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일과를 소설처럼 쓰기

새벽같이 깨우는 통에 주말인데 일찍 일어났다. 비몽사몽 운전대를 잡고 할머니가 있는 병원 응급실로 향했다. 일단 엄마를 내려주고 나는 다시 집으로 왔다. 졸립다. 더 자고 싶다. 하지만 이제 운동하러 갈 시간이다.

나는 오늘도 어김없이 황금 주말을 프리즈비와 함께 하고 있다. 아침공기는 재법 쌀쌀하다. 하지만 이내 곧 가슴 깊이 파고드는 아침공기가 상쾌함으로 바뀌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챈다. 그리고 곧 숨이 턱밑 까지 차오르는 여름이 금방 올 것만 같다.

집에서 분당까지 거리는 꾀나멀다. 대략 33km. 고속도로를 달리며 오늘 하루를 어떻게 보낼게 될지 잠깐 상상해본다. 특별함은 없지만 왠지 오늘 하루는 내가 아닌 누군가를 위해 시간을 써야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렇다. 다름아닌 가족이다.

요즘 가족들이 다들 골골 대는 통에 내가 더 바빠졌다. 한살 더 먹고 머리가 커지니 평소에 신경쓰고 싶지 않턴 일에 자꾸 신경이 쓰인다. 아빠도 닷샛째 병원 신세를 지고 있다. 퇴원수속 밟느라 운동 끝나자마자 나는 병원으로 날아왔다. 병원 1층에서 만난 아빠는 왠지 낫설지만 이내 낫익은 할머니의 모습과 오버랩된다. “아빠! 환자복은 정말 아니다. 그 옷 빨리 벗자.” 나는 다시 아빠를 태우고 할머니가 계신 요양병원으로 유턴한다. 44km 쓩~!

점심도 거르고 이리뛰고 저리뛰고 하다보니 벌써 한나절이 훅~ 가벼렸다. 왠지 이번 주말도 훅~ 하고 가버릴 것만 같은 느낌!. 아무튼 요즘은 하고 싶은 일보다 해야할 일들이 많다. 해야 할 일들이 많아지니까 왠지 나이 먹은 것 같다. 나이 먹는거 참 별루다.

카메라에 할머니 얼굴을 담아본다. 오늘은 2장. 매번 올때마다 2장, 3장, 2장, 4장씩 모으고 있다. 벌써 일년이 넘었다. 꾀 많은 사진이 모였다. 이제는 콜렉션이라 할만하다. 콜렉션을 휘~~ 훑어본다. 점점 야위어 가는 모습, 달이 기우는 모습과 같다. 손자의 재롱에 이제 웃음보다는 가뿐 숨으로 대신한다.

나는 그날을 준비 하고 있다. 영원히 오지 않았으면 하는 그날. 그날이 멀지 않았음을 나는 알고 있다.

불꽃남자

UI 개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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