없다. 시계를 보니 11시다! 버스타고 가면 더 걸릴꺼같아 4시간 전에 나왔는데 달랑 1시간 걸렸다. 덕분에 공항에서 다이스케상과 많은 이야기를 할수있었다.

도둑맞은 아이폰

배낭 허리 주머니에 넣어둔 아이폰이 내내 마음이 걸렸는데 멕시코에 도착해보니 아이폰이 없어졌다. 헐퀴!! 쿠바노 이 거지같은 생퀴들! 훔쳐간게 분명하다. 다이스케상이 아에로 멕시코 직원에게 내가 폰을 잃어버렸다며 컨플레인을 하자 직원이 서류를 하나 쥐어준다. 그리고 전자기기는 규정상 수화물이 아니라 기내에 들고 타도록 되어 있어서 보상품목이 아니라는 말도 건네 들었다. 순간 분노 했는데 이제 마음도 평온하다. 어짜피 아이폰4S는 서브용 폰이었고 없어져도 되는 폰이었잖아! 그래 너와의 인연은 여기까지 인가보구나! 굿바이 스티브잡스! 참고로 아이폰 4S는 스티브 잡스가 생전에 남긴 마지막 유작이다! 그래도 오프라인 지도에 꼼꼼히 적어놓은 메모는 좀 아깝다. -_- 젠장!

웰컴투 칸쿤!

비록 핸드폰은 도둑 맞았지만 칸쿤에 돌아오니 왠지 한국에 돌아온 느낌이다. 일단 짐을 풀고 그동안 못한 인터넷이나 실컷 해보자! 그래봤자 메일 확인과 메시지 확인이겠지만,.. ㅎㅎㅎ 생각보다 내가 없었던 3주는 평온했다. 역시 핸드폰은 없어도 될것 같다.

2015년 12월 12일

어제 잠깐 다이스케상과 저녁을 먹고 집에와서 쓰러져 잤더니 벌써 점심시간이다. 멕시코는 다 좋은데 하루가 너무 짧다. 낮에 너무 더워서 돌아 다닐수가 없다. 여튼 늦게 일어난 탓에 오늘 점심은 집앞에 있는 중국집에서 먹기로 했다. 어딜가나 중국집은 저려미로 배부르게 먹을수있는 곳이기도 하다. 몇일전부터 제대로된 한끼 타령을 하시던 옆지기 님아도 오케이하셨다. 먹자 고고고!!

부부 싸움

배부르게 점심먹고 돌아왔지만 날이 더운지 와이프 표정이 좋지 않다. “왜그래?” “몰라 침대가 불편해” “…..” 갑자기 나도 모르게 울컥 올라온다. 뭔가 숙소를 예약한 나를 원망하는 듯한 말투다. 나도 심기가 좋지 않다. 그럴꺼면 본인이 예약하시지,.. -_-;;; 나도 예약할때 신경써서 예약한거구만 침대 컨디션은 인터넷으로 확인도 안 되잖아. 아,.. 답답하다. 도미토리는 싫다해서 프라이빗 룸으로 예약했더니 침대가 불편하다니,. 아직 힘든 여행은 시작도 안 했는데 벌써부터 이러면 어쩌자는 건지..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그렇게 오후 내내 불편한 마음으로 신경전이 오가고 시간만 야속하게 흘러 다이스케 형이랑 약속한 저녁시간이 다가왔다.

“어쩔꺼야? 갈꺼야 말꺼야?” 나도 심기가 불편해서 말이 곱게 나오질 않는다. 약속 장소로 가는 내내 마음이 불편해 말문을 아예 닫아 버렸다. 어쨌거나 약속은 약속이니까 나오긴 했지만 불편한건 어쩔수없다. 약속장소엔 이미 다이스케 상이 나와 있었다. “쏘리 위아 레잇, 왓 두유원?” 미안하다며 뭘 먹고 싶은지 와이프가 물어봤다. “뭐든 괜찮아!” 다이스케상은 딱히 뭘 먹을 생각을 하고 나온건 아닌듯 싶다. 사실 나는 점심에 먹은 밥이 아직도 뱃속에 있는지라 저녁생각이 딱히 없었다. 그래서 결국 오늘 저녁은 간단하게 먹을수있는 궤사이다로 정했다!!

불편한 마음에 나왔지만 아무래도 제 3자가 끼어 있으니 내 불편한 마음을 들여다보고 표현할 새가 없다. 또 그렇게 유야무야 넘어간다. 아.. 이래서 가족인가? 싶기도 하고,.. 여튼 불편한 내마음을 달래줄 길거리 악사가 또 왔다! 꺄~~~~~!! 노래를 듣자니 바로 그노래다!! 내가 한달전 이곳에 왓을때 노래가 너무 좋아서 아이폰에 녹음을 했었는데 그 주인공들이 다시 나타났다. 아깐 분명 마음이 불편했는데, 노래를 듣고 나니 마음이 평온해졌다. 🙂

빅토르와 다이스케 형

어제 저녁먹을때 나이정리를 한번 해서 이제 다이스케 형이라고 부르겠다고 했는데 다이스케상이 구구절절 그냥 다이스케라고 부르라고 해서 일단 호칭은 다이스케상이 되었다. 몇일을 보다보니 벌써 친근해졌다. 저녁을 먹고 우리는 빅토르네 바(Bar)로 갔다. 한달전 우연히 밤마실 나왔다가 단골(?)아닌 단골이 된 곳이다. 빅토리는 여전히 친근했다. 와이프와 함께 빅토르바에 오면 꼭 생각나는 곳이 있다. 연애할때 자주가던 연남동 라르고! 왠지 빅토르를 보고 있짜니 라르고 사장님이 떠오른다. 다이스케 상도 술한잔 들어가니 그냥 동네 아저씨가 됐다.

종종 밤늦게 술마시며 외국인과 대화하고 있는 나름 보면 낯설게 느껴지다가도 이네 익숙해진다. 어설픈 영어로도 굉장히 많은 이야기를 할수있다는 사실에 다시한번 놀라지만 한국이나 일본이나 남자둘이 모이면 하는 얘기는 비슷하다. 군대와 축구 그리고 여자, 다행히 군대에서 난 축구하지 않았기 때문에 군대에서 축구한 얘기는 하지 않았다.. ㅋㅋ 일본에선 소주를 녹차와 썩어마신다는 놀라운 얘기도 들었다. 왠지 여행이 끝나고 한국에 돌아와서 그동안 만난 사람들을 정리하면 동양인만 있을꺼 같다는 생각도 든다.ㅋ

그렇게 우리 셋은 아쉬운대로 다이스케상과 빅토리와 인사를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나올때 어색했던 분위기는 온데간데 없어졌다. 이런게 부부싸움이 맞나 싶기도 하다. ㅎㅎㅎ

세계여행 Day30~31, 쿠바의 슬픈 현실

2015년 12월 9일

바라데로 일정을 모두 소화하고 이제 쿠바 여행도 막바지다. 여전히 바라데로의 아침은 꿉꿉한지 피곤하다. 11시 버스는 타야겠다는 생각에 10시쯤 터미널에 갔더니 헐퀴! 11시 버스가 매진이다! 다음 버스는 2시! 아놔-_-; 어쩌지? 일단 2시 버스를 예약하고 나오는데 합승택시 중계인이 우리앞을 가로 막았다. “콜렉티보 택시! 테이큐 도어 투 도어” 이젠 대사같다. 어짜피 비아술 타면 아바나 터미널에서 다시 시오마라네까지 택시 타야되니까 흥정을 좀 해보자! “그래 얼마야?” “인당 15쿡” “에? 비싼데? 뭐야 버스보다 비싸잖아. 인당 10쿡! 어때?” 얘들도 별수없다. 합승 택시에 추가로 사람이 타면 바로 주머니에 들어가는 보너슨데 나의 제안을 안 받을수 없지! 아하하하! 그런데 택시는 지금이 아니라 오후 2시에 떠난단다. 잘됐다. 남은 시간 바라데로 바다나 한번 더 보고 가자!

펑크

어쩜 어제까지 그렇게 날씨가 꾸릿꾸릿 하더만 오늘 떠나려니까 왜 이렇게 날씨가 좋은지 바다와 하늘이 맞닫는 수평선이 위아래 색의 조화가 너무 좋다. 떠나려니까 조금 아쉽긴한데 이젠 헤어져야 할시간! 다음엔 언제가 될지 모르겠네. 한 10년뒤? 택시는 약속한 시간보다 5분 일찍왔다. 우리를 먼저 태운 택시는 에콰도르 키토에서 휴가온 커플을 픽업한 뒤 아바나로 떠났다. 바라데로에서 아바나까진 생각보다 더 먼 느낌이다. 뒤좌석에서 한참 졸다 일어났는데 이제야 중간쯤 온듯 싶다. 해안도로를 타고 가서 그런지 창밖 풍경은 좋다. 경치를 좀 구경하고 있는데 아저씨가 차를 옆으로 세운다. 왜그러지? 헐~ 펑크가 났단다. 오잉~! 아무런 느낌이 없었는데 펑크가 났꾸낭. 15분이면 된다며 아무일 아닌듯이 내려서는 트렁크에 스페이어 타이어를 꺼내 쑥쑥 싹싹~ 진짜 딱 15분 걸렸다. 역시 쿠바에서 벌어질 일은 우리도 예외가 없구나!

살사 교습소

드디어 시오마라에 도착했다. 몇일 만이냐? 집나갔다 돌아온 느낌인데 정말 내집같다. 이제 집안 구석구석이 익숙해서 편하다. 거지같았던 아바나도 그사이 많이 정비 됐는지 까삐똘리오 주변도 깨끗해졌다. 진짜 하루하루가 달라지는 아바나의 모습에 앞으로의 10년이 진짜 궁금하다! 5년전 로마에서 가이드가 했던 말이 떠오른다. 로마 유적지는 아직도 발굴중이라 10년뒤에 다시 오면 또 달라져 있을꺼라고,.. 그때는 그 말에 그래? 시쿤둥했는데 아바나의 10년뒤 모습은 정말 궁금하다! 짐을 풀고 와이프는 빨간책에서 읽었던 지침대로 시오마라 할머니에게 저녁에 살사를 좀 가르쳐달라고 부탁했다.

오늘 저녁은 갈리 랍스타다! 역시 쿠바에선 랍스타야! 좋아좋아! 배부르게 저녁을 먹고 돌아왔더니 시오마라 할머니와 같이 보조해주시는 아주머니가 음악을 셋팅하고 계셨다. 아! 정말 가르쳐주시는구나! 오늘 이곳에 묵는 대부분의 여행객들을 불러모았다. 오늘 새로온 현영씨랑 선희누님 그리고 욱과 다이스께상 그리고 이름 모를 일본인 한명. 대충 거실에 9명정도가 모였다. 우리는 이미 비냘네스에서 기본 스탭을 배웠기때문에 삼박자 살사 스탭이 낯설지 않다. 하지만 역시 초보는 초보! 스텝 밟느라 정신 없는데 시오할머니는 자꾸 손가락으로 귀를 가르키시며 음악을 느껴보란다. 에헤라 디야~ 모르겠다. ㅋㅋㅋ 한참을 추고 나서 잠시 쉬는시간. 숨을 돌리고 있는데 시오할머니가 노트북을 가져오시더니 예전에 여행객들과 같이 췄던 동영상을 보여주신다. 그 영상에 한 일본인듯 보이는 남자도 여기서 매일같이 춤을 배웠는데 진짜 완전 대박! 음악을 탄다는게 저런거구나! 물 흐르듯 끈임없이 둘이서 어떻게 저렇게 추지? 와~~ 넋놓고 보다가 또 다시 2차전이 시작됐다. 더이상 설명은 생략한다. 우리는 그렇게 밤새 춤을 췄다.

2015년 12월 10일

어제 춤을 춘 탓인지 같이 묵는 여행객들과도 많이 친해졌다. 오늘은 다이스케 상이 추천해준 2쿡짜리 일본 음식점에 갔다. 까삐똘리오에서 말레꼰 방향으로 오이스포 거리를 쭉 걷다보면 작은 공원이 하나 나오는데 그곳에서 왼쪽으로 두블럭 정도 가면 나오는 조그만 일본 음식점이다. 아바나에 이런 곳도 있꾸나! 아바나에 거의 일주일 넘게 있었는데 왜 우린 이곳을 몰랐을까? 하기사 그렇게 찾아 헤맸던 차이나 타운 입구도 찾으려고 할때 못찼더니만 어제 택시타고 오다가 처음 봤다. ㅎㅎ 그곳도 우리집에서 바로 2블럭만 가면 되는데 왜 거길 지나갈 생각을 못햇을까? ㅎㅎ 여튼 내심 기대하고 갔던 가츠동은 역시 쿠바맛이다. 하지만 배는 부르다. 그래 2쿡에 맛까지 바라는건 오바지. 배를 채우고 또다시 하바나 시내를 걸어본다.

쿠바의 현실

두번째라 그런지 확실히 처음 느낌과는 다르다. 뭔가 볼때마다 새롭고 왜 똑같은 길을 걸었는데 보이는게 다른지. 여튼 길을 걷다가 내눈을 사로잡는 그림을 한점 발견했다. 비가 온 하바나 거리를 그린 그림인데, 올드카와 좁은 골목길이 왠지 끌린다. 길가에 전시된 그림을 좀더 가까이가서 구경 하려니까 건물 안쪽에서 누가 손짓을 한다. 안으로 들어와서 보라는 것 같다. 왠지 또 낚일것만 같은 느낌에 순간 망설였다. “들어가볼까?” 그래 가보자!

우리를 안으로 안내한 사람은 자기를 A라고 소개했다. 참고로 실명을 공개하면 왠지 그 사람에게 피해가 갈것 같아 A로 지칭한다. 여기에 걸린 모든 그림을 자기가 그렸단다. 안그래도 쿠바에 기념품을 뭘 살까 고민하고 있었는데 적당한 가격의 그림을 만나면 하나 사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림을 한참 보고 가격을 물어봤다. “이건 40쿡이고 이건 얼마고 저건 20쿡!” 응? 20쿡? 20쿡이면 우리 주머니 사정권에 들어온다. 와이프는 저 작은 체게바라 그림이 맘에 들었는지 저 20쿡짜리 그림을 사잔다. 좋아! 사자! 그림을 사기로 결정하고 그림 포장을 위해 잠깐 소파에 앉았다. 그리고 얘기치 않게 작가에게 궁금한 걸 물어보기 시작했다. 아바나 처음와서 만난 호르켕 안디와 미겔에 대한 이야기로 질문이 시작됐다. 사실 이 친구들한테 당한것도 당한거지만 얘들이 이야기한게 맞는지 궁금해서 물어봤다. 정말 대학은 공짜냐? 이 질문을 시작으로 프랭크와 긴 이야기가 시작됐다. 대략 한시간 정도인듯 싶다.

많은 질문과 답변이 오갔다. 그동안 의아했던 궁금증들이 실타래 풀리듯 풀리기 시작했다. 내가 가진 궁금증은 이거였다. 왜 이곳은 이렇게 더럽나? 사회주의 국가고 정부통제가 강한 나라라면 조금만 더 신경쓰면 훨씬 더 좋게 바꿀수 있지 않나? 진짜 조금만 노력하면 금방 바뀔꺼 같은데 왜 이런 모습인지 이해가 안갔다. 그런데 그 이유는 우리나라나 이곳이나 똑같았다. 피델카스트로와 체게바라가 혁명한 나라지만 이곳도 결국 권력의 부패와 대물림이 있었다. 피델 카스트로가 물러나고 동생 라울 카스트로가 집권했지만 여전히 못사는 쿠바. 이유는 돈줄을 이들 카스트로 집안이 쥐고 있다는 것이다. A는 아티스트답게 진보성향이었다. 자신은 피델 카스트로가 싫탄다. 안디와 미겔이 처음 우리에게 설명했던 쿠바인들은 피델을 우상으로 여기고 체게바라는 자국민은 아니지만 영웅이라고 얘기했던 것과는 정반대 얘기였다. 물론 A도 체게바라를 진정한 영웅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피델은 아니란다. 정부는 정보를 통제하고 국민들이 현실에 눈을 뜨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고했다.

대학을 포함한 모든 교육과 의료가 무료지만 의사들과 선생들이 받는 한달 임금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에 선생들은 촌지를 받고 의사들도 뒷돈을 찔러주는 환자를 먼저 챙긴단다. 의사들의 평균 한달임금은 40쿡 우리나라 돈으로 약 5만원! 60년 넘게 일한 A의 아버지도 은퇴후 받은 연금이 한달에 10쿡도 안된단다. 이런 현실에 못 견뎌 의사들은 작은 보트를 타고 미국으로 망명하고 있단다. 라울이 관광객을 유치하며 미국과 수교를 맺고 변화를 모색하지만 자기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쿠바는 변하지 않을 꺼란다. 여전히 못사는 국민들은 못살고 배부른 자만 배부른 나라가 될꺼란다.

쿠바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젊은 청년들이 의무적으로 군대를 가야하고 자신도 군대를 다녀왔지만 군대에서 단 한발의 총알도 쏘지 않았단다. 가서 한일은 잔디깍고 청소하고 나라에서 필요한 일에 값싼 노동력을 제공하는 한마디로 노동력 착취란다. 집이 없는 사람들은 나라에서 음식과 집을 제공하지만 제공된 음식은 형편없고 집또한 매우 작고 허물어져가는 집을 준단다. 대신 이렇게 정부에서 무상 제공을 받으면 하루 10시간의 노동을 해야한단다. 아바나에 늙은 부랑자들이 많은 이유를 알았다. 실타래가 풀리는 순간이다.

뭔가 듣고 있자니 마음이 아프다. 얘기하는 동안 내내 소름이 돋았다. 헬조선과 별반 다르지 않는 쿠바의 실정. 슬프다. 20쿡을 내고 그림을 사왔지만 이 그림의 가치는 20쿡 그 이상이었다. 여튼 씁쓸한 아바나의 마지막밤은 술이 필요하다. 오늘 두번째 살사 클래스가 있다고 했지만 살사보다 오늘밤은 술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