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여행 104일째, 빈대와의 전쟁

어제 이른 아침 우유니를 떠나 마침내 수크레에 도착했다. 와보니 진짜 살만하다. 사실 우유니에 있을때 어찌나 열악하던지 거리엔 볼것하나 없고, 먹을것도 관광지라고 비싸기만하고 맛은 없고 당장에 이 거지같은 나라 볼리비아를 떠나고 싶다고 어서빨리 칠레가고 싶다고 그랬는데.. 후회할뻔했다!

최후의 만찬

아침부터 버스타고 오니라 밥한끼 제대로 못먹고 화장실 한번 못가고 장장 7시간 반을 달려왔기 때문에 일단 도착하자마자 밥부터 먹기로 했다. 두끼를 제꼈기 때문에 오늘저녁은 그냥 넘어갈수없다! 스테끼~~~~!! 여봉이 나 스테끼!!! 그리하여 수크레 넘버원 맛집으로 유명한 Abis Patio로 갔다. 아참 최후의 만찬엔 우유니에서 만난 일본인 나노짱도 함께했다. 나는 두말할 나위없이 스테끼를 시켰고, 속이 안좋다며 옆지기는 아이스크림과 샐러드를 시켰다. 나노짱은 샐러드와 햄버거! 여튼 주문해놓고 나노짱과 폭풍수다! ㅋㅋㅋ 나노짱 진짜 발랄하다. 그렇게 30분이 지났을까? 음식이 나온다.. 드디어!!!

두툼한 스테이크는 아!.. 이것이 진정 맛집이로구나!! 단돈 만원에 이런 퀄러티의 스테이크는 진정 듣도 보도 못했다! 어깨춤이 절로 나온다. ㅇㅎㅎㅎㅎ 가히 104일간 먹은 것중 최고다! 아 역시 수크레오길 잘했어~ +++_+

빈대와의 전쟁

암튼 그렇게 맛있는 저녁을 먹고 호스텔로 돌아왔다. 옆지기는 피곤한지 한참 숙소를 찾다가 잠이들고 나도 슬슬 정리하며 잠이 들었는데,.. 갑자기 “오빠!” 응? 머야? 왜? 뭐야? 자다가 일어났더니 옆지기가 이블 위를 기어다니던 빈대를 잡아 족쳤는지 시뻘건 피를 가르키며 안돼겠다고 이사를 가야겠다고 한다. 헐퀴! 누가 물린거지? 아직 난 물린 자국이 없는데,.. “건빵아 너는 어때?” “응! 아직 물린데는 없어.”

안그래도 푸노에 있을때 빈대를 물려서 손이 퉁퉁 부어 있다가 이제야 가라 앉기 시작했는데, 헐.. 또 빈대야..-_-;; 수크레 첫날부터 빈대라니.. 사실 가격대비 괜찮은 호스텔이라고 생각했는데 역시 맘대로 되는게 없다. 아직 물린 자국이 없으니 일단 자고 내일 아침에 일어나서 물렸으면 이사가자!

다음날 아침

아~~~ 뭐야! 물렸다. 결국…ㅎㅎㅎ 왼쪽 옆구리 한방 -_-;; 잠복기가 있기 때문에 사실 더 많이 물렸을찌도 모른다. 아.. 뭐닝? 그래도 뭐 가려워 미칠지경은 아니다. 참을만하다. 짐싸기 귀찮은데 아침부터 다시 찜싸고 숙소도 겨우겨우 예약을 했다.

빨래와의 전쟁

새로 잡은 숙소는 호스텔은 아니고 가정집이다. 다행히 빈대 호스텔에서 멀지 않았다. 초인종을 누르고 주인을 기다린다. 어랏? 너무 일찍 왔나? 반응이 없다. 한번더 눌러본다. 잠시후 문이 열렸다. “올라~” 반갑게 인사를 하고 대문을 들어서자.. 와우~! 집이 엄청크다. 왜 늦게 나왔는지 알것같다. ㅎㅎ 에어비엔비를 통해 1주일을 예약했는데, 바로 2주를 더 있기로 했다. 괜찮은 집이다. 절로 미소가 나온다. 우리가 묵을 곳은 3층에 있는 방하나. 주인 안나가 집안 곳곳을 소개시켜줬다. 옥상엔 세탁기가 있고 뷰도 너무 좋다! 자자 집구경 끝났으니 그동안 밀린 빨래를 좀 해야겠다.

옥상에서 빨래를 시작한 시간은 11시 40분쯤 빨래가 끝난 시간은 오후 4시 40분 ㅎㅎㅎ 빨래하고 밥먹자 했는데 저녁이 되어 버렸다. -_-;; 한국에서 잘 먹지도 않는 라면이 거의 한달에 서너번은 해먹는듯 싶다. 이거시 고향의 맛인가? 아님 귀차니즘의 맛인가? 난 잘 모르겠다. 맵다. “건빵! 제발 스프는 반만 넣자! 응?”

세계여행 99일째

여행을 시작한지 99일째다. 와이프는 옆에서 잔다. 오밤에 글쓰는것도 오랜만이다.

뭔가 감성적인 글을 쓰려니 오그라든다. 여행중에 만난 태국인 친구 파는 우리 보고 여행 100일마다 기념 파티를 하라고 했다. 내일이 그 여행 100일인데 우리는 아마 종일 버스에 있겠지.

글쓰기

블로그에 일기는 35일째에서 머물러있다. 두달이 넘게 글을 쓰지 못하고 있다. 이유는 너무 많다.
주저리 주저리 그 이유를 나열할 필요는 없을것 같다. 그냥 이렇게 다시 쓰면 되지 않나?

티티카카

여행 99일차가 되니 변한게 하나 있다. 흥정에 능숙 해졌다. 더이상의 호갱투어는 없다.
30솔에 티티카카 호수안에 있는 섬을 다녀왔다. 배로 왕복 5시간이다. 바다도 아닌것이 마치 바다같은 호수였다. 볼리비아 해군기지가 있다는 그 호수. 티티카카 호수는 해발 3800m에 위치한 세계에서 두번째로 높은 호수란다.

고산병

티티카카 다 좋은데 숨이찬다. 고산병이라는게 적응의 문제라는게 새삼 실감난다. 페루의 수도 리마는 해발 400m 그리고 그 이전에 있던 곳, 콜롬비아 보고타는 해발 2500m. 그리고 이전 도시는 해발 2700m 쯤 되는 과테말라 쉘라였다.

쉘라에 한달여 있는 동안 투통에 시달리곤 했는데 추워서 그런줄 알았다. 콜롬비아 보고타에와서 투통이 싹 사라진후 그것이 고산병 증세라는 것을 알았다. 그러다 해발 400m의 리마로 왔다. 날씨가 더운것 빼고는 살만하다. 라고 생각했는데 오산이었다. 문제는 리마에 너무오래 있었다. 고산적응이 끝났는데 리마에서 리셋이 됐다.

리마에서 해발 3400m 쿠스코에 도착하자마자 극강의 고산증에 시달렸다. 손발이 저리고 호흡도 어려웠다. 첫날밤은 아직도 생생하다. 이 여행을 그만 끝내고 한국으로 그냥 후송되어 갔으면 하는 생각이 간절했다. 잠을 도대체 잘수가 없었다.
이래서 사람들이 버스타고 쿠스코에 오나 싶다. 나에게 페루는 그냥 고산증에 나라 다시 가고 싶지 않은 나라가 됐다.

물론 고산증때문만은 아니다. 중간에 증발해버린 내 아이폰도 그렇고, 유적지의 살인적인 물가도 그렇고, 나에게 페루는 이제 안녕~ 내일은 볼리비아다.

볼리비아

사실 여행중에 수없이 듣는 이야기중 하나는 이렇다.
“볼리비아 거지같은 나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유니는 갑이었다.”

그래 그 거지같은 나라 내일이면 도착한다. 기대해보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