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여행 Day22, 싸움닭 그리고 시엔푸에고스

2015년 12월 1일

오늘도 어김없이 새벽같이 닭들이 울어싼다. 눈이 떠지질 않는다. 아마도 6시쯤 됐겠지? 처음엔 한마리가 울더니 두놈이 더 가세했다. 세놈 네놈,… 놈인지 년인지.. 이 놈의 닭모가지를 비틀고 싶다. 결국 잠을 깼다. 새벽 6시 50분! 어짜피 어제 예약한 택시가 8시 반에 떠나기로 했기에 일어날수밖에 없는 시간이다. 어제 널어놓은 빨래들은 아직 덜 말랐다. 드라이기 신공으로 더 말려보려 했지만 시간이 촉박하다. 그냥 축축한대로 입을수밖에 없다.

어제 이사온 이 집은 주인이 아무래도 밉상이다. 아침밥에 늘 나오는 계란이 없다. 설마 했는데 진짜 안나온다. 와~ 진짜 너무 하다. 너무한건지 원래 이런건지 아님 이전 까사 아줌마가 정말 잘 해준건지 너무 비교된다. 빨리 이집을 떠나고 싶다.

거짓말쟁이

8시 반쯤 오기로한 택시는 8시 45분이 넘어서야 도착했다. 그런데, 아! 이게 뭐지? 너무 작은데? 이 차를 타고 설마 6시간을 가야 되는거 아니겠지? 얼레벌레 내 짐들을 기사가 트렁크에 쑤셔넣는다. 뭔가 불편하다. 이건 아니지 싶다. 그리고 택시비를 미리 내란다. 헐퀴! 이차가 중간에 가다가 멈추면 어쩌라고 돈부터 내라는거야? 순간 열이 확나서 중개인에게 따졌다.
“야 나 이차로 못가! 분명 어제 6인승 벤이 오기로 했는데 이게 뭐야?” “헤이 아미고 왓스 프라블럼?” “뭐가 문제냐고? 니가 차가 문제얌마!. 뒷좌석이 저렇게 좁은데 어떻게 6시간을 가라는거야?” 그랬더니 이녀석도 배째라다. 오호! 그래? 그렇게 나오겠다 이거지? 결단을 내렸다. “나 이차로는 절대 못가 짐빼! 더 큰 차를 가져오던지 돈을 깍아주던지 알아서해!” 그리고 짐을 내려놓고 대치하고 있으니까 얘가 말이 안통하는지 영어를 할줄 아는 다른 중개인을 호출한다. 잠시후 덩치가 더 큰 녀석이 오토바이를 끌고 온다. 그러면서 영어로 왜 뭐가 문제냐며 따지듯 물어온다. 오호! 싸우자는건가? 목청이 높아지기 시작했다. 이런 일들은 군대에 있을때 하도 많이 겪어봐서 익숙하다. “다른 애들도 다 이차로 갔는데 넌 도대체 뭐가 문젠데 못가겠다는거야?” “야 그건 그들얘기고 난 맘에 안들거든? 도우 데이 워 해피? 아임 낫 해피! 분명 어제 예약할때랑 다르잖아!

말싸움에 지쳤는지 영어쫌 하는 이녀석도 결국 어디론가 가버리고, 처음 온 차도 가버린다. 그리고 다시 아까 처음 얘기했던 중개인과 대치중이다. 20여분의 시간이 흘렀다. 옆지기는 왜 그렇게 대책없이 안가겠다고 하면 어쩌냐고 안절부절이다. 다행히 동행하기로한 욱과 파가 내 불만에 동의했다. 욱이가 말했다. “저 차는 너무 작아서 중간중간 앞좌석과 뒷자석에 앉은 사람이 돌아가며 타지 않으면 힘들것 같아요.” 그제서야 옆지기도 별말이 기다려준다. 한번더 중개인에게 따졌다. “야 나 언제 까지 기다려야하는거야? 유 매스업 마이 스케쥴! 불쉿!” 상황이 나아지지 않차 파가 너무 시간만 보낸다며 다른 택시를 찾자고한다. “오케이 좋아 내가 욱이랑 가서 다른 택시를 찾아볼테니까 파는 여기서 좀 기다려봐”. 중개인에게 너랑은 도저히 안되겠다. 나 여기서 그만하고 내가 직접 가서 택시부를테니까 넌 가든지 말든지 알아서해. 하며 욱이랑 씩씩하게 광장으로 걷기를 1분여,.. 중개인이 우리를 부르며 택시가 오고 있다며 돌아오란다. 쌩까고 그냥가는데 아까 그 덩치 큰 중개인이 오토바이를 타고 오며 헤이 아미고, 택시 불러왔어. 어디가? 이런다. 그러면서 저기 파란 택시를 가르킨다. 올드카다! 물론 아까 그차보다 훨씬 크고 좋아보인다. 좋아! 굳!

마지막으로 한번더 체크한다. 야 어제 말한대로 인당 30쿡이야? “그래! 하지만 지금 지불해야해!” 오케이! 우리는 인당 30불씩 지불하고 1시간을 지체하고서야 시엔푸에고스로 떠났다. 나름 속으로 잘했어 잘했어! 쾌재를 부르며 가고 있는데 이 생각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2시간만에 아바나 외곽에 도착한 택시는 휴게소에 서더니 택시를 갈아타야한단다. 헐퀴! 이건 또 뭔소리야? 왠지 또 당한 느낌이다. 어제 분명 아바나 들렀다가 택시 갈아타는거 아니냐며 물었을땐, 아니라고 다이렉트로 시엔푸에고스로 간다하더니만 역시나 쿠바노는 믿을 놈이 하나 없다. 젠장! 그리고 갈아타는 택시는 아까 처음에 거절했던 조그만 푸조 승용차다! 물론 외관은 좀 더 나아보였지만 뒷자석이 좁은건 맹 마찬가지다. 이럴줄 알았음 그냥 닥치고 그냥 갈껄 그랬나 싶다.

결국 좁은 택시안에서 다리 한번 못 펴보고 힘들게 시엔푸에고스까지 왔다. 내리면서 택시기사에게 아바나에서 여기까지 얼마를 받았냐구 물었다. 60쿡을 받았단다. 아바나에서 비냘네스까지 55쿡에 갔었으니까 대충 거리대비 비냘네스에서 아바나까지 기사는 40쿡을 받았을꺼 같고 아바나에서 시엔푸에고스까지 60을 받았다니 우리가 낸 120쿡에서 중개인은 20쿡을 꿀꺽한거 같다. 헐~
물론 추정이지만 이렇게 생각하니 다음부터는 중개인 없이 기사와 다이다이를 떠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까사 찾기

말레네 아줌마에게 추천받은 숙소중에는 씨엔푸에고스 숙소도 있어서 일단은 추천해준 숙소에 도착해 가격을 물었다. 방하나에 25쿡 그리고 아침은 둘이해서 5쿡에 해주겠단다. 결국 30쿡인데 생각보다 비쌌다. 물론 숙소는 지금까지 봐온 어느집보다 깨끗했고 시원했고 말끔해보였다. 하지만 보다 저렴한 방을 원하는 욱과 파는 다른 숙소를 원했다. 숙박비를 흥정 해보았지만 주인 아줌마는 지금 시즌이라 그렇게는 할수없다며 20쿡에 가능한 다른 집을 알아봐주신단다. 어쩔수없다 다른 집을 알아보는 수 밖에,..

나는 짐을 길 중앙에 있는 공원 벤치로 옮기고 욱과 파에게 내가 짐을 봐줄테니 가서 좀더 싼 까사를 찾아보라했다. 와이프는 아까 그집에서 추천해준 다른 까사를 보러갔다. 한참을 기다리고 있는데 어떤 자전거 탄 할아버지가 다가오더니 숙소를 알아 보냐며 말을 걸어온다. 들리는건 “아비따시온” 밖에 없다. 아이 답답하네,.. 뭐라는지,.. 때마침 와이프가 돌아왔다. 그래 거기는 어때? 방은 여기보다 별론데 비넬레스랑 비슷하고, 문제는 아침이 인당 4쿡이래. 헐,.. 그럼 결국 28쿡이란 얘기잖아. 2쿡 차이이면 이 집이 낫지 않나? 여튼 욱과 파가 돌아와야 결정할수있을것 같다. 그나저나 내 옆에 있는 할아버지는 여전히 자리를 뜨지 않고 있다. “이 할아버지가 아까부터 숙소찾냐며 물어오는데 말이되야지 원,.. 어쩌지?” 와이프가 방이 얼마냐고 물었다. 하지만 할아버지는 가봐야 안다며 같이 가잖다. 헐,.. 가격도 모르면서 어쩌자는건지,.. 암튼 속는 셈치고 와이프에게 짐을 맡기고 할아버지를 따라 갔다. 할아버지가 추천해주 까사는 두블럭 정도 떨어져있었다. 이 집 주인은 할머니다. “올라~” 인사부터하고 집안 이곳저곳을 보여주신다. 방은 하난데 배드가 두개고 욕실이 따로 있었다. 상태는 괜찮아 보였다. 이제 가격을 물어볼 시간이다. 할머니에게 영어와 바디랭귀지 그리고 어설픈 스페인어로 말을 걸었다. “투 나잇, 꽈또르 펄소나~” 어쩌구 저쩌구 그랬더니 할머니가 이 방에서 4명 잘수있다는거 같다. 노노 나와 와이프가 한방을 써야된다고 얘기를 뭐라고 해야하나? “음… 위 니드 투 룸!” 아! 다행이다. 투룸을 알아들으셨다. 방은 여기 하나밖에 없고 옆집에 방이 하나 더 있단다. 그래요? 그럼 얼마에요? “꽌또 에레스” 내가 말해놓고 이게 맞나 모르겠다. 여튼 알아들으셨다. 1박에 25쿡이란다. 음,.. 비싸구만, 그럼 아침은 포함인가요? “위드 블랙퍼스트?” 노노 아니란다. 이와중에 “not include” 라는 단어는 또 왜 이렇게 잘 들리냐. ㅎㅎ 그럼 알았다고 살짝 실망한 표저으로 자리를 나오는데, 내 등뒤로 아주머니가 그럼 아침을 포함해서 25쿡에 해주겠단다. 오호! 그래요? 그럼 이집과 저집 방2개에 이틀을 묵고 블랙퍼스트 인클루드로 해서 각각 25쿡입니다. 맞죠? 라고 다시한번 확인을 받고 와이프와 얘기해보고 오겠다며 자리를 떴다.

방값을 알아보고 돌아왔더니 파도 돌아와 있었다. 우리는 각자의 정보를 종합했다. 내가 없던사이 파리 꼬이듯 까사 주인인지 중개인지 모를 사람들이 여럿 몰려있었다. 다들 자기네로 오란다. 결국 우리는 내가 알아본 숙소로 가기로 했다. 씨엔푸에고스에 도착한지 한시간이 지나서야 숙소를 결정했다. 인터넷이 되지 않는 쿠라라는 나라는 숙소예약도 이렇게 다 실시간이다. 나는 이런 흥정이 나름 재밌다. 스페인어만 더 잘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계속든다. 욱이는 내가 흥정에 타고 났다고 했다.

시엔푸에고스의 첫인상

이곳은 애초에 예정에 없던 곳이다. 한국어 가이드북에도 시엔푸에고스는 없었다. 파를 만나면서 파를 따라 시엔푸에고스까지 왔는데 정작 파는 자기를 따라온지 몰랐단다. 전부터 옆지기가 가이드북에 없는 곳을 가보고 싶다는 얘기를 하긴 했었는데 그곳이 여기가 됐다. 바둑판 처럼 길이 잘 짜여진 이곳의 거리는 깨끗했고 사람들도 한가해보였다. 깨끗한 도시라는게 곳곳에서 느껴진다. 매연도 별로 없고, 귀찮게 치노치노 말 거는 사람도 없다. 중심가는 마치 해저가는 에버랜드처럼 조용했다. 무엇보다 물가가 쌌다. 레전다리오 7년산 럼이 아바나에서 거의 10쿡이었는데 여기는 6.5쿡이다. 가격표를 보자 충동적으로 마시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와이프를 쫄라서 한병을 샀다. 럼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것들이 싸다. 대부분이 모네다로 거래되고, 외국인보다는 현지인이 월등히 많아 보인다. 이곳에서 오래 머물고 싶다.

세계여행 Day21, 공포의 비둘기

2015년 11월 30일

새벽 4시부터 울어대는 오리 소리에 결국 잠을 깼다. 5시쯤 되니까 닭도 합세한다. 도대체 어제는 어떻게 잔거지? 오늘은 도저히 안되겠다. 버티다 버티다 일어난 시간은 7시! 운동이나 가자!

이웃집 까사

상쾌한 아침운동후 집에 돌아와 짐을 싼다. 처음 이곳에 도착했을때 2박만하고 가려했으나 2박은 생각보다 훨씬 짧은 시간이었다. 특히 우리처럼 오후 늦게 도착해 방을 늦게 구하는 날이면 사실상 이곳을 둘러볼 시간은 하루 밖에 안되는 거였다. 더구나 짐도 많은데 짐 한번 풀었다가 짐 다시 싸는대도 시간이 꾀나 걸린다. 진짜 이틀은 너무 짧다. 이틀을 더 연장하고자 어제 저녁 먹고 얘기했을땐 이미 늦었다. 이미 오늘 손님 예약을 받았단다. 어쩔수 없이 이사를 해야하는 상황인데 고맙게도 말레네 아주머니가 같은 가격에 이웃집을 소개해주셨다.

이웃집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그리고 생각보다 방 컨디션이 좋아 보인다. 물론 맘에 걸리는 부분도 몇가지 있었으나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주인 아주머니가 잠깐 외출하셨는지 일단 이집 아들래미가 키를 줘서 짐을 풀었다. 아들래미는 12살정도 되보인다. 똘똘하게 생긴녀석~ 훗~ 이집은 독채라 뒷마당도 있다. 그런데 바로 옆집에 닭도 있다. 젠장 망했다.

전망대

집을 옮겼으나 마냥 주인집 아주머니를 기다릴순 없어서 일단 우리 일정대로 욱과 파를 만나러 나왔다. 옆지기는 어제 자전거 타느라 고생을 했는지 오늘은 버스를 고집한다. 근데 5쿡짜리 버스를 타기에는 이 동네 너무 작다. 왠지 돈이 아깝다. “오빠는 그냥 전망대만 보고 집에가서 빨래하고 쉬고 싶은데 너 버스타고 싶으면 버스타. 파! 내 와이프 좀 잘 케어해줘!” 근데 옆에 있던 파가 욱과 내가 걸어갈꺼라니까 금새 입장을 바꿔 자기도 걸어 가겠단다. “그래 그럼 다 같이 걷자!”

이렇게 쿠바 4인방은 다시 합체!! 전망대까지는 걸어서 15분정도 걸린것 같다. 언덕이었지만 생각보다 그늘이 좀 있어서 걷기는 수월했다. 전망대라고는 하지만 전망대라는 글자는 없었고 그냥 호텔이었다. 가이드 북에는 호세 마르티였나? 여기왔다가 경치가 너무 좋아서 호텔을 지었다는데 진짜 왜 지었는지 이곳에 와보니 딱 알겠다. 나라도 호텔을 지었겠다!!

호텔 수영장을 가로질러 구릉지위에 펜스가 없는 그림같은 테라스가 보인다. 맥주도 1.25쿡! 호텔인데 맥주는 시내보다 더 싸다! 시원한 그늘에 앉아 경치를 보며 맥주 한잔을 들이키니 신선노름이 따로 없다. “아! 와이파이! 와이파이만 있으면 딱인다.” 개발자 아니랄까봐 이런곳에서 코딩하면 진짜 한 3일내내 코딩만 할수도 있겠다 싶다. 물론 모기만 없다면,.. ㅎㅎㅎ

흡혈 파리

비냘네스는 아무래도 산지라 그런지 모기가 정말 많다. 근데 모기인지 사실 모르겠다. 어제 아침 운동하고 거실에 앉아 글을 좀 쓰고 있는데 팔다리가 따끔 거려 손바닥으로 내려 치고 나서 보니까 파리처럼 생긴녀석이 내 피를 한모음 빨아먹고 있는게 아닌가!! 아 이게 솔지가 페루에서 엄청 물렸다던 그 흡혈파리인가 보다. 피를 빨아먹었는지 구멍이 뻥 뚫려 있는것이 어찌나 가렵던지 하도 긁었더니 이제 딱지까지 생겨버렸다. 아! 진짜 완벽한 동네는 없는 것인가?

맘에 들지 않는 까사

전망대 구경을 실컷하고 내려오다 우연히 시오마라에서 같이 묵었던 영란씨를 만났다. 영란씨는 휴가차 쿠바에 온거라 우리와는 다른 호흡으로 정말 짧게 짧게 많은 곳을 왔다갔다하고 있었다. 무려 트리니나드를 하루만에 찍고 300km 나 떨어진 이곳 비냘레스까지 왔다니 대단하다. 그리고 아까 욱과 파를 2시에 만나기로 했는데 자기가 늦게와 못만나서 지금까지 이 광장에서 기다리고 있단다. 헐~~ 정말 뚝심하나는 대단하다. 저녁먹고 8시에 다시 만나기로하고 우리는 집으로 고고씽

드디어 주인집 아주머니를 만났다. 근데 인상이 좋지 않다. 일단 체크인을 마무리하고 저녁을 부탁했다. 가격은 인당 8쿡! 닭요리 밖에 없다해서 주문했지만 솔직히 좀 너무 비싼거 같다. 그래도 뭐 방값이 싸니까!! 빨래나 하자!

공포의 닭둘기

룰루랄라 빨래를 널어놓고 현관앞 흔들의자에 안자 흔들흔들~ 정신이 점점 혼미해진다. 그런대 이때!! 이상한 소리가 들린다. 푸드덕 푸드덕! 뭔소리지? 금방 아들래미가 우리집 뒷마당쪽으로 가긴했는데,.. 푸드덕 푸드덕 또 소리가 들린다. 소리가 나는 곳은 우리집과 옆집 담벼락 사이 공간에서 나는듯 싶다. 고개를 슬쩍 디밀어 뭔가 봤더니 이집 아들래미가 새장 속 비둘기에게 뭔가를 먹인다. 아들래미와 내가 눈이 마주쳤다. “올라~” 아들래미가 인사한다. 순간 소름이 돋는다. 아! 머지? 설마!! 아니겠지? 오늘 저녁 뽀요(닭)를 시켰는데… 설마 아니겠지?

“건빵아!” “응? 뭔소리야?” “이집 아들래미가 비둘기한테 약을 메기는거 같애! 아마도 우리 저녁같다.” “꺄~~!! 하지마! 그런말 하지마!! 나 그럼 저녁 안먹을꺼야!” 아 머지? 이집 도대체 뭐하는 집이지? 점점 공포가 엄습 해온다. 아니겠지? 아닐꺼야? 그치? 그런데 옆집 아저씨도 비둘기에게 아까 뭔가 메기는거 같던데,.. 나푸탈렌인가? 청산가리? 아 이동네 뭐야~!!

저녁 시간

저녁을 기다리는 내내 닭둘기는 아닌지 의심이 간다. 잠깐 외출했다 돌아와서 제일 먼저 확인한곳은 바로 아까 아들래미가 약(?)을 먹였던 그 새장이었다. 어두워서 잘 보이진 않으나 핸드폰 후레쉬로 비춰본다. 아! 있다! 휴우~! 아.. 그게 먹이인건가? ㅋㅋㅋㅋ 아놔ㅋㅋㅋ 허탈하다. 그럼 맘편히 저녁을 기다려보자.

짜잔~ 드디어 8쿡짜리 저녁 공개!.. 헐퀴! 이게 다야? 닭다리 하나에 밥알 몇개가 전부인 이게 설마 8쿡? 헐~~ 후회가 물밀듯 밀려온다. 그냥 영란이네랑 같이 먹을껄 ㅎㅎㅎ 먹는 내내 체면을 걸어본다. 그래도 엊그네 여기와서 먹은 4.5쿡 뽀요보다 맛있는거야! 양은 좀 부족하지만 맛은 더 있어! 이건 맛있는거야! 밥도 먹으면 배부른거야! 먹는내내 체면을 걸어 후회의 파도를 막어냈다. ㅎㅎ

대강 배를 채우고 욱과 파 그리고 영란씨까지 독수리 5형제가 다시 뭉쳤다. 광장주변을 배회하다 늦은밤 우리가 자리잡은 곳은 레스토랑도 아니고 바도 아닌 현지인들이 주로 애용하는듯한 마트앞 공원이다. 오랜만에 오붓이 모여서 영어와 한국어를 섞어가며 도란도란 쿠바의 이야기 꽃을 피운다. 칸쿤에 돌아가면 꼭 더티댄싱과 모터사이클 다이어리를 봐야겠다.

세계여행 Day20, 랑고스타

2015년 11월 29일

비냘네스의 아침은 닭들이 나를 깨운다. 아침부터 어찌나 울어대든지 알람시계가 따로 없다. 오늘은 꼭 아침 조깅을 하겠다며 부비적 부비적 일어나 밖으로 나왔다. 핸드폰 시간을 보니 오전 9시 30분 해가 산너머로 올라오고 있는데 구름에 가려 조깅하기에 매우좋은 날씨다. 30여분 뛰고 방으로 돌아와서 옆지기를 깨웠다. “열시야. 이제 일어나야해!” 하며 머리맡에 벗어놓은 손목시계를 보니 이제 8시다. 헐퀴! 내가 시간을 잘못봤다. “미안, 이제 8시네! 이따 깨울께”

아침운동을 마치고 조용히 식탁에 앉아 그동안 밀린 일기를쓴다.. 가만히 앉아 있다보면 어느새 타자소리와 바람소리, 새소리, 나뭇잎 스치는 소리, 닭울음소리, 옆집 애기 울음 소리 그리고 파리가 눈 비비는 소리마저 들릴 정도다. 멀찍이선 개짓는 소리도 들린다. 좋다!. 역시 한적한 시골이 좋쿠마잉~

자전거 흥정

어제 부탁한 자전거가 생각보다 일찍 도착해 우리를 기다린다. 여기는 까사 주인을 통해 자전거든 말이든 갖가지 예약이 가능하다. 자전거 주인인듯한 애들이 와서는 흥정을 시작했다. 얼마야? 그랬더니 언제까지 탈꺼냐고 물어본다. 음,.. 6시엔 돌아올껀데? 그러니까 거의 하루 종일 타는 거냐며 보통 12쿡인데 아줌마 소개니까 8쿡을 달란다. 헐퀴! 너무 비싼데? 좀 깍아줘 했더니 7쿡을 달란다. 아 그래도 비싼데,.. 그래서 와이프랑 상의해보고 오겠다며 잠시 자리를 비웠다. 의논 결과 아무래도 6시간 타는건 오바다 싶어 4시간만 타기로하고 다시 가격을 흥정했다. 그래서 최종적으로 자전거 두대에 10쿡에 해결하고 잘했다 싶었는데,.. 가이드북엔 어제 먹은 그 식당에서 2시간에 2쿡씩 빌려준단다. 헐퀴!.. 좀더 일찍 볼걸 그랬다. ㅎㅎㅎ

작은 동네, 비냘네스

비냘레스는 자전거를 타고 다니면 금방 다 둘러볼 수 있을정도로 작은 마을이다. 하지만 문제는 따가운 햇볕때문에 코스를 어떻게 잡고 가느냐 관건이었다. “우리 이길로 가볼래?” 내가 제시한 길은 지도상에 산속으로 들어가는 숲길이었다. 숲길은 왠지 그늘이 많을 것만 같았다. 그런데 문제는 그게 아니었다. 문제는 바로 비포장!! 처음엔 괜찮았다. 하지만 점점 길이 험해지는데 험해지는 만큼 옆지기의 표정도 어두워지는게 보인다. 우리 옆으로 말을 탄 관광객들이 자꾸 지나다닌다. 자전거길이 아니라 말을 타고 다니는 길같다. 괜히 이길로 왔나 싶다. 한참을 가다 결국 돌아가기로 했다. 돌아오면서 욱과 파를 만났다. 얘네들도 자전거를 빌려온 모양이다. “야 어디로 갈꺼야? 이길은 아닌거 같던데..” “형 저희는 저기로 가보려구요!” 후회할텐데… “그래 그럼 한번 가봐 그리고 끝까지 가면 뭐가 있는지도 알려줘” 그렇게 얘들을 보내고 우리는 다시 시내로 돌아왔다.

작은 동네지만 땡볕에 돌아다니는건 분명 한계가 있다. 그늘에서 한참을 앉아 있다 아이스크림을 먹다보니 시간이 훅갔다. 그리고 돌아오는 길에 욱과 파를 만났다. “야 어떻게 됐어? 끝까지 갔어?” 아! 꼴을 보니 물어보지 않아도 알것 같다. 신발은 진흙 투성이고 파의 표정이 좋지 않다. “거의 다갔는데 도저히 안되서 돌아왔어요” “그래 그길은 말길이지 자전거 길은 아니더라”

거대 랑고스타

낮에 자전거를 너무 많이 탔나? 궁디가 아파서 오늘 저녁은 말레네 아주머니에게 부탁을 해야겠다. “저녁을 좀 해주실수 있나요?” “그래 뭐를 해줄까?” “어떤거 해주실수 있어요?” 중간에 통역은 이집 딸래미 담당이다. “랑고스타, 뽀요, 비프 등등..” “랑고스타 해주세요!!” 쿠바에 가면 랍스타를 많이 먹고 오라했지! 암 그렇코 말고! 여러 요리를 동시에 하면 시간도 오래 걸리고 힘드실꺼같아 랑고스타 2인분을 요청했다. 아바나 갈리카페에서 본 랑고 요리도 여러종류가 있어서 어떻게 해주실지 무척궁금하다.

잠시후 냉동된 거대 랑고스타가 등장했다. 헐퀴! 설마 저걸 우리 둘이 먹으라는건가? 진짜 갈리 카페에서 먹은 랑고스타도 엄청 크다했는데… 이건 비교 불가다!! 허니문 왔다고해서 잘해주시는 건지 원래 잘 해주시는 건지 숙박비도 싸게 해주셨는데 랑고스타마저 완전 초대형이다. 어떻게 요리하실지 궁금했는데 찜을 해주시는거 같다. 그렇게 한 두시간이 흘렀나? 역시나 요리가 뚝딱뚝딱 쉽게 되지는 않나보다. 드디어 저녁이다!! 아! 이건 사진이 있어야 되는데 사진을 올리긴 귀찮고 아 설명을 하자면,.. 아 몰랑~

식감은 마치 닭고기 같다. 양념은 살짝 매콤한데 한국에서도 먹어본 맛이다. 하지만 어떤 맛인지 정확히 생각이 나진 않는다. 나는 그냥 배가 고플뿐이다. 그런데 먹어도 먹어도 줄지 않는 이 엄청난 양~!! 먹다보니 오히려 랑고가 작았으면 하는 생각이 들정도다. 옆지기는 결국 남겼다. 내가 좀더 먹어보려했지만 도저히 안되겠다. 아.. 내가 지금 랑고를 먹고 있는건지 닭고기를 먹고있는건지 착각이 들정도다. ㅋㅋ 여튼 난 맛있게 냠냠. 하지만 역시 랑고는 적당한 크기의 그릴 랑고가 제맛인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