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갈이
몇일 앓아누웠더니 시간이 훅갔다. 물갈이라고해서 물을 잘못 먹으면 나타나는 증상인줄 알았는데, 몸속에 균들의 균형이 깨지면 나타나는 현상을 통칭한다고 한다. 두통과 설사에 침대와 변기 위에서 하루를 통으로 날리고 또 몇일간 약에 취해 해롱해롱 대다가 결국 구름네가서 “이모디움”이라는 약을 받아왔다. 먹고나니 3일이 훅 갔다.
우기, 비오는 날의 감상
한국에선 장마라고 하면 2~3주 동안 하루종일 비만 온다. 장마라고 하면 뭔가 우울하고 그런 멜랑콜리함이 떠오르는데, 우기도 겪어보니 비가 많이 온다는 점에서 큰 차이는 없다. 다만 하루종일 내리진 않고 내리고 개고를 반복하다. 요 몇일은 계속 구름낀 날씨로 있다가 오늘에서야 해가 들었다. 해가 드는 날도 드물다.
요 몇일 비가 참 많이 내렸다. 밤만 되면 억수처럼 쏟아지는 비들이 시원하다못해 상쾌하게 느껴졌다. 어릴때 느꼈던 바로 그런 상쾌함이다. 비가 올라치면 우산들고 나가서 우산집 짓고 놀던 그런 시절, 그 시절 비는 정말 반가웠다.
그런데 도시에서 맞는 비는 좀 우울하다. 내가 커서 그런가 싶다가도 여기서 비를 맞아보니 커서 그런건 아닌것 같다. 아무래도 환경의 영향인것 같다. 도시에선 빗소리마저 다르다. 창너머 내리는 빗줄기는 콘크리트와 시멘트에 부딪치고 그 부딪친 파동이 내 귀로 흘러들어오는데, 이곳에서의 빗소리는 땅에 내리고, 풀잎에 내리고, 나뭇가지에 내리고, 지붕위에 내리면서 온갖 다양한 소리를 만들어 낸다. 거기에 풀벌레와 두꺼비, 각종 샛소리… 확실히 다르다. 시골에서 살아야겠다.
시골 같지 않은 시골, 우붓
여기서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는 만큼 그리고 내가 스쿠터로 운전하는 영역이 넓어지는 만큼 우붓의 매력을 조금씩 알아가고 있다. 처음엔 시골같았는데, 지금보니 시골은 아니다. 때론 종로 한복판, 인사동같은 느낌도 있고, 남대문 시장의 느낌도 있다. 연남동의 느낌도 있고, 가로수길 느낌도 있다. 뭔지 모를 온갖 독특함이 묻어나는데… 한마디로 정의하면 외톨이들의 집합소!!
도대체 이 시골에 왜 이렇게 사람들이 많은거야? 와보면 안다. 그리고 나도 가봤는데 난 잘 모르겠던데?.. 라고 얘기할수도 있겠다. 그럼 더 오래 있어보면 안다. 아무튼 평생 여기서 살아라하면 살고 싶지 않은데 한겨울 추위를 피해 잠깐 살기엔 나름 괜찮은것 같다.
이건 무슨 요가?
도무지 그 뜻을 알수 없는 요가 수업을 들었다. 그냥 누워서 음악듣고 명상하는 수업이라고 하는데, 누구는 울고 누구는 웃고, 자신의 내면의 나를 마주 한다고 한다. 나는 못봤다. 와이프도 나름 내면을 만나고 왔다고 하는데,.. 나는 컨디션 때문인지 허리와 두통때문에 누워서도 제대로 잠을 못잤다. 아… 잠을 자는 수업은 아니지.. 참… ㅎㅎㅎ
아무튼 수업 시작전에 카드 한장을 받았다. Aloneness 단어의 카드를 뽑았는데, 그 카드의 외로운 이미지가 한가득했다. 그리고 그 이미지를 떠올리며 누워서 편안한 자세로 내면을 마주하라는건지… 하아~ 영어의 벽을 여기서 느끼다니..ㅜㅜ..
수업 막바지엔 큰 원형으로 서로 손을 잡고 서로를 바라보며 눈인사를 했다. 그리고 돌아가며 지금 떠오르는 감정을 하나씩 얘기하는데,… 아.. 이건 또 단어가 생각이 안난다. “카오스”라고 해야하나? 아~ 몰라 그냥 카드에 적어준말.. “어론니스”라고 얘기했다. ㅎㅎㅎ 그랬더니… 수업 끝나고 한 여자분이 내게 다가오더니 포옹을 해준다… 아… 그..그게 아닌데…
바람이 말하길, 그 요가 수업을 들으면 사랑이 넘치는 사람들이 모인다더니… 그 이유를 이제야 알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