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5일
어느덧 결혼한지 35일이 지났다. 그리고 35일만에 처음으로 와이프와 아침 운동을 나갔다. 시간은 아침 7시! 왠지 기분이 좋다. 아마 한국에 있었다면 이렇게 둘이 아침 일찍 일어나 걷는 날이 없었겠지? 일주일에 한번은 같이 운동하는 거다! 오케이?
단수
상쾌한 아침운동으로 전신을 자극했더니 혈액순환도 잘되고 장운동도 활발해졌다. 신호가 온다. 화장실로 가본다. 아침에 나올때 물이 안나왔는데.. 헐퀴 여전히 안나온다. 젠장 망했다! 오펠리아 할머니 말씀으로 시간이 지나야 물이 나올꺼란다. 제발 플리즈!!
울 할머니가 그랬지,.. 소변은 참으면 병 되고 똥 참으면 약 된다고,.. 아놔,.. 안되겠다. 중력의 힘이 너무 강하게 느껴진다. 누워야겠다. 조금 나아진다. 하아~ 하바나에서도 단수가 있긴 했지만 여기 시엔푸에고스에선 없을줄 알았는데,… OTL
인터넷이 없는 삶
다행히 1시간 뒤에 찝찝함을 덜어냈다. 이제 해가 기울고 또 어슬렁 나와 걸어본다. 이 도시의 거리 거리가 익숙해졌다는 의미는 이제 곧 여기를 떠나야 된다는 의미다. 내일이면 이곳도 안녕이구나. 내가 좋아했던 호세마르티 광장 그리고 이 작은 부두도 이제 안녕이다! 내가 온전히 이곳 쿠바를 즐길수있는 이유도 어쩌면 인터넷이 없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이직하고 시작했던 철학 스터디에서 인터넷 없는 삶(unwired life)에 대한 주제로 이야기를 한적이 있다. 그 이후에 가끔씩 인터넷이 없는 삶을 살수 있을까를 실험해봤지만 매번 실패했다. 시도 때도 없이 알려오는 알림과 문자 그리고 메시지들은 나의 의도와 관계없이 나를 인터넷으로 끌어다 놓는다. 하지만 지금 나는 완전히 분리된 공간에 있다. 심지어 핸드폰 문자 메시지도 없다! 그런데 나는 지금 살아있다! 실험할때 최장시간이 단 4시간에 불과했는데 나는 지금 장장 12일이상을 버텨내고 있다. 인터넷이 없어도 살수 있긴 있구나!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