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여행 Day28~29, 바라데로의 흔한 이야기

바라데로에서의 하루하루는 정신 없이 지나가서 메모해뒀던 내용을 기반으로 기억나는 것만 남겨본다.

2015년 12월 7일

아침에 일어났더니 너무 힘들다. 아무래도 바다 근처라 집안이 너무 눅눅한게 문제지싶다. 계속 뒤척이다. 일어났더니 눈 밑이 어둡다. 헐퀴… 이 다크는 뭐냐? 물론 어제 많은 일들이있어서 늦게 잔탓도 있지만 역시 잠자리가 불편하니까 바로 티가난다.

사리곰탕면

힘겹게 일어나 아침을 먹으려는데 리타 아주머니가 수부니에라며 과일을 두접시 잘라주셨다. 내가 좋아하는 파인애플이 한가득 왠 떡이냐 싶어 언능 주어먹고 빈접시 주기가 민망해서 아끼고 아껴두었던 사리곰탕 2봉지 꺼냈다. 그리고 한국에선 음식을 받으면 빈접시로 돌려보내는게 예의가 아니라며 라면 2봉지를 건내드렸지만 그 의미를 잘 전달했는지는 모르겠다. 몸이 허할때 밥과 함께 말아먹으면 끝내주는데 그걸 설명 못했다. 아… 이 짧은 스페니쉬..-_-

랍스타

오늘도 낮시간은 바다에서 보냈다. 파에 가져온 고프로를 보니 왠지 나도 하나 장만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자꾸 사야될 것들만 눈에 들어오고 정작 버려야할 책들은 못버리는 아이러니-_-;; 아무튼 오늘 저녁은 파를 보내는 마지막 날이기 때문에 랍스타다! 리타 아주머니가 추천해준 레스토랑을 먼저 찾아갔는데,.. 우와! 여기 트립어드바이져에서 추천한 곳이구나!! 어디 메뉴좀 볼까? 랍스타를 먹기로 했으니 랍스타 가격만 보자! 24쿡! 헐퀴! 너무 비싸다. 1할의 고민도 없다. 그냥 다른데 가자! 아까 낮에 짐뽕해둔 그 레스토랑은 12쿡이었지!

2015년 12월 8일

욱과 파를 보내고 다시 오붓하게 둘이 남았다. 일정상 내일이면 다시 하바나로 돌아간다. 왠지 모르게 허전한 아침이다. 허전한 마음은 햄버거로 떼우자! 쿠바와서 가장 많은 먹은 음식도 왠지 햄버거 같다. ㅎㅎ 여튼 단돈 3천 6백원에 햄버거 2개와 음료와 커피 한잔을 들이키고 오늘은 뭘할까? 일단 관광버스를 타보자!

비싼 동굴, 이것도 호르켕?

바라데로는 길다란 반도 지형이지만 거리가 꾀 되는 곳이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택시 대신에 관광버스를 이용하는 것 같다. 우리도 오늘은 본전을 뽑아볼 생각이다. 그런데 다들 비슷한 생각을 하나보다. 2층은 이미 만석! 역시 버스가 좋긴 좋나보다 앉자마자 졸립다. 아무생각없이 버스에 앉아 있다보니 벌써 반환점을 돌았다. 일단 내려본다. 동굴(Cave)이 여기쯤 있어야 되는거 같은데,.. 여긴가? 저쪽 오두막처럼 생긴곳에서 아저씨가 뭐라 한다. 그쪽이 입구구나!
“아저씨, 얼마에요?” “인당 10쿡” 헐,.. 비싸네,.. 옆지기는 쪼리를 신고왔고 나는 반바진데,.. “우리 이렇게 입고 가도 됩니까” “물론이지! 얼마 안걸려 한 50분?” 그래 여까지 왔는데 가보자!

제주도 만장굴 만한 동굴을 볼수있을거라 기대로 입구로 걸어가본다. 한 10분 걸었나? 점점 후회가 밀려온다. 이유는 다름 아님 모기!! 비냘네스에서 쇠파리와 모기때문에 힘들었는데,.. 이곳에선 왠지 모기에게 삥뜯기는 느낌이다. 아씨! 벌써 물렸다 –– 아놔,.. 괜히 왔다라는 부정의 기운이 나를 휘감는다. “오빠 여기 설명에 의하면 여기 이 나무를 만지면 긍정의 기운을 받는데..” 그래? 그럼 만져야지! 긍정의 힘이여~~!! 내게오라~ 뚱뚜둥뚜~ 뚱뚜뚱뚜~ 쿠바 사운드에 맞춰 발걸음도 가볍게 잽싸게 전진!! 그나저나 동굴은 언제 나오는거냐? 설마 저게 동굴은 아니겠지? 헐,… Cave!! 아! 케이브! 움푹파인 곳도 케이브였지!! 젠장 –-!! 저거 볼려고 여기온거야? 아놔.. 이 아자씨 안되겠네!! 좋다며!! 젠장 당했다! 아~~~~! 호르켕!

쿠바노 프라이스

케이브에 낚여서 한참 걷고, 수페르마치 찾는다고 또 걷고 오늘도 엄청 걸었다. 이제 돌아가자! 연말이라 그런지 여기저기 크리스마스 장식이 보이지만 더워서 그런지 아무런 감흥이 없다. 역시 연말은 좀 추워야 제맛인가? 더울땐 그냥 맥주나 마시자! 집에 가는 길에 어제 왔던 햄버거집에 다시 왔다. 어디보자 어제 맥주가 1.6쿡이었던거 같은데.. 얼마에요? “1.1쿡” 헐!.. 프레시단떼 이게 1.1쿡 이라고? 어제는 1.6쿡이라메? 도대체 어제 그녀석은 얼마나 남겨먹은거야? 아니지 아바나에서도 프레시단떼 요건 수입맥주라 1.6쿡 받았는데,.. 모르겠다. 도대체 이곳에서 정가가 있는건가?

세계여행 Day27, 경찰을 불러라!

2015년 12월 6일

아침일찍 일어나 오펠리아 아주머니와 작별인사를 하고 바라데로로 떠났다. 비아술 버스는 확실히 공간이 넓다보니 택시보다 편하다. 바라데로까지는 약 3시간정도 걸린다고 하니 나는 그동안 못 읽었던 책을 좀 읽어야겠다. 책을 펴니 또 금새 눈이 감긴다. 감기면 또 어떠냐 감기면 자고 자고 또 일어나면 다시 읽고 반복하다보니 어느새 바라데로에 도착했다.

모른다는 것에 대한 불안감

창밖으로 얼핏얼핏 보이는 바다를 보니 바라데로에 도착하긴 한것 같다. 그런데 칸쿤 같은 바다는 아닌것 같다는 생각이 들자 짜증이 난다. 기껏 왔더니 이게 뭐야? 날씨도 꾸물꾸물! 일단 버스에서 내리고 현재 위치를 잡기위해 핸드폰을 켰다. 위치가 잘 안잡힌다.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다. 내 위치를 모르니까 조금 불안하다. 그사이 와이프가 뭐라고 하는데 잘 들리지도 않는다. 그만큼 나는 신경이 날카로워져 있다. 아무런 정보가 없다는 그 사실만으로도 불안한데 사실 우린 돈도 없다. 환전도 해야된다.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 그런데 그 순간 까사 주인들이 자기네 집으로 오라며 계속 말을 걸어온다. 아 어쩌지? 어딘지 위치도 모르는데 엄한데 까사를 잡았다가 낭패를 보기 쉽다는 생각에 쉽게 결정을 못하겠다. “오빠 나는 비아술 버스를 예약할수있다면 지금 예약하고 싶어” “잠깐 좀 기다려봐 내 위치부터 확인하고!” 나도 모르게 날선 대꾸가 이어졌다. 순간 바라데로 이게 뭐라고 하바나에 가고 싶어졌다. 하바나까지는 10쿡씩 내면 갈수있다. 현재 우리가 가지고 있는 돈을 탈탈 털면 갈수있겠지? 라고 혼자 딴 생각하다가 “오빠 왜 그래? 왜 그렇게 날이 섰어?” 라는 말 한마디에 정신을 차렸다. “아.. 미안,..” 일단 하바나로 가는 티켓을 알아보자.

이유는 모르겠지만 하바나로 가는 티켓은 당일날 예약할수 없었다. 당일날 와야한단다. 이제 다음 스텝은 까사다. 일단 우리는 집을 보고 결정하기로 했다. 나는 여기서 짐을 좀 보고 있을테니 니가 가서 집을 좀 보고 와봐. 와이프를 보내고 짐을 잠깐 내려놓고 다시 한번 위치를 파악했다. 다행히 GPS가 잡혔다. 아하 여기구만! 안도감이 밀려온다. 심리적으로 안정을 찾자 멀리서 익숙한 걸음걸이로 다가오는 사람이 보인다. 앗! 욱이다! “욱아~~”

연락도 안했는데 너무 쉽게 욱과 파를 만났다. 그 사이 와이프도 까사를 흥정하고 왔다. 아침없이 1박에 20쿡! 욱이는 그 가격이면 거져라며 이 주변은 다 30쿡 달라기에 자기도 25쿡에 묵었다며 20쿡이면 엄청 싼거라고,.. 바로 콜하고 숙소에 짐을 풀었다. 뭔가 오늘은 잘 풀릴것 같다.

나 바라데로야!

오펠리아 아주머니가 바라데로 어떠냐는 질문에 거기는 여기도 바다, 저기도 바다. 저기도 바다라며 온통 볼건 바다밖에 없다고 했었다. 바라데로는 대략 가로 2km에 세로 16km 정도 되는 길다란 반도 지형으로 양쪽이 전부 바다다. 그리고 내가 아까 봤던 바다는 백사장 반대편 바다였다. 이곳 백사장은 칸쿤을 능가한다. 파도가 조금 약할뿐 모든 면에서 칸쿤을 능가했다. 와우! 미안하다 내가 아까 너를 너무 몰라봤다. 바라데로 바다는 가히 현재까지는 최고다! 더이상 말이 필요없다.

사라진 100 유로

신나게 물놀이를 하고 났더니 배가 고프다. 이제 씻고 저녁을 먹어야겠다. 일단 씻고 욱과 파를 다시 만나기로 했다. 약속한 5시 반이 되어 약속장소로 나갔더니 멀찍이서 또 익숙한 걸음걸이가 보인다. 그런데 욱이 표정이 안좋다. “형, 저 까사에서 100유로가 없어졌어요?” 잉? 이건 또 뭔소린가? 자초지종을 들어봤더니 우리가 물놀이를 하고 온사이에 가에 있던 돈을 슬쩍 한것이다. “야 일단 너네 까사로 가자. 그리고 주인한테 얘기하고 경찰에 신고하자!” “형 근데 그 집주인 좀 무섭게 생겼어요!” 쫄꺼없어 일단 가자! 까사에 도착해서 까사 주인에게 돈이 없어졌다며 얘기하자. 까사 주인은 대뜸 그건 키가 하나라 불가능하다며 확실히 여기서 없어진거 맞냐고 되레 묻는다. 의심 스럽긴했지만 섣불리 까사 주인이 범인이다라고 단정하기도 어려웠기 때문에 경찰을 불러달라고 요청했다. 흔쾌히 알았다고 하더니 한참을 기다리게 만든다. “아니 왜케 늦어? 경찰 오는거 맞아?” 라고 물었더니 뭐 이미그라숀 어쩌구 저쩌구 거기가서 뭘 해야한다고 한다. 여기서 좀 멀다고 와이프오면 같이 가자는거 같은데,.. 이미그라숀이면 출입국 심사 뭐 이런건가? 뭔소린지 모르겠다. 그냥 됐고 내가 불러오겠다며 하고 일단 나왔다.

나와서 걷다보니 해는 이미 지고 아까 도로에서 경찰을 봤던거 같은데 경찰도 안보인다. 스페인어를 못하니까 어디가서 물어보기도 힘들고 아씨 어쩌지? 일단 가까이 보이는 저 가게에 들어가봐야겠다. “Can you speak English?” “뽀끼또” 헐퀴,.. 뽀끼또라니 어 리를빗도 아니고,.. 암튼 경찰서가 어디냐고 물었더니 싼타 클라라에 있단다. 잉 이건 또 뭔소리? 은행이나 호텔에 가면 경찰이 있으니 거기로 가보란다. 젠장,.. 말이 잘 안되니 답답하다. 일단 나와서 한블럭 더 걸었다! 앗! 여행사다! 여행사는 영어를 좀 할줄 알겠지! “Can you speak English?” “Yes~” 오! 그렇치! 이렇게 나와야지! 천천히 상황설명을 했다. “여기는 경찰서가 없고 경찰서는 산타 크루즈에 있어요.” 아하 산타 클라라가 아니라 산타 크루즈구나. “2가지 옵션이 있어요. 첫번째는 10C 번호로 신고하는거구요. 다른 하나는 이미그라숀가서 신고하는 겁니다.” 무쵸그라시아스 고맙습니다. 대신 신고해달라기 미안해서 일단 나왔다. 전화는 안되고 이미 4블럭을 걸어왔는데 5블럭을 더 걸어가야하나? 아님 돌아가서 상황설명하고 다시 와야하나? 아~ 복잡해! 일단 가고보자! 조금더 걸어가니 경찰이 보인다. 오예! 저기다.

“아저씨, 친구가 까사에서 돈을 잃어버렸는데 같이 가줄래요?” … 젠장, 못 알아들은 눈치다. “머니 로스트 어쩌구 저쩌구..” “아~ 저기 은행가봐”.. 아 고맙습니다. 은행으로 걸어가는데.. 잉? 머지? 왠 은행? 내가 돈이 필요한게 아니고 다시가서 설명했다. “마이 아미고, 디스이즈 머니” 하면서 아까 여행사에서 적어준 종이를 경찰 호주머니에 넣고, 쏙 빼가는 시늉을 했다. “썸바디 스톨른 로스트! 인더 까사!” 아~ 이제서야 이해한 눈치다. 이미그라숀을 가라한다. 아씨 거기 멀다며? 같이 가죠! 응? 같이 가죠~~”고 위드미 고 위미” 하면서 잡아 당겼더니 차에 타란다.

경찰차에 올라탔다. 세블럭쯤 더 가니까 이미그라숀이 보인다. 아하~ 여기서 무슨 지구대같은 개념인가보다. 여튼 영어할줄 아는 사람이 한사람도 없다보니 잠깐 앉으라더니 어디서 왔냐구 물어본다. “코레아” 아하~ 꼬레아! 베이스볼 챔피온,.. 아씨 그런거 됐고, 어뜩케 해결좀 해달라니까 자꾸 친한척이다. 어딘가에 전화를 하더니 폴리스먼트가 온다고 잠깐 기다리란다. 아 진짜 산타 크루즈에서 오려나보다. 같이 온 경찰들은 다시 순찰하러 나가고 이미그라숀에는 오늘 대기조인듯한 경찰 한명과 어색하니 같이 있었다. 말이라도 통하면 좋으련만 수줍게 말을 걸었다. “캔유 스피크 잉글레?” “노노” 손사레를 친다. 젠장! 어쩔수없다. 바디랭귀지다. “꽌또 오라스 웨이트 히어” 하면서 손가락으로 나를 가르키고 땅을 가르켰다. “운 오라” 잉? 한시간? 헐퀴! 안돼! 와이프가 기다리고 있다고!! 이건또 뭐라고 설명해야돼나 막막하다. 손짓 발짓 써가며 나 갔다오면 안되겠냐고 했는데 안된다다. 너는 여기서 기다려야한다며 잠깐 기다리란다. 내가 하도 재촉했더니 어디론가 확인 전화를 한다. 그러면서 까사 위치가 어디냐고 물어본다. 서당개 삼년이면 풍월을 읖는다고 여기서 몇주 있다보니 대충 알아듣는 나도 신기하다. ㅋㅋㅋ Calle 위치를 묻길래 대충 29번 거리라고 얘기했다. 사실 나도 밤에 나와서 어딘지 모른다. 나오는 길에 큰 전신주 같은것만 기억난다. 젠장 난감하군.

아무튼 몇분 후 아까 그 경찰이 다시 와서는 나를 태우고 까사로 갔다. 경찰은 천천이 운전하며 나에게 위치를 알려달라는듯 했다. “저기 저 빨간 빛에서 오른쪽이요!” 몇번 말을 섞었더니 이제는 서로가 대충 알아 듣는다. 다행히 욱이네 집을 쉽게 찾았다. 하지만 이미 내가 나온지 한시간여가 흐르고 시간은 7시를 가르켰다.

쿠바에서 조서 쓰기

그렇게 한 삼십분을 더 기다려서 영어를 잘 하는 제복입은 경찰관이 왔다. 견장의 계급을 봐서는 미국식 계급의 상병과 병장이 었다. 그중에서 상병이 영어를 좀 할줄 알고 병장은 수사관인듯했다. 방안에 있는 모든것들이 증거라며 건들지 말란다. 이리저리 훓어보며 사진도 찍고 지문도 채취하고 마약 탐지견이 와서 냄새도 맡고 여러가지를 물어본다. 돈을 읽어버린 욱에게 언제 어디서 무엇을 했는지 상세하게 모든 것을 진술서에 적으란다. 그리고 파도 어디서 뭘 했는지 진술서를 적었다. 다행히 우리는 사건 발생 시점이후에 만났기 때문에 진술서를 쓰진 않았다.

예전에 군대 있을때 훈련중에 우리 옆으로 헬기가 떨어져 2명이 죽은 사건이 있었는데, 그때 영어로 진술서를 썼던 기억이 난다. 영어를 잘 못했던 시절이라 영작하기 엄청 힘들었는데 욱이는 잘도 쓴다. 대견한것~!! 반면에 파는 첫줄을 쓰는데 힘들어한다. 망설이는 듯이 보인다. 사연인 즉슨 자기는 여행중에 쓰는 두번째 진술서란다. 이집트에서 일본인 룸메이트가 술먹고 심장마비로 죽어서 그때 처음써봤단다. “미안해 파 괜히 물어봤다” “잇츠 오케이” 하는데 참 안쓰럽다. 여행하면 참 별일이 다 있는데,.. 쿠바는 정말 파란만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