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여행 Day21, 공포의 비둘기

2015년 11월 30일

새벽 4시부터 울어대는 오리 소리에 결국 잠을 깼다. 5시쯤 되니까 닭도 합세한다. 도대체 어제는 어떻게 잔거지? 오늘은 도저히 안되겠다. 버티다 버티다 일어난 시간은 7시! 운동이나 가자!

이웃집 까사

상쾌한 아침운동후 집에 돌아와 짐을 싼다. 처음 이곳에 도착했을때 2박만하고 가려했으나 2박은 생각보다 훨씬 짧은 시간이었다. 특히 우리처럼 오후 늦게 도착해 방을 늦게 구하는 날이면 사실상 이곳을 둘러볼 시간은 하루 밖에 안되는 거였다. 더구나 짐도 많은데 짐 한번 풀었다가 짐 다시 싸는대도 시간이 꾀나 걸린다. 진짜 이틀은 너무 짧다. 이틀을 더 연장하고자 어제 저녁 먹고 얘기했을땐 이미 늦었다. 이미 오늘 손님 예약을 받았단다. 어쩔수 없이 이사를 해야하는 상황인데 고맙게도 말레네 아주머니가 같은 가격에 이웃집을 소개해주셨다.

이웃집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그리고 생각보다 방 컨디션이 좋아 보인다. 물론 맘에 걸리는 부분도 몇가지 있었으나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주인 아주머니가 잠깐 외출하셨는지 일단 이집 아들래미가 키를 줘서 짐을 풀었다. 아들래미는 12살정도 되보인다. 똘똘하게 생긴녀석~ 훗~ 이집은 독채라 뒷마당도 있다. 그런데 바로 옆집에 닭도 있다. 젠장 망했다.

전망대

집을 옮겼으나 마냥 주인집 아주머니를 기다릴순 없어서 일단 우리 일정대로 욱과 파를 만나러 나왔다. 옆지기는 어제 자전거 타느라 고생을 했는지 오늘은 버스를 고집한다. 근데 5쿡짜리 버스를 타기에는 이 동네 너무 작다. 왠지 돈이 아깝다. “오빠는 그냥 전망대만 보고 집에가서 빨래하고 쉬고 싶은데 너 버스타고 싶으면 버스타. 파! 내 와이프 좀 잘 케어해줘!” 근데 옆에 있던 파가 욱과 내가 걸어갈꺼라니까 금새 입장을 바꿔 자기도 걸어 가겠단다. “그래 그럼 다 같이 걷자!”

이렇게 쿠바 4인방은 다시 합체!! 전망대까지는 걸어서 15분정도 걸린것 같다. 언덕이었지만 생각보다 그늘이 좀 있어서 걷기는 수월했다. 전망대라고는 하지만 전망대라는 글자는 없었고 그냥 호텔이었다. 가이드 북에는 호세 마르티였나? 여기왔다가 경치가 너무 좋아서 호텔을 지었다는데 진짜 왜 지었는지 이곳에 와보니 딱 알겠다. 나라도 호텔을 지었겠다!!

호텔 수영장을 가로질러 구릉지위에 펜스가 없는 그림같은 테라스가 보인다. 맥주도 1.25쿡! 호텔인데 맥주는 시내보다 더 싸다! 시원한 그늘에 앉아 경치를 보며 맥주 한잔을 들이키니 신선노름이 따로 없다. “아! 와이파이! 와이파이만 있으면 딱인다.” 개발자 아니랄까봐 이런곳에서 코딩하면 진짜 한 3일내내 코딩만 할수도 있겠다 싶다. 물론 모기만 없다면,.. ㅎㅎㅎ

흡혈 파리

비냘네스는 아무래도 산지라 그런지 모기가 정말 많다. 근데 모기인지 사실 모르겠다. 어제 아침 운동하고 거실에 앉아 글을 좀 쓰고 있는데 팔다리가 따끔 거려 손바닥으로 내려 치고 나서 보니까 파리처럼 생긴녀석이 내 피를 한모음 빨아먹고 있는게 아닌가!! 아 이게 솔지가 페루에서 엄청 물렸다던 그 흡혈파리인가 보다. 피를 빨아먹었는지 구멍이 뻥 뚫려 있는것이 어찌나 가렵던지 하도 긁었더니 이제 딱지까지 생겨버렸다. 아! 진짜 완벽한 동네는 없는 것인가?

맘에 들지 않는 까사

전망대 구경을 실컷하고 내려오다 우연히 시오마라에서 같이 묵었던 영란씨를 만났다. 영란씨는 휴가차 쿠바에 온거라 우리와는 다른 호흡으로 정말 짧게 짧게 많은 곳을 왔다갔다하고 있었다. 무려 트리니나드를 하루만에 찍고 300km 나 떨어진 이곳 비냘레스까지 왔다니 대단하다. 그리고 아까 욱과 파를 2시에 만나기로 했는데 자기가 늦게와 못만나서 지금까지 이 광장에서 기다리고 있단다. 헐~~ 정말 뚝심하나는 대단하다. 저녁먹고 8시에 다시 만나기로하고 우리는 집으로 고고씽

드디어 주인집 아주머니를 만났다. 근데 인상이 좋지 않다. 일단 체크인을 마무리하고 저녁을 부탁했다. 가격은 인당 8쿡! 닭요리 밖에 없다해서 주문했지만 솔직히 좀 너무 비싼거 같다. 그래도 뭐 방값이 싸니까!! 빨래나 하자!

공포의 닭둘기

룰루랄라 빨래를 널어놓고 현관앞 흔들의자에 안자 흔들흔들~ 정신이 점점 혼미해진다. 그런대 이때!! 이상한 소리가 들린다. 푸드덕 푸드덕! 뭔소리지? 금방 아들래미가 우리집 뒷마당쪽으로 가긴했는데,.. 푸드덕 푸드덕 또 소리가 들린다. 소리가 나는 곳은 우리집과 옆집 담벼락 사이 공간에서 나는듯 싶다. 고개를 슬쩍 디밀어 뭔가 봤더니 이집 아들래미가 새장 속 비둘기에게 뭔가를 먹인다. 아들래미와 내가 눈이 마주쳤다. “올라~” 아들래미가 인사한다. 순간 소름이 돋는다. 아! 머지? 설마!! 아니겠지? 오늘 저녁 뽀요(닭)를 시켰는데… 설마 아니겠지?

“건빵아!” “응? 뭔소리야?” “이집 아들래미가 비둘기한테 약을 메기는거 같애! 아마도 우리 저녁같다.” “꺄~~!! 하지마! 그런말 하지마!! 나 그럼 저녁 안먹을꺼야!” 아 머지? 이집 도대체 뭐하는 집이지? 점점 공포가 엄습 해온다. 아니겠지? 아닐꺼야? 그치? 그런데 옆집 아저씨도 비둘기에게 아까 뭔가 메기는거 같던데,.. 나푸탈렌인가? 청산가리? 아 이동네 뭐야~!!

저녁 시간

저녁을 기다리는 내내 닭둘기는 아닌지 의심이 간다. 잠깐 외출했다 돌아와서 제일 먼저 확인한곳은 바로 아까 아들래미가 약(?)을 먹였던 그 새장이었다. 어두워서 잘 보이진 않으나 핸드폰 후레쉬로 비춰본다. 아! 있다! 휴우~! 아.. 그게 먹이인건가? ㅋㅋㅋㅋ 아놔ㅋㅋㅋ 허탈하다. 그럼 맘편히 저녁을 기다려보자.

짜잔~ 드디어 8쿡짜리 저녁 공개!.. 헐퀴! 이게 다야? 닭다리 하나에 밥알 몇개가 전부인 이게 설마 8쿡? 헐~~ 후회가 물밀듯 밀려온다. 그냥 영란이네랑 같이 먹을껄 ㅎㅎㅎ 먹는 내내 체면을 걸어본다. 그래도 엊그네 여기와서 먹은 4.5쿡 뽀요보다 맛있는거야! 양은 좀 부족하지만 맛은 더 있어! 이건 맛있는거야! 밥도 먹으면 배부른거야! 먹는내내 체면을 걸어 후회의 파도를 막어냈다. ㅎㅎ

대강 배를 채우고 욱과 파 그리고 영란씨까지 독수리 5형제가 다시 뭉쳤다. 광장주변을 배회하다 늦은밤 우리가 자리잡은 곳은 레스토랑도 아니고 바도 아닌 현지인들이 주로 애용하는듯한 마트앞 공원이다. 오랜만에 오붓이 모여서 영어와 한국어를 섞어가며 도란도란 쿠바의 이야기 꽃을 피운다. 칸쿤에 돌아가면 꼭 더티댄싱과 모터사이클 다이어리를 봐야겠다.

불꽃남자

UI 개발자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

이 사이트는 스팸을 줄이는 아키스밋을 사용합니다. 댓글이 어떻게 처리되는지 알아보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