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리에서 생긴 일 +18

코워킹스페이스 – Outpost

오늘은 아침부터 화상회의가 필요해서 이곳에 유명한 코워킹스페이스인 Outpost에 왔다. 집에서 스쿠터타고 5분 거리에 있는 이곳은 시내 갈때마다 항상 지나던 곳인데 나름 유명한 곳이라 한번쯤은 가보고 싶었던 곳이다. 종은님 말씀으론 코워킹 스페이스를 검색하다가 우붓과 독일을 추렸다고 했다. 얼마나 유명하길래 검색에도 걸렸을까? 일단 급하게 해야할일이 있어서 화상통화를 끝내고 찬찬히 이곳이 왜 유명한지 둘러봤다.

재밌는건 이곳은 전부 맨발로 다닌다. 1층은 조용한 도서관처럼 책상과 의자가 자유롭게 배치되어 있고, 2층은 수다를 떨수 있어서 보다 자유로운 카페 분위기다. 1층 카페나 카운터에서 음식을 주문하면 자리로 가져다준다. 2층 테라스는 절벽뷰라서 전망이 참 좋다. 우붓답게 마사지와 요가 클래스도 있다. 재밌는건 이곳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이 외지인이라는 사실. 한국의 코워킹 스페이스는 사실 한국인이 거의 대부분이었다. 외국인의 비율이 극히 드문데 이곳은 외국인의 비율이 엄청 높다. 아마 직원을 빼면 90% 이상이지 않을까? 그래서 좀 독특했다. 수영장도 이용할수 있다고 하는데 집에 수영장이 있다보니 수영장은 이용하지 않았다.

당일치기 이용이라 인맥을 쌓고 같이 의쌰의쌰하는 그런 기회는 없었다. 네트워킹을 위한 프로그램들이 마련되어 있는 것 같긴한데 다들 각자 일하는 분위기라서 역시나 이곳도 한국과 다르지는 않은것 같긴하다. 아님 역시나 당일치기로는 뭐든 인맥을 만들긴 쉽지 않은것일수도….

어쨌거나 저쨋거나 인터넷은 내가 생각한만큼 빠르지 않았다. 한국 인터넷 어쩌나 싶다. 한국에 오래 있으면 그 어떤나라도 만족하기 어려울듯…ㅜㅜ

트리탑(TreeTop)

지난주말엔 트리탑 어드벤처 파크라는 곳엘 다녀왔다. 짚라인(ZipLine)을 해보고 싶어서 갔는데,… 아하하핳 일단 웃음부터.. 내가 생각했던 그런 짚라인은 아니고,.. 입에서 단내가 나고 “유격유격”이 저절로 외처지는 경험을 하고 왔다. 내가 왜…? 돈주고 이걸 하고 있나 싶기도하고… ㅋㅋㅋ 그래도 뭐 옆지기랑 같이 하니까 재밌긴하다. 덕분에 아침일찍 갔다가 돌아와서 그대로 뻗어 잤다. 하루가 그렇게 끝났다. ㅋㅋㅋㅋ 저질 체력~ ㅋㅋㅋ

도시의 노예

몇일전 방송을 위해 종은님 댁에 놀러갔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우붓에서의 노마드 삶은 생각보다 일할 시간이 충분하지 않다고 했다. 하루 4시간 일하기도 버거운 상황이라했다. 그래서 나의 지난 세계여행이 어땠는지를 떠올렸다. 실제로 내가 일한 시간은 한국에서보다 훨씬 많았다. 하루 14시간 코딩한 적도 있었고, 물론 어댑터가 터지면서 몇일간 임시휴업을 한적도 있었다. 그래서 무엇이 다른지 곰곰히 생각했다.

우붓은 나름 시골이다. 이말은 즉 인프라가 열악하다. 기본적인 인프라중에 인프라는 길이다. 대중교통은 전무하고 오로지 스쿠터와 택시만 있다. 따라서 내가 이동하려면 스쿠터를 배워야한다. 배우자가 있다면 배우자가 이동을 원할때 내가 데려다줘야하는 상황이다. 여기에 아이가 있다면 스쿠터로는 불가능하다. 차가 있어야한다.

도시(아파트)에 살다가 시골로 내려간 경우도 같은 맥락의 어려움이 있다. 어디나 도시가스가 있고, 인터넷에 대한 걱정없고, 난방 잘되고, 비와도 누수걱정 없고, 더우면 에어컨 켜면 되고, 이런 환경에 살다가 시골에 집을 지어 내려 갔다면 아마 아파트가 주었던 기본적인 편의를 모두 걱정해야할수도 있겠다싶다.

그래서 도시의 삶이 편할수록 도시민들을 도시의 노예로 만들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그 편리함이 과연 우리의 행복지수를 높여주고 있을까? 잘 모르겠다.

이곳에선 내가 조금 불편해도 옆지기를 스쿠터에 태우고 다녀야만하는데 아니러니하게 그게 또 행복하다. 인터넷이 잘 안되는데 인터넷이 안되니까 핸드폰을 덜 보게 되고 옆지기를 보게된다. 밤이면 차소리와 시끄러운 오토바이 소리에 가끔 깨곤 했는데 여기선 아침에 닭우는 소리와 풀벌레 소리에 깨지만 귀에 거슬리지 않는다.

도시를 벗어난 삶에 익숙해지면서 삶의 만족도가 높아진다. 하지만 그래도 인터넷은 있으면 좋겠다. ㅋㅋㅋ

발리에서 생긴 일 +11

물갈이

몇일 앓아누웠더니 시간이 훅갔다. 물갈이라고해서 물을 잘못 먹으면 나타나는 증상인줄 알았는데, 몸속에 균들의 균형이 깨지면 나타나는 현상을 통칭한다고 한다. 두통과 설사에 침대와 변기 위에서 하루를 통으로 날리고 또 몇일간 약에 취해 해롱해롱 대다가 결국 구름네가서 “이모디움”이라는 약을 받아왔다. 먹고나니 3일이 훅 갔다.

우기, 비오는 날의 감상

한국에선 장마라고 하면 2~3주 동안 하루종일 비만 온다. 장마라고 하면 뭔가 우울하고 그런 멜랑콜리함이 떠오르는데, 우기도 겪어보니 비가 많이 온다는 점에서 큰 차이는 없다. 다만 하루종일 내리진 않고 내리고 개고를 반복하다. 요 몇일은 계속 구름낀 날씨로 있다가 오늘에서야 해가 들었다. 해가 드는 날도 드물다.

요 몇일 비가 참 많이 내렸다. 밤만 되면 억수처럼 쏟아지는 비들이 시원하다못해 상쾌하게 느껴졌다. 어릴때 느꼈던 바로 그런 상쾌함이다. 비가 올라치면 우산들고 나가서 우산집 짓고 놀던 그런 시절, 그 시절 비는 정말 반가웠다.

그런데 도시에서 맞는 비는 좀 우울하다. 내가 커서 그런가 싶다가도 여기서 비를 맞아보니 커서 그런건 아닌것 같다. 아무래도 환경의 영향인것 같다. 도시에선 빗소리마저 다르다. 창너머 내리는 빗줄기는 콘크리트와 시멘트에 부딪치고 그 부딪친 파동이 내 귀로 흘러들어오는데, 이곳에서의 빗소리는 땅에 내리고, 풀잎에 내리고, 나뭇가지에 내리고, 지붕위에 내리면서 온갖 다양한 소리를 만들어 낸다. 거기에 풀벌레와 두꺼비, 각종 샛소리… 확실히 다르다. 시골에서 살아야겠다.

시골 같지 않은 시골, 우붓

여기서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는 만큼 그리고 내가 스쿠터로 운전하는 영역이 넓어지는 만큼 우붓의 매력을 조금씩 알아가고 있다. 처음엔 시골같았는데, 지금보니 시골은 아니다. 때론 종로 한복판, 인사동같은 느낌도 있고, 남대문 시장의 느낌도 있다. 연남동의 느낌도 있고, 가로수길 느낌도 있다. 뭔지 모를 온갖 독특함이 묻어나는데… 한마디로 정의하면 외톨이들의 집합소!!

도대체 이 시골에 왜 이렇게 사람들이 많은거야? 와보면 안다. 그리고 나도 가봤는데 난 잘 모르겠던데?.. 라고 얘기할수도 있겠다. 그럼 더 오래 있어보면 안다. 아무튼 평생 여기서 살아라하면 살고 싶지 않은데 한겨울 추위를 피해 잠깐 살기엔 나름 괜찮은것 같다.

이건 무슨 요가?

도무지 그 뜻을 알수 없는 요가 수업을 들었다. 그냥 누워서 음악듣고 명상하는 수업이라고 하는데, 누구는 울고 누구는 웃고, 자신의 내면의 나를 마주 한다고 한다. 나는 못봤다. 와이프도 나름 내면을 만나고 왔다고 하는데,.. 나는 컨디션 때문인지 허리와 두통때문에 누워서도 제대로 잠을 못잤다. 아… 잠을 자는 수업은 아니지.. 참… ㅎㅎㅎ

아무튼 수업 시작전에 카드 한장을 받았다. Aloneness 단어의 카드를 뽑았는데, 그 카드의 외로운 이미지가 한가득했다. 그리고 그 이미지를 떠올리며 누워서 편안한 자세로 내면을 마주하라는건지… 하아~ 영어의 벽을 여기서 느끼다니..ㅜㅜ..

수업 막바지엔 큰 원형으로 서로 손을 잡고 서로를 바라보며 눈인사를 했다. 그리고 돌아가며 지금 떠오르는 감정을 하나씩 얘기하는데,… 아.. 이건 또 단어가 생각이 안난다. “카오스”라고 해야하나? 아~ 몰라 그냥 카드에 적어준말.. “어론니스”라고 얘기했다. ㅎㅎㅎ 그랬더니… 수업 끝나고 한 여자분이 내게 다가오더니 포옹을 해준다… 아… 그..그게 아닌데…
바람이 말하길, 그 요가 수업을 들으면 사랑이 넘치는 사람들이 모인다더니… 그 이유를 이제야 알겠다.

발리에서 생긴 일 +7

어제는 피곤해서 글을 안쓰고 그냥 잤다. 그래서 +6은 없고 그냥 7로 퉁~~

여행의 의미

어제 낮엔 요가원도 다녀오고 쏟아지는 빗속에서 스쿠터로 달려도보고 우붓에서 사는 재미들이 하나둘씩 늘어가고 있다. 추억도 추억이지만 이쯤에서 내게 여행은 어떤 의미였나 혹은 나에게 어떤 변화를 주고 있는가? 물어야 할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어제 집주인 가족과 저녁식사는 특별했다. 구름과 바람이라고 부르라는 집주인 내외분과 이야기 하면 할수록 나랑 비슷한 점도 많고 내가 미쳐 깨닫지 못한 부분도 알게 되고, 나도 아이를 가지면 저렇게 키워보고 싶다라는 욕심도 생긴 하루였다.

고등학생 첫째 아들과 중학생 둘째 딸, 구름과 바람은 이들을 온전한 두 인격체로서 존중하는 모습이 옅보였고, 아이들과 대화하는 모습과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아이들을 인터뷰하고 있자니 과거에 그들이 어떻게 지내왔는지 그리고 그 결실이 이렇게 성장한 아이들로 돌아오는구나를 눈으로 확인했다.

친구의 의미

남미여행중에도 비슷한 생각을 한적이 있다. 여행이 주는 장점중에 하나는 세대와 관계없이 누구나 친구가 될수 있다!. 그땐 그런 생각을 했는데 구름과 얘기를 하다보니 아… 이게 여행이 문제가 아니라 우리나라가 유독 그 나이로 친구를 가른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친구라는 개념에 대해 깊게 고민해본적은 없지만 우리나라는 유난히 친구의 의미를 또래로 한정하고 있는것은 맞는것 같다. 한두살만 차이나도 친구하자보다는 형이라고 불러가~ 더 자연스러우니까…

어쨌거나 이런 문화는 적어도 조선시대부터 내려온건 아닌것 같다. 오성과 한음도 5살 차이였음을 보면 또래 문화는 어쩌면 일제의 잔재 일지도 모르겠다. 어찌됐던 나이로 친구를 나누면 친구의 폭이 굉장히 작아진다. 이 얼마나 불리한 조건인가? 세상에 나와 맘맞는 친구가 몇이나 될지 아무도 모르는데 어릴때부터 그 친구의 폭을 확 줄여서 같은 학년끼리만 친구를 맺어야 한다면… 좋은건 아닌것 같다. 그런데 이런 질문을 첫째 아들에게 들었다. 이게 정말 신선하다. 이미 이 가족은 공동체 같고, 서로가 다 친구처럼 부모라는 권위를 내세우려하지 않는 모습에서 너무 행복해보였다.

문송하다

“문과라서 죄송합니다.”라는 의미란다. 어제 안 사실인데 관점에 따라 언어파괴일수도 언어의 변화라고 얘기할수도 있겠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건 내가 무슨말이지 못알아 듣고 있다는 사실이다. 아..정말..이대로 나는 꼰대가 되는것인가?

뭐 꼰대가 중요한건 아니고, 문과라서 죄송할 필요도 없고, 오늘 가상화폐와 관련된 논란의 그 토론을 보고있자니, 정말이지 문과가 중요하다라는 생각을 했다. 어제 그 저녁식사도 입문학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깨달은 날인데, 오늘 토론도 보고 있자니 현실에서도 문과생들(유시민, 김진화)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금 깨달은 순간이다. 코드만 팔게 아니라 인문학 서적도 더 열심히 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의미에서 여기 있는동안 옆지기가 들고온 책 2권을 꼭 다 읽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