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286일, 프랑스 시골마을

오랜만에

페이스북이 아닌 블로그에 글을 남긴다. 파리 공항에서 차를 인도 받아 오랜만에 운전대를 잡았던 그날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9일째에 접어들었다. 이제 제법 도로 표지판이 눈에 들어오고 로터리에서 깜빡이도 켜주는 여유를 부리고 있다. 프랑스하면 파리와 보르도만 떠올랐는데 이제 나에게 프랑스는 드넓은 들판이 펼처진 농업국가 이미지가 제대로 박혔다. 설마 했는데 프랑스의 식량 자급율이 300%가 넘을줄이다. 그래서 그런것일까? 빵이 맛있다. 빵이 맛있으니 빵을 기본으로 하는 음식들이 모두 맛있다. 예를 들면 피자, 식빵, 햄버거… 물론 내가 한국에 있을때도 좋아했던 메뉴임을 부정하지는 않겠다. ㅋㅋ 아무튼 맛있다.

프랑스 시골마을

파리 시내에서 머물다 이제 이동을 할때가 되어 동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한참을 가다보니 들판이 펼처진다. 눈이 호강한다. 아! 어디서 많이 본듯한 모습이었는데… 그렇구나! 고흐가 수없이 봐왔던 그 들판! 해질녁의 들판은 너무나 장관이다. 사실 들판 뿐 아니라 모든 풍경이 다 그림이다. 오늘 갔던 그 호수도 한국에선 찾아보기 어려운 모습이었다. 참고로 구글에선 오종 떵쁠로(Lac d’Auzon-Temple)라고 표기 되던 곳이다. 그리고 해질무렴 숙소에 왔더니 이곳도 장관이다. 잔디밭 나무 그늘아래 테이블을 셋팅하고 넘어가는 해를 바라보며 시원하게 칠링한 화이트 와인 한잔 두잔 하다보니 1박을 더 하기로 했다. 내일은 삽겹살을 좀 구워보자!!

낭만이 있는 삶

한국에선 저녁이 있는 삶을 꿈꿨지만 이제 여기에 낭만을 추가해야 할 것 같다. 날씨가 중요한 변수임을 부정하진 않겠지만 날씨가 아니라도 찾아보면 뭐 많지 않을까? 당장 먹고 살 궁리를 시작하면 다 잊어먹을수 있겠지만 애초에 없는 것과 잊어먹는 것은 다른 개념이다. 한국에 돌아가서 이전과 같은 삶으로 돌아가면 뭐 어떠냐? 내겐 낭만이 있었고 무엇이 낭만인지 알았다면 또 다시 꿈꿀수있다는 것이 중요한것 같다. 여행을 시작하지 않았다면 뭣이 낭만인지도 몰랐겠지. 그런면에선 분명 여행 전과 후는 다를수밖에 없다. 여행이 끝나가지만 나는 또다른 여행을 준비중이다.

여행 200일 단상

지난 5월 29일 여행 200일을 맞아 페이스북에 썼던 글을 옮김.


오늘 옆지기랑 보고타 시내를 걷다가 문득 세대별로 바라보는 여행이 좀 다른거 같다는 생각을 했다.

여행중에 만난 20대의 여행자들은 경험이 주를 이루는것 같다. 그것이 좋은 것이든 나쁜것이든 경험이 최대 자산이다. 나도 20대땐 그랬다. 경험이 최대 자산이라며 부단히도 돌아다녔다. 그땐 그랬다. 나는 얇고 넓게 아는게 좋았다.

30대 중반의 여행은 경험보다 사색이 많아진것 같다. 어떻게 살아갈것인가? 무엇을 보더라도 어떤 의미로 받아들이느냐가 중요해졌다. 다양한 경험보다는 선택과 집중을 한다. 여행중이지만 먹고 사는 문제와 정치에 눈을 떼지 못한다. 비록 체력은 20대가 아님을 인정하지만 열정 만큼은 동일하거나 더 크다고 자신할수있다.

40대 여행자를 많이 만나진 못했다. 아마도 그네들은 가족과 함께 하고 있을 것이다. 어디를 가든 가족과 함께하는 것이 중요한 순간일 것이다. 내가 꼬꼬마일때 우리 부모님도 그랬을 것이다. 가족이 중요하다.

50대의 여행은 가이드를 대동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그렇지 않는 분들도 만났다. 여행자는 모두가 같은 위치에 있다. 같은 주제로 이야기하고 비슷한 어려움을 겪는다. 그래서 사회에서 회사에서 그리고 가족안에서 마주하기 어렵던 젊은 친구들과 쉽게 어울리는 재미를 알아가고 있다고 했다.

60대 혹은 70대로 추정되는 여행자도 만났다. 나에게 와인 한잔을 건냈다. 너희는 젊다. 어디든 갈수있다 말했다. 많은 연세에 불구하고 버스타고 다닌다는 그 분의 호쾌함이 아직도 생생하다.

200일이 지나면서 점점 200일 이전의 나로 돌아가기 어렵겠다는 생각을 한다. 물론 돌아가서 적응하면 또 지금의 나를 잊고 잘 적응 할지도 모르겠다. 의식하고 살지 않으면 적응하기 마련이다.

300일엔 뭔 얘기를 끄적일지 100일뒤에 보자. ㅋ

좋은 회사 만들기

지금은 볼리비아 수크레 그리고 여행 115일째다. 여행 100일 쯔음엔 무엇이 달라져 있을까? 라는 자문을 해보고 싶었는데 깊이 있는 성찰을 하지 못했다. 뭐 100일이란 시간이 사람을 변화시키기엔 그렇게 긴시간이 또 아닌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사실은 변한게 있었다.

여행의 목표

여행을 하면서 만난 친구가 하는 말이 장기여행의 경우 여행의 목표가 있어야 여행을 계속해야할 의지가 생긴다고 했다. 전적으로 동의한다. 다행히 나의 여행목표는 5개월전에 세웠다. 지금도 변하지 않았고 여전히 실험중이다. 그때와 지금 달라진 것이 있다면 그 첫번째 실험주제를 찾았다는 것이고 빠르게 1차 실험을 완료 했다는 것이다. 어쩌면 지금 그 1차 실험 후기를 쓰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여행의 동반자

여행에 있어서 내 옆지기는 인생의 동반자이자 지금 내가 하는 실험의 동업자다. 결혼과 동시에 여행을 시작했기에 우리 둘사이의 간극은 사실 꾀나 컸다. 지난 여행 100여일사이에 있었던 숱한 격론(?)들이 그 간극을 증언 해준다. 하지만 부부싸움은 칼로 물배기는 맞는것 같다. 오늘 문득 내가 한국에 있었다면 어땠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여전히 회사에 다닐테고 낮시간에 각자의 삶의 영역안에서 활동을 하다 해가 지면 돌아와 몇마디 속닥이다가 잠이 들겠지? 그렇다면 지금 내 옆에 있는 옆지기의 본 모습은 1년 아니 10년후에나 발견하게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든다. 어쩜 영원히 모를수도…

부부가 세계여행을 떠난다는 의미는 하루종일 붙어다닌다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 100여일을 넘게 붙어 있다보니 사실 연애시절에 몰랐던 부분들을 확인하게 되고 실망하게 되는 부분도 더러 있다. 하지만 결국 그 차이를 빨리 발견하고 빨리 맞춰갈수있어 더 좋다라는 결론에 이른다. 고로 우리 선택은 현재까지 옳다!!

나는 이번 여행을 통해 새로운 삶을 열어보고자했다. 그 삶의 모습 중에 하나는 늘 꿈꾸던 좋은 회사 만들기가 있다. 모처럼 옆지기와 몇시간 동안 우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그리고 그 안에서 정말 좋은 회사를 만들자고 의기투합했다. 목표를 정하고 나니까 해야할 일이 더 많아졌다. 그리고 여행의 목표가 더 확실해졌다.

내가 생각하는 좋은 회사란?

일단 본인이 사회주의적인 성향이 있음을 미리 던져놓고 내가 생각하는 좋은 회사의 제 1 조항(?)은 구성원들의 삶을 책임지는 회사다. 현실에서 회사는 이익집단이고 당연히 이윤을 추구해야하지만 구성원들의 삶도 포기해서는 안된다. 삶의 질을 가늠하는 척도중 하나가 돈임을 부정하지는도 않는다. 하지만 돈이 삶의 질을 결정하는 유일한 척도가 아니라는 믿음은 여전하다. 그래서 뭔소리를 하고 싶은거냐?

예전에 내 블로그에 써놓은 글이 있긴한데 찾기는 귀찮고 일단 그 글의 생각은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 삶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개인이 월급으로 치르는 가장 큰 비용은 주거비와 양육비 그리고 교육비다. 그래서 나는 회사가 이부분을 일정부분 혹은 전부를 커버 해줬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 해결 방법은 여전히 찾고 있다. 아무튼 이 큰 비용을 회사가 대신한다면 개인이 필요한 돈은 사실 여가비와 생활비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다.

두번째로 좋은 회사는 구성원 각 개인의 발전을 도모해야한다. 회사가 모든 구성원을 케어 하려면 규모가 작아야한다는 생각이 있지만 파이도 키워야한다. 그래서 일정수가 넘어가면 각 개인에게 독립의 기회를 제공하고 싶다. 물론 독립은 몬드라곤 같은 협동조합 모델을 그리고 있다. 모회사에서 자회사가 분리 독립되면 자회사의 수익의 일부를 모회사에 펀딩하고 자회사가 실패할경우 자회사의 구성원을 모회사로 불러들여 재배치를 하거나 또다른 기회를 제공하면 좋겠다.

꿈 같은 얘기긴 한데 꿈을 현실로 만들어내는 실험은 계속 진행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