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1월 27일
5일째다. 약속했던 아바나도 오늘로 끝이다. 이제 내일이면 비냘네스로 떠난다. 떠나려니 왠지 서운하다. 온갖 더러운 것들로 가득한 아바나 구도심 한가운데 있는 이곳도 이제 정이 들었나보다. 첫날과 둘쨋날 그리고 오늘 매일같이 달라지는 까삐톨리오 주변이 앞으로 1년 뒤의 쿠바가 어떻게 바껴있을까 궁금하게 만든다.
택시 예약하기
오늘도 어김없이 중요한 미션이 하나 떨어졌다. 내일 비냘네스로 떠나기 위한 택시를 예약해야한다. 까삐톨리오 주변에 올드카 택시와 노란색 쿠바택시들이 줄지어 정차되어 있는데 그곳에서 두리번 두리번 거리면 어김없이 “택시, 택시?” 하며 말을 걸어오는 기사들이 많다. 특히 빨간색 모자와 저지를 입은 사람들이 다가오는데 이들은 영어를 좀 할줄아는 중개인이다. 실제로 수수료를 얼마나 받는지는 모르겠다. 주로 관광객과 흥정을 하며 택시를 알선해 온다.
자 이제 내차례다. “헤이 아미고, 어디까지 가냐?” 우리는 비냘네스로 간다. 그래 얼마야? 비냘레스까지는 너무 멀어서 80은 줘야한다. 뭐라고? 너무 비싸다. 우리가 시오맘에게 사전에 택시 얼마냐고 물어봤을때는 60쿡 정도는 줘야한다고 들었는데 그것보다 20이나 더 부른다. 도대체 정가가 얼마길래 이렇게 차이가 나는거지? “노! 투머치 익스팬시브” 우린 돈없어. “50으로 가자!” 그랬더니 되려 저쪽에서 난리다. “노노 그렇게는 안돼, 거기까지 가면 우린 또 돌아와야하는데 멀잖아.” 헐퀴 우리나라 택시 기사들이 우리집갈때 늘 하던 얘기다. 그래도 어쩔수없다. 우리도 80을 주고 갈수는 없다. 버스타고 가면 인당 12쿡인데 인당 20쿡씩 주면 랍스타 한마리가 날라간다. ㅎㅎㅎ 그래 흔들리지 말고 버티자! 70은 어때? 노우, 우린 그런 돈 없다니까! 했더니 저 노란택시는 120을 줘야한다며 이렇게 가는게 훨씬 싸단다. 그러면서 노란택시 기사에게 비냘네스까지 얼마에 가는지 직접 물어주며 손바닥에 택시비 120을 써주는걸 보여준다. 그래그래 알았다니까 나도 그정도 정보는 알고 흥정하는거거든?
흥정의 기본, 쫄지마라!
흥정과 협상의 기본은 쫄지않고 주도권을 쥐는거다. 여튼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 호텔의 인포메이션 센터로 가서 버스 가격과 버스를 어디서 예약하는지 혹은 여행사 버스를 탈순 없는지 다른 정보를 알아보고 잠깐 로비의자에 앉아 생각을 정리하고 있었다. 그 순간 저 멀리에서 우리가 호텔에 들어가는걸 봤는지 아까 그 녀석이 다시온다. 좋아좋아. 50에 가자! 헐.. 뭐야,.. 그사이 50에 갈수있는 택시를 찾은 건가?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그 기사에게 갔다. 그런데 지금 떠나잔다. 뭐야 이녀석 -_-;; “노노 낫 투데이, 위 고잉 투마로우!!” 천천히 또박 또박 단호히 얘기한다. 그랬더니 “오케이 오케이” 그래 내일 가잖다. 그러면서 까사 번호를 묻는다. 아뿔사! 까사 전화 번호를 알고 있다면 까사 주인과 통화해서 데릴러 오는 시스템이구나!! 어쩔수 없이 우리는 내일 11시 이곳에 다시 오겠다며 이름을 남기고 자리를 나왔다.
하바나의 마지막밤.
오늘은 왠지 술없이 이곳을 떠나기엔 아쉬워서 까사에 있는 다른 여행객들과 오후 5시에 비에하 광장에서 맥주나 하자며 약속을 잡았다. 그리고 외로이 혼자 여행중인 멜~이히크도 불러내 5시에 비에하 광장에서 보자고 약속했다. 그리고 약속시간이 되자 비가 오기 시작한다. 젠장 망했다! 약속장소에 한 10분쯤 늦었는데, 아침에 멜이히크가 자긴 거기 위치를 잘 모르지만 그냥 찾아보겠다고 했는데,.. 헐 내가 늦어 버렸다. 주변을 둘러봐도 멜이히크는 없다. 한 20분쯤 욱과 파 그리고 나 이렇게 3명이서 기다리다가 자리를 잡고 앉았다. 요즘 한국에도 종종 보이는 5L짜리 맥주를 시켜놓고 옆지기를 기다린다. 오랜만에 생맥주다. 그동안 먹었던 부카데로나 크리스탈 같은 쿠바 맥주와는 차원이 다르다. 아~ 좋다! 하지만 내가 만든 맥주가 사실 더 맛있다. 여기서 맥주를 만들어 팔수도 없고,.. ㅎㅎ 이렇게 아바나의 밤도 깊어진다.
뒤늦게 와이프가 도착하고 욱과 파 그리고 우리 부부 4명이서 이렇게 아바나를 보내기가 왠지 아쉽다. 까사로 돌아가는 길에 라임 3개와 제일 싼 하바나 클럽 1병과 사이다를 하나 사서 돌아왔다. 나름 칵테일 재료가 갖춰졌으니 그냥 믹스~!! 굿바이 하바나 다시 돌아올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