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1월 26일
쿠바에 온 지 4일밤이 지났다. 회사다닐때는 몰랐다. 그래도 나름 운동하려고 노력 많이 했었는데 다 소용없다. 매일같이 2시간이상을 터벅터벅 걷다보면 슬슬 눈이 감기고 어깨도 쳐지고 자꾸 앉고 싶고 앉으면 눕고 싶고 그렇다. 그나마 다행인건 음식이 입에 맞는다. 왠만한건 다 먹을만하다. 딱 하나 오늘 동네에서 사온 생맥주만 빼고!
하루 생활비의 딜레마
오늘은 특별한 미션을 정하진 않았다. 거리를 걷다가 맘에 드는 것이 있다면 사오자며 평소보다 많은 25쿡에 300모네다 정도를 주머니에 찔러 넣고 거리로 나왔다. 뭘 사야 되나 싶어 대충 리스트를 뽑았다. 체게바라 모자와 티셔츠, 마그네틱, 럼주, 시가, 커피원두, 쿠바 국기 그리고 동전지갑 딱 요정도 인듯 싶다. 일단 제일 먼저 눈에 띄는 마그네틱을 고르기 위해 아티스트 샵같은 곳에 들어갔다. 보통 2개에 1쿡정도하는데 여기는 1개에 1쿡에 도자기 흙으로 구웠는지 조악하기 그지 없다. 갑자기 이걸 사야되나 싶은 생각이 든다. 1쿡이라는 돈도 값자기 커보인다. 1쿡이면 에소프레소 커피를 24잔을 마실수있는데,.. 하는 생각이 드느까 갑자기 사고 싶은 마음이 사라졌다. 동전지갑도 마찬가지다. 3쿡이면 둘이서 점심한끼를 해결할수도 있다. 그래봐야 천원 삼천원인데 하루 25쿡을 쓰기로 정해버리고 나니까 우리는 살수있는게 없다. 하루 생활비를 너무 빠듯하게 잡았나? 하는 생각도 든다. 몇일전에 안디 미겔에게 속아서 칵테일 몇잔에 하루 생활비를 전부 날린 기억이 다시 씁쓸하게 올라온다.
기념품은 왜 사야하는지 누구에게 주는것이 의미가 있는지부터 다시 생각해야할 것 같다. 이렇게 아무생각없이 사고 싶은 리스트를 적어봐야 결국 우리에겐 사치요 과소비일 뿐이다.
실패의 연속
결국 기념품을 사는건 포기했다. 먹는게 남는거다. 아바나에서 맛나다는 그 커피집을 찾아 옆지기는 커피, 나는 럼을 탄 코코아를 마셨다. 럼을 탄 코코아는 맛이 괜찮다. 초콜렛 향이 나는 그냥 술이다. 천원에 이정도면 괜찮은 선택이다. 이곳에서 커피가 맛있다면 원두를 사기로 했지만 우린 원두를 사진 않았다. 술기운에 어제 그리다만 그림을 꺼내 다시 스케치 하기 시작했다. 괜히 유럽식 건물을 그리기 시작했나보다… 디테일을 살려야할 무늬가 너무 많다. 그렇게 한시간쯤 그리다보니 더이상 못 그리겠다. 못 그리는게 아니라 펜이 너무 두껍다. 더 얇은 펜이 필요하다. 어쩌지? 배도 슬슬 고파오는데,.. 그래 밥을 먹자.
오비스포(Obispo) 거리를 걷다보면 악사들이 생음악을 연주하는 가게들이 있는데 우리도 음악을 들으면 저녁을 먹기로 했다. 찜뽕해둔 어제 그 집으로 갔다. 아직 시작전인듯 싶다. 자리를 잡고 메뉴판을 봤다. 역시나 음악이 있는 카페라 그런지 음료도 그렇고 음식가격도 다른 집의 2배 가격이다. 메뉴판을 봐도 선택권이 없다. 그냥 싼 음식으로 만 주문한다. 맥주와 피자, 파스타를 한개씩 시키고 기다려본다. 여전히 연주는 시작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음식들이 나오고 반쯤 먹어갈때쯤 연주가 시작됐다. 하지만 이번에는 실내가 아니라 실외에서 연주를 한다. 젠장. 뭐야 –-;; 음악을 듣기 위해 이 맛없고 비싼 음식들을 시켰는데 음악은 제대로 들리지도 않는다. 뭥미,… 갑자기 이곳이 싫어진다. 이럴줄 알았음 다른 집에서 랑고스타나 실컷 먹는 건데,… 어쨌든 허한 마음에 카톡이나 하자며 오는 길에 호텔앞에서 와이파이를 잡아본다. 몇일전에 3쿡을 주고산 와이파이 카드는 거의 쓰지도 못했다. 쿠바에서 칸쿤으로 돌아가는 비행기 시간 확인한게 다인듯싶다. 여튼 오랜만에 접속을 하니 헐퀴,.. 이건 또 뭐야. 벌써 1시간을 다 썼는지 접속이 안된다. –-; 우린 분명 5분도 채 안썼는데,.. 아놔,… 이런 식으로 또 카드 한장을 날리는 건가? 왠지 한시간 액세스 카드를 살때 기술적으로 시간 카운팅이 쉽지 않을꺼란 생각을 했는데 역시나 예상대로다. 젠장…
쿠바에 올땐 인터넷이든 뭐든 특별한 기대를 하지 않는게 정신건강에 좋다고 했던 지인들의 조언들이 새삼 떠오르던 하루다. 쿠바는 많은 것을 내려놓게 만든다. 하지만 인터넷이 안되는 쿠바,… 나는 못 살것 같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