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리에서 생긴 일 +11

물갈이

몇일 앓아누웠더니 시간이 훅갔다. 물갈이라고해서 물을 잘못 먹으면 나타나는 증상인줄 알았는데, 몸속에 균들의 균형이 깨지면 나타나는 현상을 통칭한다고 한다. 두통과 설사에 침대와 변기 위에서 하루를 통으로 날리고 또 몇일간 약에 취해 해롱해롱 대다가 결국 구름네가서 “이모디움”이라는 약을 받아왔다. 먹고나니 3일이 훅 갔다.

우기, 비오는 날의 감상

한국에선 장마라고 하면 2~3주 동안 하루종일 비만 온다. 장마라고 하면 뭔가 우울하고 그런 멜랑콜리함이 떠오르는데, 우기도 겪어보니 비가 많이 온다는 점에서 큰 차이는 없다. 다만 하루종일 내리진 않고 내리고 개고를 반복하다. 요 몇일은 계속 구름낀 날씨로 있다가 오늘에서야 해가 들었다. 해가 드는 날도 드물다.

요 몇일 비가 참 많이 내렸다. 밤만 되면 억수처럼 쏟아지는 비들이 시원하다못해 상쾌하게 느껴졌다. 어릴때 느꼈던 바로 그런 상쾌함이다. 비가 올라치면 우산들고 나가서 우산집 짓고 놀던 그런 시절, 그 시절 비는 정말 반가웠다.

그런데 도시에서 맞는 비는 좀 우울하다. 내가 커서 그런가 싶다가도 여기서 비를 맞아보니 커서 그런건 아닌것 같다. 아무래도 환경의 영향인것 같다. 도시에선 빗소리마저 다르다. 창너머 내리는 빗줄기는 콘크리트와 시멘트에 부딪치고 그 부딪친 파동이 내 귀로 흘러들어오는데, 이곳에서의 빗소리는 땅에 내리고, 풀잎에 내리고, 나뭇가지에 내리고, 지붕위에 내리면서 온갖 다양한 소리를 만들어 낸다. 거기에 풀벌레와 두꺼비, 각종 샛소리… 확실히 다르다. 시골에서 살아야겠다.

시골 같지 않은 시골, 우붓

여기서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는 만큼 그리고 내가 스쿠터로 운전하는 영역이 넓어지는 만큼 우붓의 매력을 조금씩 알아가고 있다. 처음엔 시골같았는데, 지금보니 시골은 아니다. 때론 종로 한복판, 인사동같은 느낌도 있고, 남대문 시장의 느낌도 있다. 연남동의 느낌도 있고, 가로수길 느낌도 있다. 뭔지 모를 온갖 독특함이 묻어나는데… 한마디로 정의하면 외톨이들의 집합소!!

도대체 이 시골에 왜 이렇게 사람들이 많은거야? 와보면 안다. 그리고 나도 가봤는데 난 잘 모르겠던데?.. 라고 얘기할수도 있겠다. 그럼 더 오래 있어보면 안다. 아무튼 평생 여기서 살아라하면 살고 싶지 않은데 한겨울 추위를 피해 잠깐 살기엔 나름 괜찮은것 같다.

이건 무슨 요가?

도무지 그 뜻을 알수 없는 요가 수업을 들었다. 그냥 누워서 음악듣고 명상하는 수업이라고 하는데, 누구는 울고 누구는 웃고, 자신의 내면의 나를 마주 한다고 한다. 나는 못봤다. 와이프도 나름 내면을 만나고 왔다고 하는데,.. 나는 컨디션 때문인지 허리와 두통때문에 누워서도 제대로 잠을 못잤다. 아… 잠을 자는 수업은 아니지.. 참… ㅎㅎㅎ

아무튼 수업 시작전에 카드 한장을 받았다. Aloneness 단어의 카드를 뽑았는데, 그 카드의 외로운 이미지가 한가득했다. 그리고 그 이미지를 떠올리며 누워서 편안한 자세로 내면을 마주하라는건지… 하아~ 영어의 벽을 여기서 느끼다니..ㅜㅜ..

수업 막바지엔 큰 원형으로 서로 손을 잡고 서로를 바라보며 눈인사를 했다. 그리고 돌아가며 지금 떠오르는 감정을 하나씩 얘기하는데,… 아.. 이건 또 단어가 생각이 안난다. “카오스”라고 해야하나? 아~ 몰라 그냥 카드에 적어준말.. “어론니스”라고 얘기했다. ㅎㅎㅎ 그랬더니… 수업 끝나고 한 여자분이 내게 다가오더니 포옹을 해준다… 아… 그..그게 아닌데…
바람이 말하길, 그 요가 수업을 들으면 사랑이 넘치는 사람들이 모인다더니… 그 이유를 이제야 알겠다.

발리에서 생긴 일 +4

매일 쓰고 싶었는데 쉽지가 않다. 오늘은 정말 피곤했는지 저녁먹고 침대에 그대로 곯아 떨어졌는데… 옆지기가 씻고 알로에 바르고 자라며 깨우는 덕분에 이렇게 글도 쓰고 있다.

스쿠터 라이프

드디어 내 커리어에 스쿠터가 생겼다. 어릴때 스쿠터타다가 쫄아서 벽에 꽝~~ 박은 이후로 오토바이는 내 사전에서 지웠다. 타고 싶다는 생각이 1도 들지 않고 잘 타는 사람이 멋있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다. 그냥 “오토바이=무서운 녀석”이었는데 살다보니 이런 날도 온다.

발리의 우붓이라는 곳은 모든게 느리게 움직이는 곳인데 스쿠터만은 예외다. 1인 1바이크라고 불릴 만큼 모든 가정에 스쿠터가 있고, 아이들이 중학생이 되면 한대씩 사주는것 같다. 그래서인지 스쿠터는 다니지만 사람이 다니기엔 참 어려운 길들도 많다. 슬로우 시티라 걸어서 다닐 작정이었는데..ㅎㅎㅎ 이곳은 절대 걸어다닐 그런 곳이 아니다.

구름(집주인)님이라고 님자를 붙이지 말라고 했으나 구름씨는 더 이상하니까.. 구름에게 아침에 학교옆 공터에서 스쿠터 연수를 받았다. 나름 1교시 2교시를 준비하신것 같았는데, 그냥 한번에 모든 교육을 이수해버렸다. 어릴때 내가 쫄아서 벽에 들이 받은 경험이 오히려 스쿠터를 제대로 배우는데 도움이 된것 같다.

자전거를 타다보면 뒷 브레이크와 앞 브레이크를 동시에 잡는 경우가 많은데, 자전거를 생각하고 타다보면 자연스레 오른쪽 앞 브레이크를 꽉 잡게 된다. 이게 입문자들이 쫄면 나타는 현상이다. 그럼 나도 모르게 악셀도 같이 돌게되서 아무리 브레이크를 잡아도 오토바이는 앞으로 튀어나가게된다.

나는 이 사실을 어릴때 알았지만 옆지기는 이제야 안 모양이다. 브레이크를 잡는데 자꾸 자꾸 앞으로 툭툭 튀어나가는게 영불안하다. 그래도 넘어지진 않았으니 나름 선방했다. 이런게 오전 연수를 끝내고 바로 도로주행으로 나갔는데,.. 와~~ 딴세상이다. 첫날 배워서 진짜 많이도 갔다. 오토바이에 주유도 해보고,… 마트가서 장도봐오고… 여보~ 우리도 오토바이 하나 장만하자! ㅋㅋ

적도를 무지하지마라!

발리는 지금 우기라서 비가 오다게다를 반복하는데 오늘은 다행히 비가 내리진 안았고 구름만 많았다. 그래서 별 생각없이 썬크림도 바르지 않고 그냥 나가서 신나게 오토바이를 타고 들어왔더니.. 이거 왠걸…. 대박!! 살이 전부다 익었다. 벌겋게 익어서 어찌나 따갑던지… 집에오니 더 따갑다. ㅜㅜ 힝~~ 내일은 썬크림 꼭 바를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