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여행 Day16, 빨간책과 암환전 그리고 대중교통

2015년 11월 25일

아바나에는 유명한 까사가 두군데 있다. 바로 “호아끼니”와 “시오마라”라는 까사인데 호아끼니는 한국인이 많고, 여기 시오마라는 확실히 일본인이 많다. 그리고 이 두 까사에는 여행자들이 직접 경험한 정보들을 기록해 둔 노트가 있는데 표지가 빨간색이라 빨간책으로 불린다.

실전, 암거래

이미 쿠바로 온 첫날에 간접실습을 했기에 오늘은 실전이다. 전투에 나가는 사람처럼 달러를 챙기고 자신감있게 껄렁 껄렁 걸어본다. 그나저나 이길이 맞나? 아이씨 헷갈린다. 아! 맞다. 저기다! 환전소가 보인다. 썬글라스를 쓰자. 띠띠띠띠… 나의 레이더망에 검은 쌕을 찬 흑형들이 좀 보인다. 얼라? 근데 이번에 홀쭈기 백인의 급습이다. “쏼라~ 쏼라 딸라? US 딸라? 깜비오?” 올타커니 너로구나. “Yeah~” 난 이미 알고 있다는 듯이 환전소 건너편 상점으로 자연스럽게 먼저 들어간다. 자 이제 흥정을 해볼까? “쏼라쏼라~ 투 헌드래드?” 됐고 난 그런거 필요없고 그래 환전율이 얼마야? “쓰리헌드래드? 두헌드래드?” 아씨 됐다니까.. 그래 “투헌드래드” 계산기를 꺼내 200X0.95를 쓰며 나에게 디민다. “노노” 나는 단호했다. 나이니에잇! 그랬더니 그렇게는 안된다며 고개를 젓는다. 그래? 그럼 “포헌드래드 나이니세븐!” 어때? 잘 못알아 들은 눈치다. 그랬더니 니가 쳐보라며 계산기를 디민다. 나는 400X0.97을 썼다. 그랬더니 얘가 0.97을 지우고 다시 0.95를 쓴다. 기 싸움인가? 그래? 그럼 이건 어떠냐? 500 x 0.96!! 안돼? 그럼 나도 안돼! 너랑은 거래 불발이야! 나 간다. 하며 문을 박차고 나가려니 다음 선수가 홀쭈기에게 그래 얘 얼마에 한다는거야? 하는 눈치로 물어보는거 같다. 두번째 선수 등장이다. 그래 나는 500달러 0.96에 할꺼야. 했더니 오케이한다. 좋아 성사다. 근데 조금 아쉽다. 그래서 600 x 0.97을 내 핸드폰 계산기에 재빠르게 쓰고 쓰윽 디밀었다. 했더니 자긴 600달러만큼의 돈은 없단다. 그래 그럼 할수없지! 콜!

이제부터 본거래다. 나는 쪼랩이 아니니까 달러를 먼저줄 순 없지! 아하하하.. 일단 달러를 주머니에 찔러 넣고 먼저 받은 쿡의 절반을 와이프에게 건냈다. 부창부수가 따로 없다. 우린 한장한장 위폐와 찟어진 부분이 없는지 검사한다. 오케이 이상없군! 이제 됐니? 그럼 500달러 이리내놔 하는 눈치다. 하지만 이대로 줄 순 없다. 우린 모네다도 필요하다. 사전에 와이프와 약속된대로 받은 쿡에서 가장 헌 20짜리 쿡 석장을 다시 추려 건내 주며 “모네다로 바꿔줄수 있냐?” 물어본다. 그랬더니 얼라? 이녀석 안된다고? 모네다가 없다는거야 안해준다는거야? 그래? 그럼 우리 거래는 파기다. 받은 쿡을 전부 돌려주는 시늉을 하자. “오케이” 이러면서 잠깐 기다리랜다. 모네다만 전문으로 바꿔주는 세번째 선수가 등장했다. 헐퀴,… 뭐가 이래 사람들이 왔다갔다야. 근데 이녀석이 잠깐 기다리더니 한참을 기다려도 오지 않는다. 밖의 상황을 보아하니 이녀석들도 건녀편 환전소 경비들의 눈치를 좀 보는거 같다. 아하~ 얘들도 쫄리는건가? 막 내맘대로 상상을 하며 기다리고 있는데 드뎌 등장이다. 나는 1쿡에 얼마줄꺼야? 묻지도 않고 60 x 24 = 1440 를 계산기에 두두려 놓고 은근슬쩍 압박했다. 했더니 돈이 모자른지 다시 잠깐만하고 나갔다오더니 딱 1440을 맞춰온다. 좋다. 모네다 환전은 성공! 이제 다시 두번째 선수가 오더니 됐니? 하는 눈치다. 나는 프로답게 턱으로 슬쩍 끄덕이며 주머니에 찔러넣었던 500달러를 넘겼다. 이로써 실전 임무수행 완료! ㅋㅋ

오늘은 이렇게 시작부터 성공적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어제 안디 미겔 생퀴한테 당한거는 벌써 잊었다. 이제 먼저 말걸어오며 친한척하는 쿠바노는 믿지 않기로 했다. 내가 필요할때 도와주는 녀석들만 우리편으로 할꺼다. 물론 이런 룰은 쿠바에서 만이다.

T1 관광 버스

아나바에는 T1과 T3 관광 버스가 있다. T1은 5쿡(CUC)이고 지붕없는 2층버스다. T3는 3쿡(CUC)으로 지붕이 있다. 우리는 T1 버스를 타기로 했다. 대략 2시간 정도 걸리는 노선이라는데 아바나의 서쪽을 돈다. 한참을 타고 있자니 왠지 어제의 기억을 떠올릴 만큼 거의 비슷한 루트로 버스가 지나간다. 헐퀴 어제 한시간 넘게 걸은 거리를 이버스는 단 5분만에 지나가고 있다. 젠장… 어제 탈껄..-_-;.. 어제 탔음 안디와 미겔 이녀석들도 안만났을텐데… 여튼 뭐,..직접 겪어야 경험이지.. 그나저나 오늘따라 볕은 왜이렇게 따가운지 미치겠다. 썬크림을 다시 덕지덕지 바르며 꿋꿋하게 2층 자리를 고수했다. 예전에 호주에 갔을때도 관광버스를 탄적이 있었는데 그때도 비슷한 느낌이었다. 역시 어느 지역이나 무조건 첫날은 동네 마실보다는 관광버스를 타며 도심 곳곳을 눈에 익혀두는게 좋지 싶다.

까사 블랑카로 가는 배

늦은 점심을 맛나게 먹고 우리는 다음 행선지인 모로성을 가기로 했다. 일단 강 건너라 버스를 타든 배를 타든 해야하는데 우리는 배를 타보기로 했다. 가이드 북에는 현지인에게는 10 모네다. 관광객에게는 1쿡을 받는다고 쓰여 있던데 우리는 오늘 쓰기로 한 돈을 이미 밥먹는데 거의 소진한터라 주머니엔 달랑 1쿡짜리 동전 3개와 모네다 지폐밖에 없었다. 에라 모르겠다. 그냥 모네다내자. 어쩔수없다. 근데 여기는 배타는대도 가방 검사를 한다. 검사를 받고 국내용 줄과 외국인 줄이 따로 있나 멀찌기 서서 두리번 대니까 저 앞에서 이리 오라 손짓을 한다. 그래서 갔더니 표를 따로 사서 내진 않고 바로 현금으로 내는듯 싶다. 그래서 그냥 지갑에서 20 모네다를 쥐어줬더니 아무말없이 올라 타란다. 잉? 머징? 모네다도 받구마잉. 뒤늦게 안 사실이지만 배타는 줄이 왼쪽은 까사블랑카로 가고 오른쪽 줄은 또 다른 곳으로 가는 줄이었다. 다행히 우리는 왼쪽 까사블랑카로 제대로 탔다.

까삐톨리오로 돌아오는 버스

까사블랑카에서 내려 모로성까지 가는 길은 또 아바나 시내와는 다르게 조용하다. 역시 난 조용한 곳이 좋다. 하지만 모로성까지는 너무 멀다. 슬슬 지쳐간다. 돌아기긴 틀려먹은 거리다. 시간은 벌써 6시, 해는 저물어 가고 있다. 옆지기의 표정이 슬슬 어두워진다. 이미 내 표정도 어두워지는 해만큼 어두워졌다. 노을을 보러 왔건만 눈밑에 다크만 보고 돌아가야할것 같다. 일단 버스정류장을 향해 직진!!.. 가이드북에는 일반 버스에 대한 정보는 딱히 없었다. 다만 빨간책에 의하면 모로성에서 버스타고 돌아올수있다고 했다. 그것만 믿고 여기까지 왔건만 이제는 버스비가 문제다. 도대체 얼마지? 옆에 앉은 할머니에게 물었다. 아! 물은게 실수였나? 못 알아듣겠다. 다행히 와이프가 어찌저찌 대강 알아들은 눈치다. 결론은 1모네다씩 내고 타면 된다는 것 같다. 일단 올라타자!

1 모네다 동전을 넣고 올라탔더니 오잉~ 문제 없다. 우와~ 버스비 진짜 싸네!! 괜히 걸어왔다. 이가격이면 그냥 버스타고 오는건데. -_-;;.. 스페인어를 모르니까 정말 눈뜨고 고 배어가도 모르겠다. 공부를 좀 해야겠다. 버스를 타고 집에 오려니 노을이 참 멋찌게 진다. 아,.. 왠지 그냥 돌아가는게 아쉽다.

덧,

버스비는 1모네다보다 작은 40센타보정도 되는듯 싶다. 1모네다 내고 2명이 타고도 남는 금액이다. 아놔 1모네다 내고 좋아라했는데 그것보다 더 싸다니..-_- 한국돈으로 환산하면 버스는 20원정도 되는듯 싶다. 20원이 뭐라고.. 아오~ 쿠바에 오니 20원도 왠지 아깝다.

세계여행 Day15, 말레꼰 그리고 데스노트

2015년 11월 24일

오늘은 정말 잊을수 없는 날이다. 꼼꼼히 기록해둘테다!! 오전에는 도로 중앙에 길따라 길게 늘어진 공원이 있는데 스페인의 영향을 받았는지 여기도 프라도 공원이다. 오늘은 이 길을 따라 쭉 걸어볼 생각이다. 이길을 따라 쭉 걸으면 방파제가 나온다. 방파제는 스페인어로 말레꼰이라고 부른다. 방파제 위를 걷다보면 파도가 방파제에 부딛쳐 부서지는 모습이 빛과 어울려져 장관을 이룬다.

무작정 걷기

여튼 이 말레꼰을 한참 걷다보니 이제 슬슬 지쳐온다. 말레꼰 주변에서 물을 하나 사서 옆지기와 다음 일정을 논의했다. “나는 오늘 왠지 아바나 대학에 가보고 싶다잉~” “그래 가보자” 그렇게 시작된 고행의 길. 끝없이 어어진 아바나의 구심지는 여전히 다른게 하나도 없다. 매연에 먼지에 시끄러운 차소리 더러운 길,.. 처음엔 이것도 좋다 싶었는데 체력이 떨어지니까 이젠 점점 싫어진다. 드디어 대학에 도착했다. 오면서 내내 김일성 제1대학이라는 별칭으로 부르며 왔는데 왠지 제 2대학처럼 캠퍼스가 그렇게 커보이진 않았다. 그늘을 찾아 일단 자리에 앉았다. 왠지 그림이 그리고 싶다. 스케치북을 꺼내 마의 15분을 지나 대략 30분간 스케치를 하다가 문득 내가 너무 어려운 집을 그리는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창살이며 장식용 무늬며 하나도 쉬운게 없다. 더구나 내가 들고 있는 0.2미리 펜으로로는 도저히 세밀하게 표현을 못하겠다. 역시 못난 목수가 연장탓한다고.. 이제 그만! 반만 그리고 나중에 그리겠다며 사진을 찍고 대학 구경이나 하자며 계단을 오른다. 벤치가 보인다. 잠시 쉬자!

안디, 미겔 그리고 호르헤

나는 새로운 사람을 만날때 가능하면 편견없이 사람을 대하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나는 새로운 사람을 만난다는 것 또한 여행의 즐거움 아니겠는가! 라는 순진한 생각으로 쿠바를 여행하고 있었다. 하지만 연이틀 쿠바에서 만난 사람들은 내가 너무 순진했음을 뼈져리게 느끼게 해줬다.

벤치에 잠시 쉬며 멍때리기도 전에 두 사람이 내게 다가왔다. 철학과 학생이라고 밝힌 이들은 안디와 미겔, 친근하게 생긴 녀석들이 먼저 말을 걸어와주니 괜히 기분이 좋다. 그리고 한국에서 왔다니까 가방에서 사진을 꺼내 보여주며, 이 학교 어학당에서 만나 한국 친구가 있다며 사진을 보여준다. 예쁘장하게 생긴 여자애가 보였다. 한국 여자가 맞긴 맞아보였다. 사진 한장에 나도 모르게 경계심이 풀렸다. 이어서 이 학교에 대한 설명을 줄줄이 알아서 해준다. 신이 난 나는 왠지 모르게 피곤함도 싹 사라졌다. 와이프에게 이런게 리얼이라며 내가 바라던 여행이 이런거란 표정을 지어 보였다. 안디와 미겔은 캠퍼스 곳곳을 영어로 소개해주며 사진도 같이 찍어줬다. 왠지 와이프도 덩달아 신이 났는지 나보다 더 많이 이것저것 물어보는거 같다. 여튼 그렇게 한 20여분 학교와 학교 주변 설명을 들었다.

쿠바 학생들은 대학이 무료고, 무료인 대신에 주마다 이틀동안 몇시간씩 작업장에서 일을 좀 해야 한단다. 안디는 학교 바로 앞에 있는 럼 공장에서 주말마다 청소를 하는데 전문가가 아니라 럼을 제조하거나 하진 않고 보조적인 청소같은 일을 한다고 한다. 럼 공장에 온김에 궁금할걸 물어봤다. “여기 왔더니 하바나 클럽이 많턴데 저게 하바나 클럽이야?” 노노 하바나 클럽은 하급이란다. 럼은 레전다리오 7년산이 최고급이며 나중에 꼭 레전다리오를 마셔보라 한다. 안디와 미겔은 우리를 끌고 또 여기저기 설명하느라 바쁘다. 이자식들 너무 친절하다. 쿠바사람들 친절하다고 하는데 이런걸보고 친절하다고 하는건가 싶다.

쿠바의 1인자인 피델 까스트로가 하바나 대학에서 공부할때 묵었던 집이라며 어느 가게로 안내한다. 지금은 바인듯 싶다. 문 앞에 들어서자 오크통 몇개가 보인다. 목도 마르고 왠지 마시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마셔볼래? 물어본다. 그래 맛 좀 보자! 하며 자리에 앉았더니 알아서 넉잔을 시킨다. 이때부터 옆지기는 이상함을 감지했다고 한다. 나는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내가 마신것은 네그롱이라고 하는데 하얀럼과 짙은색 럼을 타서 만든 모히또 같은 음료다. 맛은 싱거웠다.

자리에 앉아 이 얘기 저 얘기 하다보니 쿠바 기념품으로 뭘 사갈꺼냐 물어본다. 아마도 럼과 커피 그리고 시가를 사가지 않을까? 싶다라고 얘기했는데 이녀석이 덥썩 낚아 챈다. 이제와 생각해보니 내가 낚인듯 싶다. 자기는 학생이라 학교 샵에서 뭐든 반값에 살수있단다. 그러면서 자기가 사다 주겠다며 자리를 비운다. 우리가 말릴 새도 없었다. 솔직히 난 그 순간까지도 지금 돈이 없긴 한데 정말 싸게 살수있다면 좋겠다싶었다. 안디가 돌아왔다. 하얀봉지엔 레젼다리오 7년산 럼 2병과 25개비 쿠바 시가 그리고 커피 두봉지가 담겨 있었다. 고맙다고 덥썩 받았는데,.. 가격이 궁금해진다. 그래 얼마야? 150달러! 잉 뭐라고? 내가 못 알아들은척하니까 은근슬쩍 120달러에 낮춘다. 이제서야 이상하다는 생각이 든다. 아! 내가 당한거구나.

와이프는 얼굴색이 변했다. 화가 난듯하다. 내가 살수없다고 우리는 하루에 25쿡만 들고 다닌다고 주저리주저리 설명하려니까 와이프가 더 화가 난 얼굴이다. 뭘 그렇게 구구절절 설명하냐며 딱 잘라 돈없다고 말한다. 그리고 방금 마신 네그롱을 계산하려고 계산서를 보니 헐퀴! 오늘 생활비를 모두 날렸다. 택시타고 집에가려했건만 걸어가야한다. 내가 사람을 너무 쉽게 믿은 탓이다. 아니 쿠바노를 너무 쉽게 믿어버렸다. 친절하다고 하더니만 개뿔 다 사기꾼들이다.

안디, 미겔, 호르헤 이 생퀴들,.. 다 복수할테닷! 데스노트 명단은 이제 3명이 됐다. 그나저나 이 이름도 다 가짜는 아니겠찌? 아우 빡쳐! 생각하면 할수록 바보같다. 진짜 영수증도 없고 팩키지라고 던져주는 모습이 영락없는 초보 사기꾼인데 내가 그걸 당하다니. 난 또 거기에 뭐하러 이녀석들 마신것 까지 계산했냐? 헐.. 젠장.. 우리가 마신것 만 계산할 껄.. ㅎㅎ 헤어질때마저도 친근한 인사없이 헤어졌다. 이제서야 분명해졌다. 안디 미겔,.. 이녀석 모두 호르켕이다!

집에 돌아와 정보북을 찬찬히 들여다보니 이런 구절이 나온다. “여기 사람들 믿지 마세요. 특히 유창한 영어를 쓰며 다가오는 사람들은 다 사기꾼입니다. 레스토랑 소개나 시가를 파는 애들이에요.” 젠장! 당했다.

안디, 미겔, 호르껭 잊지 않겠다!

세계여행 Day 14, 인터넷이 없는 나라 쿠바 그리고 까사

2015년 11월 23일

어제 만난 유진씨 안내로 밤늦게 싸돌아 댕겼더니 엄청 피곤했나보다 일어나니 11시가 넘었다. 아… 나도 20대엔 밤새 놀았는데..ㅎㅎ 오늘 일정은 뭐 늘 그렇듯 첫날이니까 동네 마실이다. 어슬렁 어슬렁 동네 주변을 돌다가 배고파서 먹은 첫끼는 길거리에서 파는 볶음밥!. 가격은 10모네다 였나? 일본식 챠슈를 하나 올리면 2모네다인가 더 비싸다. 그래봐야 우리나라 돈으로 5~600원정도한다. 근데 중요한건 맛이 없다. 가이드북에 나와 있길래 한번 먹어볼까 했는데, 역시나 가이드북은 나의 여행이 아니라 글쓴이의 여행이다. 차라리 우리나라에서 파는 컵밥이 더 맛있을꺼 같다. 물론 먹어보진 않았지만,…

인터넷을 할수있는 공원

길을 걷다보면 사람들이 옹기 종기 모여 앉아 스마트폰이며 노트북을 꺼내놓고 열중하는 모습을 자주 목격한다. 이곳이 쿠바에서 인터넷을 할수있는 공간이다. 보통 주요 호텔이나 큰 공원 주변에서 유료와이를 쓸수있다. 속도는 그닥 느리지 않다. 참고 쓸만 한 수준이다. 이곳을 어슬렁 어슬렁대다 누군가 눈이 마주치면 “와이파이?” 이런다. 그럼 “오케이” 하면서 3쿡을 건내주면 와이파이 카드를 한장 준다. 참고로 이 카드는 매장에서 2쿡에 살수있다. 와이파이 카드를 사긴 했지만 이미 난 쿠바행 비행기를 타면서 바깥 소식에 대한 궁금증을 버린지 오래다. 제대로 쓸수 있을까나 모르겠다.

아바나 밤거리

쿠바는 역시 듣던대로 치안은 매우 좋다. 자꾸 말을 걸어오는 사람들이 귀찮을뿐 소매치기를 한다거나 험상궂게 생겨도 위협을 하지 않으므로 체감 치안 지수는 더더욱 좋다. 어제 걷던 오비스포 거리를 다시 걸으며 아이스크림을 사먹어본다. 어제 그맛은 아니다. 역시 이틀만에 배불렀군! 이제 저녁을 먹을 시간이 다가온다. 아는 곳은 없고 들고 나온 돈이 사실 어제 갔던 La Luz 모네다 식당을 기준으로 딱 고만큼만 들고 나온터라 갈데가 없다. -_-; 헐퀴,.. 우리가 예산을 너무 적게 잡았나? 분위기만 보고 들어가본 식당은 칵테일 한잔값이 우리 둘 밥값과 맞먹는다. 안되겠다. 일단은 어제 갔던 식당에서 끼니를 떼우자.

든든히 저녁을 먹고 또 무작정 걷는다. 오비스포 거리를 끝까지 걸으면 해변이 나온다. 사실 해변이라기 보다는 항구인듯 싶다. 여기는 또 분위기가 다르다. 조용하고 한적하고 건물들도 다 유럽식이고,.. 그러고 보니 쿠바는 스페인 식민지였기 때문에 유럽식 건물이 많을수밖에 없다. 조용한 아바나 거리를 걷다보니 왠지모르게 북한의 평양은 어떤 모습일까? 궁금하다.

까사에 대한 환상

쿠바로 오기전 나는 몇가지 환상이 있었다. 그 첫번째는 바로 까사에 대한 환상이었다. 어느 까사(민박)를 가면 아침이 맛있고 보통 저녁은 돈을 내고 먹는데 그중에서 랑고스타가 정말 맛있다는 얘기. 아무래도 쿠바에 대한 경험이 없던 시절에 들었던 이야기인지라 머릿속에 그렸던 까사는 조용하고 한적한 마을에 굴뚝이 있는 단층집이었다. 그리고 해가 진 저녁에 창밖에서 창 안을 들여다보면 주방겸 거실이 보이고, 인자한 까사 아주머니가 식탁위에 맛있는 랑고스타를 올려주며 맛있게 먹는 모습을 상상하곤했다. 하지만 그런 까사는 이곳에 없다. 현실의 까사는 다 쓰러질듯한 유럽식 건물에 층간이 어찌나 높은지 천장은 농구골대보다 높고, 1층에 있음 참 좋으련만 보통 2~3층에 위치한 까사는 캐리어를 끌고 올라가려면 죽을 맛이다. 그리고 도어 벨을 누르면 사람이 나오지않고 2층에서 키를 밧줄에 메어 내어준다. 뭐 까사마다 다르겠지만 아바나 현지에서 이틀간 체험한 나의 경험은 나의 환상을 완벽하게 깨버렸다. 그래도 뭐 괜찮다. 이곳은 쿠바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