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1월 29일
비냘네스의 아침은 닭들이 나를 깨운다. 아침부터 어찌나 울어대든지 알람시계가 따로 없다. 오늘은 꼭 아침 조깅을 하겠다며 부비적 부비적 일어나 밖으로 나왔다. 핸드폰 시간을 보니 오전 9시 30분 해가 산너머로 올라오고 있는데 구름에 가려 조깅하기에 매우좋은 날씨다. 30여분 뛰고 방으로 돌아와서 옆지기를 깨웠다. “열시야. 이제 일어나야해!” 하며 머리맡에 벗어놓은 손목시계를 보니 이제 8시다. 헐퀴! 내가 시간을 잘못봤다. “미안, 이제 8시네! 이따 깨울께”
아침운동을 마치고 조용히 식탁에 앉아 그동안 밀린 일기를쓴다.. 가만히 앉아 있다보면 어느새 타자소리와 바람소리, 새소리, 나뭇잎 스치는 소리, 닭울음소리, 옆집 애기 울음 소리 그리고 파리가 눈 비비는 소리마저 들릴 정도다. 멀찍이선 개짓는 소리도 들린다. 좋다!. 역시 한적한 시골이 좋쿠마잉~
자전거 흥정
어제 부탁한 자전거가 생각보다 일찍 도착해 우리를 기다린다. 여기는 까사 주인을 통해 자전거든 말이든 갖가지 예약이 가능하다. 자전거 주인인듯한 애들이 와서는 흥정을 시작했다. 얼마야? 그랬더니 언제까지 탈꺼냐고 물어본다. 음,.. 6시엔 돌아올껀데? 그러니까 거의 하루 종일 타는 거냐며 보통 12쿡인데 아줌마 소개니까 8쿡을 달란다. 헐퀴! 너무 비싼데? 좀 깍아줘 했더니 7쿡을 달란다. 아 그래도 비싼데,.. 그래서 와이프랑 상의해보고 오겠다며 잠시 자리를 비웠다. 의논 결과 아무래도 6시간 타는건 오바다 싶어 4시간만 타기로하고 다시 가격을 흥정했다. 그래서 최종적으로 자전거 두대에 10쿡에 해결하고 잘했다 싶었는데,.. 가이드북엔 어제 먹은 그 식당에서 2시간에 2쿡씩 빌려준단다. 헐퀴!.. 좀더 일찍 볼걸 그랬다. ㅎㅎㅎ
작은 동네, 비냘네스
비냘레스는 자전거를 타고 다니면 금방 다 둘러볼 수 있을정도로 작은 마을이다. 하지만 문제는 따가운 햇볕때문에 코스를 어떻게 잡고 가느냐 관건이었다. “우리 이길로 가볼래?” 내가 제시한 길은 지도상에 산속으로 들어가는 숲길이었다. 숲길은 왠지 그늘이 많을 것만 같았다. 그런데 문제는 그게 아니었다. 문제는 바로 비포장!! 처음엔 괜찮았다. 하지만 점점 길이 험해지는데 험해지는 만큼 옆지기의 표정도 어두워지는게 보인다. 우리 옆으로 말을 탄 관광객들이 자꾸 지나다닌다. 자전거길이 아니라 말을 타고 다니는 길같다. 괜히 이길로 왔나 싶다. 한참을 가다 결국 돌아가기로 했다. 돌아오면서 욱과 파를 만났다. 얘네들도 자전거를 빌려온 모양이다. “야 어디로 갈꺼야? 이길은 아닌거 같던데..” “형 저희는 저기로 가보려구요!” 후회할텐데… “그래 그럼 한번 가봐 그리고 끝까지 가면 뭐가 있는지도 알려줘” 그렇게 얘들을 보내고 우리는 다시 시내로 돌아왔다.
작은 동네지만 땡볕에 돌아다니는건 분명 한계가 있다. 그늘에서 한참을 앉아 있다 아이스크림을 먹다보니 시간이 훅갔다. 그리고 돌아오는 길에 욱과 파를 만났다. “야 어떻게 됐어? 끝까지 갔어?” 아! 꼴을 보니 물어보지 않아도 알것 같다. 신발은 진흙 투성이고 파의 표정이 좋지 않다. “거의 다갔는데 도저히 안되서 돌아왔어요” “그래 그길은 말길이지 자전거 길은 아니더라”
거대 랑고스타
낮에 자전거를 너무 많이 탔나? 궁디가 아파서 오늘 저녁은 말레네 아주머니에게 부탁을 해야겠다. “저녁을 좀 해주실수 있나요?” “그래 뭐를 해줄까?” “어떤거 해주실수 있어요?” 중간에 통역은 이집 딸래미 담당이다. “랑고스타, 뽀요, 비프 등등..” “랑고스타 해주세요!!” 쿠바에 가면 랍스타를 많이 먹고 오라했지! 암 그렇코 말고! 여러 요리를 동시에 하면 시간도 오래 걸리고 힘드실꺼같아 랑고스타 2인분을 요청했다. 아바나 갈리카페에서 본 랑고 요리도 여러종류가 있어서 어떻게 해주실지 무척궁금하다.
잠시후 냉동된 거대 랑고스타가 등장했다. 헐퀴! 설마 저걸 우리 둘이 먹으라는건가? 진짜 갈리 카페에서 먹은 랑고스타도 엄청 크다했는데… 이건 비교 불가다!! 허니문 왔다고해서 잘해주시는 건지 원래 잘 해주시는 건지 숙박비도 싸게 해주셨는데 랑고스타마저 완전 초대형이다. 어떻게 요리하실지 궁금했는데 찜을 해주시는거 같다. 그렇게 한 두시간이 흘렀나? 역시나 요리가 뚝딱뚝딱 쉽게 되지는 않나보다. 드디어 저녁이다!! 아! 이건 사진이 있어야 되는데 사진을 올리긴 귀찮고 아 설명을 하자면,.. 아 몰랑~
식감은 마치 닭고기 같다. 양념은 살짝 매콤한데 한국에서도 먹어본 맛이다. 하지만 어떤 맛인지 정확히 생각이 나진 않는다. 나는 그냥 배가 고플뿐이다. 그런데 먹어도 먹어도 줄지 않는 이 엄청난 양~!! 먹다보니 오히려 랑고가 작았으면 하는 생각이 들정도다. 옆지기는 결국 남겼다. 내가 좀더 먹어보려했지만 도저히 안되겠다. 아.. 내가 지금 랑고를 먹고 있는건지 닭고기를 먹고있는건지 착각이 들정도다. ㅋㅋ 여튼 난 맛있게 냠냠. 하지만 역시 랑고는 적당한 크기의 그릴 랑고가 제맛인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