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여행 Day23, 쿠바에서 볼수있는 흔한 일상

2015년 12월 2일

어제 중심가를 노닐다 호세 마르티 광장을 보고 여기서 더 머물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아침을 먹고 나서 더 확실해졌다. 그리고 상의끝에 4일을 더 머물기로 했다. 그래서 이곳 오펠리아 아주머니댁에 총 6일을 묵는다. 어느덧 예정했던 쿠바의 일정의 절반 정도를 소화했는데 사람들이 보통 쿠바에 오면 첫인상이 안좋다가도 나중에 좋아지는 이유를 알 것 같다. 아바나는 더럽고 비냘레스는 물가가 비싸고, 이곳 씨엔푸고스는 깨끗하고 물가도 싸고 딱이다! 값싼 유럽같다~ 🙂

팔도 비빔면

한국에서 여러종류의 라면을 들고 왔다. 그중 하나가 비빔면이다. 한국 음식이 그리워질때 한달에 한봉지씩 꺼내먹자던 라면을 오늘 대량 소비할 계획이다. 오펠리아 할머니한테 주방을 좀 쓰겠다고 부탁을 했는데 왠지 점심 시간에 부엌이 북쩍이는거 같아. 욱이네 아줌마에게 부탁을 해보기로 했다. 다행히 오케이 싸인을 받고 부엌을 잠시 빌렸다. 마트에서 사온 달걀 2개와 오이 한개! 어설프지만 대충 구색은 갖췄다. 파도 타이완 스프라며 비장의 스푸를 끓여 내었다. 쿠바에서 먹는 첫 셀프요리! 물론 인스턴스지만 나름 해먹는 재미가 있다. 드디어 식사시간! 배가 고파 허겁지겁 먹었다! 역시 MSG의 맛은 입을 자극한다. 평소에 매운음식을 전혀 못먹는데, 배가 고팠는지 마구 들어간다. 하지만 결국 탈이났다. 역시 그럼 그렇치 –-;;, 지금껏 쿠바와서 별탈없이 잘먹고 잘 다녔는데,.. 매운 비빔면 한방에 배탈이라니.. ㅎㅎ 그래도 맛있었다. 땀을 뻘뻘 흘리면 먹는 모습이 우수운지 옆집 메르시 아줌마(아줌마라 부르기엔 나보다 어리더라..--)는 스페인어로 뭐라고 하는데, 번역해보니 최음제 먹은거 같다며 깔깔깔 웃었다.

낮 더위

매운 음식에 한방탕 홍역을 치뤘더니 기운이 쫘악 빠진다. 여긴 아바나보다 남쪽이라 그런지 훨씬 덥다. 낮엔 돌아다니기 힘들정도다. 날도 더워서 그런지 자꾸 잠이 온다. 한잠 자고 났더니 이제는 좀 깨운하다. 문득 하루가 너무 짧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회사다닐때도 하루가 짧았다. ‘여행와도 별수 없구만…’ 병인지도 모르겠다. 좀더 부지런해지고 싶다.

좀더 부지런해지기 위해선 아침을 좀더 일찍 먹어야한다. 우리는 매일 10시에 조식을 먹는데 이 시간을 좀 땡겨서 하루가 좀더 길어질것 같다. ‘과연 그럴까?’

야경이 있는 부두에서

호세 마르티 광장에서 좌측으로 걷다보면 조그만 부두가 나온다. 부두라기 보다는 작은 나룻터같다. 바람도 솔솔 불고 잔잔한 바다 위로 집들이 수를 놓는다. 꼭 물 잔뜩 바른 수채화 같다. 내 머리 뒤쪽으로는 해가 기울어 노을이 깔려 있다. 곧 있음 검은 어스름이 날 덥치겠지! 그냥 좋다. 멀지 않는 곳에선 똥토롱똥 악기 소리도 들려온다. 한국에선 이런 야경을 볼 수 없는건가? 어딘가에는 비슷한 감상을 젖게하는 곳이 있겠지? 하지만 적어도 내 생활 반경 안에는 없었다. 지금까지 한번도 내 결정에 후회한적이 없지만 정말 잘 왔다는 생각이든다. 여행을 계획하고 떠나지 않는 나는 길을 걷다 일상에서 만난 이런 풍경들이 마냥 좋다.

쿠바의 흔한 일상

어느덧 쿠바에 열흘 정도 있다보니 쿠바의 특이한 점을 발견했다. 옛 건물 곳곳에 뜬금없이 보이는 교육 시설이다. 학교 같아 보이는 곳도 있고 보육시설 같기도 하다. 아마 우리나라라면 모든 교육시설이 한곳에 붙어 있을찌 모르겠다. 아! 생각해보니 우리나라에도 동네에 유치원도 있고 도장도 있구나! 이런 사교육 시설인가? 어떤 건물 1층에는 체육관에서 유도를 배우는 학생들도 있고, 발레나 춤을 배우는 모습이 창 너머로 보인다. 이색적이다.

그리고 이곳 시엔푸에고스의 또다른 특징이라면 해가 질무렴 다들 집 현관 계단이라고 해야하나? 문지방이라고 해야하나? 암튼 계단에 걸터 앉아 담배 피는 사람, 이웃과 수다떠는 사람, 그냥 앉아서 멍때리는 사람, 집앞에서 축구하는 아이들. 어렴풋이 생각이 난다. 나 살던 옛동네도 이런 모습이었다. 집앞에서 아이들과 삼삼오오 모여 딱지치기를 했고, 병뚜껑을 돌로 펴서 병뚜껑으로 딱지치기도 했고, 병을 주어 모아 팔아서 껌을 사먹고, 동네 길이 아스팔트가 아닌 시멘트인 시절에는 대략 10~20 미터 마다 줄이 하나씩 그어져 있었는데.. 아마도 바닥에 시멘트를 바를라면 구역을 나눠서 발라야 했었을 꺼다. 여튼 이 줄에 평평한 돌을 세워놓고 망까기도 했었다. 그냥 이런 모습같다. 80년대 내가 살았던 그곳의 모습. 이곳도 이제 미국 자본이 들어오면 점점 없어질 모습중에 하나겠지? 뭔가 짠 하면서도 아련한 기억들이 믹스되는 곳이다. 이곳 쿠바는,..

그림 같은 이곳에서 나는 뭐하고 있나? 옆지기를 보고 있자니 그냥 꿈만 같다. 언젠가 내가 이 추억을 회상하던 이 시간을 또 언젠가 추억하는 날이 오겠지.

불꽃남자

UI 개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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