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200일 단상

지난 5월 29일 여행 200일을 맞아 페이스북에 썼던 글을 옮김.


오늘 옆지기랑 보고타 시내를 걷다가 문득 세대별로 바라보는 여행이 좀 다른거 같다는 생각을 했다.

여행중에 만난 20대의 여행자들은 경험이 주를 이루는것 같다. 그것이 좋은 것이든 나쁜것이든 경험이 최대 자산이다. 나도 20대땐 그랬다. 경험이 최대 자산이라며 부단히도 돌아다녔다. 그땐 그랬다. 나는 얇고 넓게 아는게 좋았다.

30대 중반의 여행은 경험보다 사색이 많아진것 같다. 어떻게 살아갈것인가? 무엇을 보더라도 어떤 의미로 받아들이느냐가 중요해졌다. 다양한 경험보다는 선택과 집중을 한다. 여행중이지만 먹고 사는 문제와 정치에 눈을 떼지 못한다. 비록 체력은 20대가 아님을 인정하지만 열정 만큼은 동일하거나 더 크다고 자신할수있다.

40대 여행자를 많이 만나진 못했다. 아마도 그네들은 가족과 함께 하고 있을 것이다. 어디를 가든 가족과 함께하는 것이 중요한 순간일 것이다. 내가 꼬꼬마일때 우리 부모님도 그랬을 것이다. 가족이 중요하다.

50대의 여행은 가이드를 대동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그렇지 않는 분들도 만났다. 여행자는 모두가 같은 위치에 있다. 같은 주제로 이야기하고 비슷한 어려움을 겪는다. 그래서 사회에서 회사에서 그리고 가족안에서 마주하기 어렵던 젊은 친구들과 쉽게 어울리는 재미를 알아가고 있다고 했다.

60대 혹은 70대로 추정되는 여행자도 만났다. 나에게 와인 한잔을 건냈다. 너희는 젊다. 어디든 갈수있다 말했다. 많은 연세에 불구하고 버스타고 다닌다는 그 분의 호쾌함이 아직도 생생하다.

200일이 지나면서 점점 200일 이전의 나로 돌아가기 어렵겠다는 생각을 한다. 물론 돌아가서 적응하면 또 지금의 나를 잊고 잘 적응 할지도 모르겠다. 의식하고 살지 않으면 적응하기 마련이다.

300일엔 뭔 얘기를 끄적일지 100일뒤에 보자. ㅋ

세계여행 104일째, 빈대와의 전쟁

어제 이른 아침 우유니를 떠나 마침내 수크레에 도착했다. 와보니 진짜 살만하다. 사실 우유니에 있을때 어찌나 열악하던지 거리엔 볼것하나 없고, 먹을것도 관광지라고 비싸기만하고 맛은 없고 당장에 이 거지같은 나라 볼리비아를 떠나고 싶다고 어서빨리 칠레가고 싶다고 그랬는데.. 후회할뻔했다!

최후의 만찬

아침부터 버스타고 오니라 밥한끼 제대로 못먹고 화장실 한번 못가고 장장 7시간 반을 달려왔기 때문에 일단 도착하자마자 밥부터 먹기로 했다. 두끼를 제꼈기 때문에 오늘저녁은 그냥 넘어갈수없다! 스테끼~~~~!! 여봉이 나 스테끼!!! 그리하여 수크레 넘버원 맛집으로 유명한 Abis Patio로 갔다. 아참 최후의 만찬엔 우유니에서 만난 일본인 나노짱도 함께했다. 나는 두말할 나위없이 스테끼를 시켰고, 속이 안좋다며 옆지기는 아이스크림과 샐러드를 시켰다. 나노짱은 샐러드와 햄버거! 여튼 주문해놓고 나노짱과 폭풍수다! ㅋㅋㅋ 나노짱 진짜 발랄하다. 그렇게 30분이 지났을까? 음식이 나온다.. 드디어!!!

두툼한 스테이크는 아!.. 이것이 진정 맛집이로구나!! 단돈 만원에 이런 퀄러티의 스테이크는 진정 듣도 보도 못했다! 어깨춤이 절로 나온다. ㅇㅎㅎㅎㅎ 가히 104일간 먹은 것중 최고다! 아 역시 수크레오길 잘했어~ +++_+

빈대와의 전쟁

암튼 그렇게 맛있는 저녁을 먹고 호스텔로 돌아왔다. 옆지기는 피곤한지 한참 숙소를 찾다가 잠이들고 나도 슬슬 정리하며 잠이 들었는데,.. 갑자기 “오빠!” 응? 머야? 왜? 뭐야? 자다가 일어났더니 옆지기가 이블 위를 기어다니던 빈대를 잡아 족쳤는지 시뻘건 피를 가르키며 안돼겠다고 이사를 가야겠다고 한다. 헐퀴! 누가 물린거지? 아직 난 물린 자국이 없는데,.. “건빵아 너는 어때?” “응! 아직 물린데는 없어.”

안그래도 푸노에 있을때 빈대를 물려서 손이 퉁퉁 부어 있다가 이제야 가라 앉기 시작했는데, 헐.. 또 빈대야..-_-;; 수크레 첫날부터 빈대라니.. 사실 가격대비 괜찮은 호스텔이라고 생각했는데 역시 맘대로 되는게 없다. 아직 물린 자국이 없으니 일단 자고 내일 아침에 일어나서 물렸으면 이사가자!

다음날 아침

아~~~ 뭐야! 물렸다. 결국…ㅎㅎㅎ 왼쪽 옆구리 한방 -_-;; 잠복기가 있기 때문에 사실 더 많이 물렸을찌도 모른다. 아.. 뭐닝? 그래도 뭐 가려워 미칠지경은 아니다. 참을만하다. 짐싸기 귀찮은데 아침부터 다시 찜싸고 숙소도 겨우겨우 예약을 했다.

빨래와의 전쟁

새로 잡은 숙소는 호스텔은 아니고 가정집이다. 다행히 빈대 호스텔에서 멀지 않았다. 초인종을 누르고 주인을 기다린다. 어랏? 너무 일찍 왔나? 반응이 없다. 한번더 눌러본다. 잠시후 문이 열렸다. “올라~” 반갑게 인사를 하고 대문을 들어서자.. 와우~! 집이 엄청크다. 왜 늦게 나왔는지 알것같다. ㅎㅎ 에어비엔비를 통해 1주일을 예약했는데, 바로 2주를 더 있기로 했다. 괜찮은 집이다. 절로 미소가 나온다. 우리가 묵을 곳은 3층에 있는 방하나. 주인 안나가 집안 곳곳을 소개시켜줬다. 옥상엔 세탁기가 있고 뷰도 너무 좋다! 자자 집구경 끝났으니 그동안 밀린 빨래를 좀 해야겠다.

옥상에서 빨래를 시작한 시간은 11시 40분쯤 빨래가 끝난 시간은 오후 4시 40분 ㅎㅎㅎ 빨래하고 밥먹자 했는데 저녁이 되어 버렸다. -_-;; 한국에서 잘 먹지도 않는 라면이 거의 한달에 서너번은 해먹는듯 싶다. 이거시 고향의 맛인가? 아님 귀차니즘의 맛인가? 난 잘 모르겠다. 맵다. “건빵! 제발 스프는 반만 넣자! 응?”

세계여행 99일째

여행을 시작한지 99일째다. 와이프는 옆에서 잔다. 오밤에 글쓰는것도 오랜만이다.

뭔가 감성적인 글을 쓰려니 오그라든다. 여행중에 만난 태국인 친구 파는 우리 보고 여행 100일마다 기념 파티를 하라고 했다. 내일이 그 여행 100일인데 우리는 아마 종일 버스에 있겠지.

글쓰기

블로그에 일기는 35일째에서 머물러있다. 두달이 넘게 글을 쓰지 못하고 있다. 이유는 너무 많다.
주저리 주저리 그 이유를 나열할 필요는 없을것 같다. 그냥 이렇게 다시 쓰면 되지 않나?

티티카카

여행 99일차가 되니 변한게 하나 있다. 흥정에 능숙 해졌다. 더이상의 호갱투어는 없다.
30솔에 티티카카 호수안에 있는 섬을 다녀왔다. 배로 왕복 5시간이다. 바다도 아닌것이 마치 바다같은 호수였다. 볼리비아 해군기지가 있다는 그 호수. 티티카카 호수는 해발 3800m에 위치한 세계에서 두번째로 높은 호수란다.

고산병

티티카카 다 좋은데 숨이찬다. 고산병이라는게 적응의 문제라는게 새삼 실감난다. 페루의 수도 리마는 해발 400m 그리고 그 이전에 있던 곳, 콜롬비아 보고타는 해발 2500m. 그리고 이전 도시는 해발 2700m 쯤 되는 과테말라 쉘라였다.

쉘라에 한달여 있는 동안 투통에 시달리곤 했는데 추워서 그런줄 알았다. 콜롬비아 보고타에와서 투통이 싹 사라진후 그것이 고산병 증세라는 것을 알았다. 그러다 해발 400m의 리마로 왔다. 날씨가 더운것 빼고는 살만하다. 라고 생각했는데 오산이었다. 문제는 리마에 너무오래 있었다. 고산적응이 끝났는데 리마에서 리셋이 됐다.

리마에서 해발 3400m 쿠스코에 도착하자마자 극강의 고산증에 시달렸다. 손발이 저리고 호흡도 어려웠다. 첫날밤은 아직도 생생하다. 이 여행을 그만 끝내고 한국으로 그냥 후송되어 갔으면 하는 생각이 간절했다. 잠을 도대체 잘수가 없었다.
이래서 사람들이 버스타고 쿠스코에 오나 싶다. 나에게 페루는 그냥 고산증에 나라 다시 가고 싶지 않은 나라가 됐다.

물론 고산증때문만은 아니다. 중간에 증발해버린 내 아이폰도 그렇고, 유적지의 살인적인 물가도 그렇고, 나에게 페루는 이제 안녕~ 내일은 볼리비아다.

볼리비아

사실 여행중에 수없이 듣는 이야기중 하나는 이렇다.
“볼리비아 거지같은 나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유니는 갑이었다.”

그래 그 거지같은 나라 내일이면 도착한다. 기대해보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