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여행 Day24, 딜레마

2015년 12월 3일

쿠바에서 11일을 보내는 동안 사용한 비용을 중간 점검해봤다. 보다 쉬운 계산을 위해 달러와 쿡 그리고 모네다를 원화로 환전했다. 1달러는 1160원, 1쿡은 1220원, 1모네다는 51원으로 환율에 맞춰 변환해놓고보니 지금까지 사용한 금액은 67만원정도. 하루 5만원만 쓰기로했던 금액을 훌쩍 넘었다. 앗! 쓴것도 없는데 무슨 돈이 이렇게나 많이 쓴거지? 다시한번 액셀을 들여다본다. 범인은 도시간 이동에 쓴 택시비! 결단이 필요한 순간이다. “어떻하지? 어떻하지?”

딜레마

단기 여행할땐 한번도 돈에 대한 고민이 없었다. 그냥 쓰고 또 벌면 되니까. 하지만 장기여행은 조금 다른 기준을 가지게 만든다. 여행이라기 보다는 삶의 일부로 느껴진다. 그러다보니 한국에서 사는 것과 다르지 않다. 아낄수있는 것들은 아껴야되고 쓸땐 써야 되지만 이제 시작한 여행이라 그런지 맘껏 쓸수가 없다. 쿠바라는 나라는 분명 우리나라보다 잘 사는것 같진않다. 대부분의 물가가 우리나라보다 싼편인데 이런 싼 나라에서 꼭 아껴야되나? 이런 생각이 든다.

꼬깃꼬깃 쌈지돈을 아끼는 것보다 미국이나 유럽에서 사먹는 한끼를 아끼는 편이 훨씬 더 현명한것 같은데 그게 진짜.. ㅋㅋㅋ 생각보다 쉽지 않다. 150원에 아이스크림을 사 먹을수 있고, 햄버거와 음료를 1000원에 해결할수있는 나라다 보니 한끼에 5천원 만원을 소비하는게 생각만큼 쉽지 않다. 솔직히 이렇게 아끼는게 지금도 잘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다행인건 쿠바음식이 그렇게 맛있지 않아 뭘 먹든 똑같다는 것과 싼 음식이든 비싼 음식이든 다 내 입맛에는 잘 맞는다는 것이 그나마 스트레스를 덜 받게된다.

결단

또 다른 고민은 이런거다. 지금 이곳에서 버스나 택시를 타고 50~60km 정도 이동하면 관광객이 많이 찾는 그런 핫스팟이 있다. 물론 한국에서 다시 그곳을 가려면 엄청난 비용을 치르고 가야하기 때문에 대부분 이왕 왔으니 무리해서라도 들렸다가 간다고 한다. 원래 우리 일정은 이곳 씨엔푸에고스를 베이스 캠프로 트리니다드와 싼타클라라를 당일 치기로 다녀오는거였다. 하지만 우린 지금 돈이 없다. 아니 돈이 없는게 아니라 돈을 쓰고 싶지 않는거겠지. 그렇다고 이곳 씨엔푸에고스도 다 둘러보지 못했는데 뭔가 깃발만 꼽고 오긴 싫다. “그래 결단이 필요해!. 바라대로, 산타 클라라, 트리니다드 중에서 절대 포기 못하는 곳이 어디야?” 옆지기는 한치의 고민도 없다. “바라대로!” “그래 그럼 산타클라라와 트리니다드는 가지말자! 그냥 여기 있자!” 우리는 그렇게 비아술 버스 터미널에서 바라대로행 티켓만 샀다.

그래도 좋아.

가장 큰 미션인 버스티켓을 사놓고 보니 특별히 할일이 없다. 환전을 하려고 지도상에 보이는 환전소를 찾아 무작정 걷는다. 환전소 주변을 어슬렁 거리다보면 분명 그분들(암환전)을 만날수 있을꺼란 희망으로 걸어본다. 그런데 도무지 그 환전소가 보이질 않는다. 눈을 씻고 봐도 없다. 아 머지? 분명 이쯤에 있어야하는데?… 없다. 옆지기는 점점 지친 표정이다. 불안하다. “우리 잠깐 여기서 쉴까?” 교차로 광장에 앉았다. 피곤하니 아무 생각이 없다. 멍하니 공차고 있는 쿠바노들을 보고 있짜니 이곳에 동양인은 우리 밖에 없는거 같다. 내 귀로는 온통 내가 모르는 외계어만 들려온다. 이 순간이 마치 어디서 많이 본 장면이다. 영화처럼 주인공의 목소리만 내 귀로 들릴뿐이다.

세계여행 Day23, 쿠바에서 볼수있는 흔한 일상

2015년 12월 2일

어제 중심가를 노닐다 호세 마르티 광장을 보고 여기서 더 머물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아침을 먹고 나서 더 확실해졌다. 그리고 상의끝에 4일을 더 머물기로 했다. 그래서 이곳 오펠리아 아주머니댁에 총 6일을 묵는다. 어느덧 예정했던 쿠바의 일정의 절반 정도를 소화했는데 사람들이 보통 쿠바에 오면 첫인상이 안좋다가도 나중에 좋아지는 이유를 알 것 같다. 아바나는 더럽고 비냘레스는 물가가 비싸고, 이곳 씨엔푸고스는 깨끗하고 물가도 싸고 딱이다! 값싼 유럽같다~ 🙂

팔도 비빔면

한국에서 여러종류의 라면을 들고 왔다. 그중 하나가 비빔면이다. 한국 음식이 그리워질때 한달에 한봉지씩 꺼내먹자던 라면을 오늘 대량 소비할 계획이다. 오펠리아 할머니한테 주방을 좀 쓰겠다고 부탁을 했는데 왠지 점심 시간에 부엌이 북쩍이는거 같아. 욱이네 아줌마에게 부탁을 해보기로 했다. 다행히 오케이 싸인을 받고 부엌을 잠시 빌렸다. 마트에서 사온 달걀 2개와 오이 한개! 어설프지만 대충 구색은 갖췄다. 파도 타이완 스프라며 비장의 스푸를 끓여 내었다. 쿠바에서 먹는 첫 셀프요리! 물론 인스턴스지만 나름 해먹는 재미가 있다. 드디어 식사시간! 배가 고파 허겁지겁 먹었다! 역시 MSG의 맛은 입을 자극한다. 평소에 매운음식을 전혀 못먹는데, 배가 고팠는지 마구 들어간다. 하지만 결국 탈이났다. 역시 그럼 그렇치 –-;;, 지금껏 쿠바와서 별탈없이 잘먹고 잘 다녔는데,.. 매운 비빔면 한방에 배탈이라니.. ㅎㅎ 그래도 맛있었다. 땀을 뻘뻘 흘리면 먹는 모습이 우수운지 옆집 메르시 아줌마(아줌마라 부르기엔 나보다 어리더라..--)는 스페인어로 뭐라고 하는데, 번역해보니 최음제 먹은거 같다며 깔깔깔 웃었다.

낮 더위

매운 음식에 한방탕 홍역을 치뤘더니 기운이 쫘악 빠진다. 여긴 아바나보다 남쪽이라 그런지 훨씬 덥다. 낮엔 돌아다니기 힘들정도다. 날도 더워서 그런지 자꾸 잠이 온다. 한잠 자고 났더니 이제는 좀 깨운하다. 문득 하루가 너무 짧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회사다닐때도 하루가 짧았다. ‘여행와도 별수 없구만…’ 병인지도 모르겠다. 좀더 부지런해지고 싶다.

좀더 부지런해지기 위해선 아침을 좀더 일찍 먹어야한다. 우리는 매일 10시에 조식을 먹는데 이 시간을 좀 땡겨서 하루가 좀더 길어질것 같다. ‘과연 그럴까?’

야경이 있는 부두에서

호세 마르티 광장에서 좌측으로 걷다보면 조그만 부두가 나온다. 부두라기 보다는 작은 나룻터같다. 바람도 솔솔 불고 잔잔한 바다 위로 집들이 수를 놓는다. 꼭 물 잔뜩 바른 수채화 같다. 내 머리 뒤쪽으로는 해가 기울어 노을이 깔려 있다. 곧 있음 검은 어스름이 날 덥치겠지! 그냥 좋다. 멀지 않는 곳에선 똥토롱똥 악기 소리도 들려온다. 한국에선 이런 야경을 볼 수 없는건가? 어딘가에는 비슷한 감상을 젖게하는 곳이 있겠지? 하지만 적어도 내 생활 반경 안에는 없었다. 지금까지 한번도 내 결정에 후회한적이 없지만 정말 잘 왔다는 생각이든다. 여행을 계획하고 떠나지 않는 나는 길을 걷다 일상에서 만난 이런 풍경들이 마냥 좋다.

쿠바의 흔한 일상

어느덧 쿠바에 열흘 정도 있다보니 쿠바의 특이한 점을 발견했다. 옛 건물 곳곳에 뜬금없이 보이는 교육 시설이다. 학교 같아 보이는 곳도 있고 보육시설 같기도 하다. 아마 우리나라라면 모든 교육시설이 한곳에 붙어 있을찌 모르겠다. 아! 생각해보니 우리나라에도 동네에 유치원도 있고 도장도 있구나! 이런 사교육 시설인가? 어떤 건물 1층에는 체육관에서 유도를 배우는 학생들도 있고, 발레나 춤을 배우는 모습이 창 너머로 보인다. 이색적이다.

그리고 이곳 시엔푸에고스의 또다른 특징이라면 해가 질무렴 다들 집 현관 계단이라고 해야하나? 문지방이라고 해야하나? 암튼 계단에 걸터 앉아 담배 피는 사람, 이웃과 수다떠는 사람, 그냥 앉아서 멍때리는 사람, 집앞에서 축구하는 아이들. 어렴풋이 생각이 난다. 나 살던 옛동네도 이런 모습이었다. 집앞에서 아이들과 삼삼오오 모여 딱지치기를 했고, 병뚜껑을 돌로 펴서 병뚜껑으로 딱지치기도 했고, 병을 주어 모아 팔아서 껌을 사먹고, 동네 길이 아스팔트가 아닌 시멘트인 시절에는 대략 10~20 미터 마다 줄이 하나씩 그어져 있었는데.. 아마도 바닥에 시멘트를 바를라면 구역을 나눠서 발라야 했었을 꺼다. 여튼 이 줄에 평평한 돌을 세워놓고 망까기도 했었다. 그냥 이런 모습같다. 80년대 내가 살았던 그곳의 모습. 이곳도 이제 미국 자본이 들어오면 점점 없어질 모습중에 하나겠지? 뭔가 짠 하면서도 아련한 기억들이 믹스되는 곳이다. 이곳 쿠바는,..

그림 같은 이곳에서 나는 뭐하고 있나? 옆지기를 보고 있자니 그냥 꿈만 같다. 언젠가 내가 이 추억을 회상하던 이 시간을 또 언젠가 추억하는 날이 오겠지.

세계여행 Day22, 싸움닭 그리고 시엔푸에고스

2015년 12월 1일

오늘도 어김없이 새벽같이 닭들이 울어싼다. 눈이 떠지질 않는다. 아마도 6시쯤 됐겠지? 처음엔 한마리가 울더니 두놈이 더 가세했다. 세놈 네놈,… 놈인지 년인지.. 이 놈의 닭모가지를 비틀고 싶다. 결국 잠을 깼다. 새벽 6시 50분! 어짜피 어제 예약한 택시가 8시 반에 떠나기로 했기에 일어날수밖에 없는 시간이다. 어제 널어놓은 빨래들은 아직 덜 말랐다. 드라이기 신공으로 더 말려보려 했지만 시간이 촉박하다. 그냥 축축한대로 입을수밖에 없다.

어제 이사온 이 집은 주인이 아무래도 밉상이다. 아침밥에 늘 나오는 계란이 없다. 설마 했는데 진짜 안나온다. 와~ 진짜 너무 하다. 너무한건지 원래 이런건지 아님 이전 까사 아줌마가 정말 잘 해준건지 너무 비교된다. 빨리 이집을 떠나고 싶다.

거짓말쟁이

8시 반쯤 오기로한 택시는 8시 45분이 넘어서야 도착했다. 그런데, 아! 이게 뭐지? 너무 작은데? 이 차를 타고 설마 6시간을 가야 되는거 아니겠지? 얼레벌레 내 짐들을 기사가 트렁크에 쑤셔넣는다. 뭔가 불편하다. 이건 아니지 싶다. 그리고 택시비를 미리 내란다. 헐퀴! 이차가 중간에 가다가 멈추면 어쩌라고 돈부터 내라는거야? 순간 열이 확나서 중개인에게 따졌다.
“야 나 이차로 못가! 분명 어제 6인승 벤이 오기로 했는데 이게 뭐야?” “헤이 아미고 왓스 프라블럼?” “뭐가 문제냐고? 니가 차가 문제얌마!. 뒷좌석이 저렇게 좁은데 어떻게 6시간을 가라는거야?” 그랬더니 이녀석도 배째라다. 오호! 그래? 그렇게 나오겠다 이거지? 결단을 내렸다. “나 이차로는 절대 못가 짐빼! 더 큰 차를 가져오던지 돈을 깍아주던지 알아서해!” 그리고 짐을 내려놓고 대치하고 있으니까 얘가 말이 안통하는지 영어를 할줄 아는 다른 중개인을 호출한다. 잠시후 덩치가 더 큰 녀석이 오토바이를 끌고 온다. 그러면서 영어로 왜 뭐가 문제냐며 따지듯 물어온다. 오호! 싸우자는건가? 목청이 높아지기 시작했다. 이런 일들은 군대에 있을때 하도 많이 겪어봐서 익숙하다. “다른 애들도 다 이차로 갔는데 넌 도대체 뭐가 문젠데 못가겠다는거야?” “야 그건 그들얘기고 난 맘에 안들거든? 도우 데이 워 해피? 아임 낫 해피! 분명 어제 예약할때랑 다르잖아!

말싸움에 지쳤는지 영어쫌 하는 이녀석도 결국 어디론가 가버리고, 처음 온 차도 가버린다. 그리고 다시 아까 처음 얘기했던 중개인과 대치중이다. 20여분의 시간이 흘렀다. 옆지기는 왜 그렇게 대책없이 안가겠다고 하면 어쩌냐고 안절부절이다. 다행히 동행하기로한 욱과 파가 내 불만에 동의했다. 욱이가 말했다. “저 차는 너무 작아서 중간중간 앞좌석과 뒷자석에 앉은 사람이 돌아가며 타지 않으면 힘들것 같아요.” 그제서야 옆지기도 별말이 기다려준다. 한번더 중개인에게 따졌다. “야 나 언제 까지 기다려야하는거야? 유 매스업 마이 스케쥴! 불쉿!” 상황이 나아지지 않차 파가 너무 시간만 보낸다며 다른 택시를 찾자고한다. “오케이 좋아 내가 욱이랑 가서 다른 택시를 찾아볼테니까 파는 여기서 좀 기다려봐”. 중개인에게 너랑은 도저히 안되겠다. 나 여기서 그만하고 내가 직접 가서 택시부를테니까 넌 가든지 말든지 알아서해. 하며 욱이랑 씩씩하게 광장으로 걷기를 1분여,.. 중개인이 우리를 부르며 택시가 오고 있다며 돌아오란다. 쌩까고 그냥가는데 아까 그 덩치 큰 중개인이 오토바이를 타고 오며 헤이 아미고, 택시 불러왔어. 어디가? 이런다. 그러면서 저기 파란 택시를 가르킨다. 올드카다! 물론 아까 그차보다 훨씬 크고 좋아보인다. 좋아! 굳!

마지막으로 한번더 체크한다. 야 어제 말한대로 인당 30쿡이야? “그래! 하지만 지금 지불해야해!” 오케이! 우리는 인당 30불씩 지불하고 1시간을 지체하고서야 시엔푸에고스로 떠났다. 나름 속으로 잘했어 잘했어! 쾌재를 부르며 가고 있는데 이 생각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2시간만에 아바나 외곽에 도착한 택시는 휴게소에 서더니 택시를 갈아타야한단다. 헐퀴! 이건 또 뭔소리야? 왠지 또 당한 느낌이다. 어제 분명 아바나 들렀다가 택시 갈아타는거 아니냐며 물었을땐, 아니라고 다이렉트로 시엔푸에고스로 간다하더니만 역시나 쿠바노는 믿을 놈이 하나 없다. 젠장! 그리고 갈아타는 택시는 아까 처음에 거절했던 조그만 푸조 승용차다! 물론 외관은 좀 더 나아보였지만 뒷자석이 좁은건 맹 마찬가지다. 이럴줄 알았음 그냥 닥치고 그냥 갈껄 그랬나 싶다.

결국 좁은 택시안에서 다리 한번 못 펴보고 힘들게 시엔푸에고스까지 왔다. 내리면서 택시기사에게 아바나에서 여기까지 얼마를 받았냐구 물었다. 60쿡을 받았단다. 아바나에서 비냘네스까지 55쿡에 갔었으니까 대충 거리대비 비냘네스에서 아바나까지 기사는 40쿡을 받았을꺼 같고 아바나에서 시엔푸에고스까지 60을 받았다니 우리가 낸 120쿡에서 중개인은 20쿡을 꿀꺽한거 같다. 헐~
물론 추정이지만 이렇게 생각하니 다음부터는 중개인 없이 기사와 다이다이를 떠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까사 찾기

말레네 아줌마에게 추천받은 숙소중에는 씨엔푸에고스 숙소도 있어서 일단은 추천해준 숙소에 도착해 가격을 물었다. 방하나에 25쿡 그리고 아침은 둘이해서 5쿡에 해주겠단다. 결국 30쿡인데 생각보다 비쌌다. 물론 숙소는 지금까지 봐온 어느집보다 깨끗했고 시원했고 말끔해보였다. 하지만 보다 저렴한 방을 원하는 욱과 파는 다른 숙소를 원했다. 숙박비를 흥정 해보았지만 주인 아줌마는 지금 시즌이라 그렇게는 할수없다며 20쿡에 가능한 다른 집을 알아봐주신단다. 어쩔수없다 다른 집을 알아보는 수 밖에,..

나는 짐을 길 중앙에 있는 공원 벤치로 옮기고 욱과 파에게 내가 짐을 봐줄테니 가서 좀더 싼 까사를 찾아보라했다. 와이프는 아까 그집에서 추천해준 다른 까사를 보러갔다. 한참을 기다리고 있는데 어떤 자전거 탄 할아버지가 다가오더니 숙소를 알아 보냐며 말을 걸어온다. 들리는건 “아비따시온” 밖에 없다. 아이 답답하네,.. 뭐라는지,.. 때마침 와이프가 돌아왔다. 그래 거기는 어때? 방은 여기보다 별론데 비넬레스랑 비슷하고, 문제는 아침이 인당 4쿡이래. 헐,.. 그럼 결국 28쿡이란 얘기잖아. 2쿡 차이이면 이 집이 낫지 않나? 여튼 욱과 파가 돌아와야 결정할수있을것 같다. 그나저나 내 옆에 있는 할아버지는 여전히 자리를 뜨지 않고 있다. “이 할아버지가 아까부터 숙소찾냐며 물어오는데 말이되야지 원,.. 어쩌지?” 와이프가 방이 얼마냐고 물었다. 하지만 할아버지는 가봐야 안다며 같이 가잖다. 헐,.. 가격도 모르면서 어쩌자는건지,.. 암튼 속는 셈치고 와이프에게 짐을 맡기고 할아버지를 따라 갔다. 할아버지가 추천해주 까사는 두블럭 정도 떨어져있었다. 이 집 주인은 할머니다. “올라~” 인사부터하고 집안 이곳저곳을 보여주신다. 방은 하난데 배드가 두개고 욕실이 따로 있었다. 상태는 괜찮아 보였다. 이제 가격을 물어볼 시간이다. 할머니에게 영어와 바디랭귀지 그리고 어설픈 스페인어로 말을 걸었다. “투 나잇, 꽈또르 펄소나~” 어쩌구 저쩌구 그랬더니 할머니가 이 방에서 4명 잘수있다는거 같다. 노노 나와 와이프가 한방을 써야된다고 얘기를 뭐라고 해야하나? “음… 위 니드 투 룸!” 아! 다행이다. 투룸을 알아들으셨다. 방은 여기 하나밖에 없고 옆집에 방이 하나 더 있단다. 그래요? 그럼 얼마에요? “꽌또 에레스” 내가 말해놓고 이게 맞나 모르겠다. 여튼 알아들으셨다. 1박에 25쿡이란다. 음,.. 비싸구만, 그럼 아침은 포함인가요? “위드 블랙퍼스트?” 노노 아니란다. 이와중에 “not include” 라는 단어는 또 왜 이렇게 잘 들리냐. ㅎㅎ 그럼 알았다고 살짝 실망한 표저으로 자리를 나오는데, 내 등뒤로 아주머니가 그럼 아침을 포함해서 25쿡에 해주겠단다. 오호! 그래요? 그럼 이집과 저집 방2개에 이틀을 묵고 블랙퍼스트 인클루드로 해서 각각 25쿡입니다. 맞죠? 라고 다시한번 확인을 받고 와이프와 얘기해보고 오겠다며 자리를 떴다.

방값을 알아보고 돌아왔더니 파도 돌아와 있었다. 우리는 각자의 정보를 종합했다. 내가 없던사이 파리 꼬이듯 까사 주인인지 중개인지 모를 사람들이 여럿 몰려있었다. 다들 자기네로 오란다. 결국 우리는 내가 알아본 숙소로 가기로 했다. 씨엔푸에고스에 도착한지 한시간이 지나서야 숙소를 결정했다. 인터넷이 되지 않는 쿠라라는 나라는 숙소예약도 이렇게 다 실시간이다. 나는 이런 흥정이 나름 재밌다. 스페인어만 더 잘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계속든다. 욱이는 내가 흥정에 타고 났다고 했다.

시엔푸에고스의 첫인상

이곳은 애초에 예정에 없던 곳이다. 한국어 가이드북에도 시엔푸에고스는 없었다. 파를 만나면서 파를 따라 시엔푸에고스까지 왔는데 정작 파는 자기를 따라온지 몰랐단다. 전부터 옆지기가 가이드북에 없는 곳을 가보고 싶다는 얘기를 하긴 했었는데 그곳이 여기가 됐다. 바둑판 처럼 길이 잘 짜여진 이곳의 거리는 깨끗했고 사람들도 한가해보였다. 깨끗한 도시라는게 곳곳에서 느껴진다. 매연도 별로 없고, 귀찮게 치노치노 말 거는 사람도 없다. 중심가는 마치 해저가는 에버랜드처럼 조용했다. 무엇보다 물가가 쌌다. 레전다리오 7년산 럼이 아바나에서 거의 10쿡이었는데 여기는 6.5쿡이다. 가격표를 보자 충동적으로 마시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와이프를 쫄라서 한병을 샀다. 럼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것들이 싸다. 대부분이 모네다로 거래되고, 외국인보다는 현지인이 월등히 많아 보인다. 이곳에서 오래 머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