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장 빼기
500 유로를 환전하기 위해 거리로 나섰다. 일단 저녁을 먹기위해 음식점을 스캔하면서 환전상이 내건 가격도 빠르게 스캔했다. 오호! 그래 오늘 거래는 저기서 해야겠다. 환전소로 들어갔다. 정식 환전소 처럼 보이진 않았고 여행상품도 같이 파는 곳이었다.
“나 500 유로 환전할꺼야” / “어디서 왔어?”, “숙소는 어디야?” 자꾸 거래하는데 말 시킨다. 뭔가 낌새가 이상하다. 정신 똑바로 차려야겠다. 밑장 빼기가 성행한다니 돈을 꼼꼼히 새야겠다.
“근데 너네 전부 5만 루피아야? 더 큰 돈은 없어?” / “응 없어 오늘 아침에 큰돈이 다 나가고 이거밖에 없고 나머지도 애들한테 빌려온거야” 그러고보니 환전소에 또다른 한명이 더 있었다.
돈을 20장씩 묶어서 여덞 묶음을 데스크에 펼쳐 놓는다. 음 저렇게 하면 100만 루피아씩 8개니까 800만 루피아가 되는군.. 이제 나머지 작은 돈을 계산하면 되겠어. 사실 나는 조금 헷갈려서 20장씩 크로스로 포갤려고 했더니 얘들이 헷갈린다면서 다시 펼쳐놨다. 그리고 나머지 단위도 같은 방식으로 정리해서 책상위 펼쳤다.
“됐지? 세어봐 8개 맞는거지?” / “응 맞네 거래하자!” 했더니 순식간에 얘들이 하나로 포개서준다. 역시 거래는 참 빨라.
그리고 집으로 돌아왔다. 비오는 거리를 걷다보니 허벅지에 흙이 잔뜩 묻어서 샤워부터 했다. 룰루랄라 한참 샤워하고 나왔더니..
“오빠 돈이 없어. 20장 묶음 3개가 없어… ” / “응 뭐라고?”
다시 세어보니 정말 20장 묶음 3개가 없다.
“여보야 언능 옷 입어 가자!”
밑장 빼기가 많다고 20장중에 한 두개를 뺀다고만 생각했지 이렇게 몇 묶음을 통째로 빼갈지는 상상도 못했다. 분명 눈으로 계속 보고 있었는데 어떻게 빼간거지? 정말 신기하다.
반격
그런데 이상하게 마음은 평온하다. 화내봐야 내 입만 아프니까 조용히(?)처리 해야지 하는 마음으로 갔다. 위치는 정확히 아니까 상관 없는데, 늦은 시간이라 문닫고 갈까바 살짝 걱정했다. 조금만 더 가면 아까 그 환전소다. 그런데 옆지기가 나를 불러 세웠다.
“오빠 얘같아. 아까 거기 있던애.. 얘 맞아!” 그 녀석과 눈이 마주쳤다. 내게로 다가온다.
어 얜가? 아.. 맞네.. ‘너 이녀석 이리와바..’하는 심정이었지만 조용히 어깨에 손을 걸고 살짝 힘을 줬다. 그리고 조용히 얘기했다.
“아까 환전했는데 잘 봐바. 하나, 둘, 셋, 넷, 다섯, 3개가 없어 니가 내돈 빼갔지? 나 경찰 부른다”
그런데 이 녀석의 반응은 의외다. “아.. 그 유로” 하면서 500 유로를 테이블 위에 꺼내 놓는다. 나는 잽싸게 500 유로를 내 주머니에 찔러 넣었다.
“아.. 그럴리가 없는데,.. ” 이녀석은 다시 한장 한장 센다.
“됐어 나간다.. XXXX” 영어로 욕을 한바가지 쏟긴 했는데 뭔가 시원치않다. 똥을 싸다만 느낌이다.
욕을 하려면 인도네시아어로 했어야 했다. 욕을 배워야겠다.
안도
집에와서 가만 생각해보니 도무지 이해가 안간다. 내가 사기꾼이라면 분명 도망 갔을꺼다. 아까 분명 환전하면서 나의 동산을 파악했을꺼다. 그런데 우리가 생각보다 너무 일찍 돌아 온건가?
되려 내가 5만 루피아를 빼고 줬어야 했다. 아니야.. 그냥 그놈 머리에 돈 뭉치를 냅다 던지고 나왔어야 했다. 아.. 그게 뭔가 못내 아쉽다. 나도 역시 하수다 -_-;…
그런데 또 그녀석은 얼마나 쫄았길래 순순히 500 유로를 내줬을까? 또 한편으론 짠하다…
복습
옆지기는 집에와서 수많은 환전관련 사건 사고를 이제서야 찾아서 보여준다. 아 이렇게 꼭 당하고 나면 그동안 신경 안썼던 글들이 더 눈에 잘 들어온다 -_-.. 그래도 다행이지싶다. 이렇게 오늘 일기를 쓸 주제가 생겼으니까. 아까 환전할때 5만 루피아로만 받아서 거스름돈 2000 루피아를 되려 주고 왔는데.. 결론은 2000 루피아 우리돈 160원정도를 뜯긴 샘이다. 160원은 내 이 글로 꼭 보상 받을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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