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여행 Day25, 폭우

12월 4일

어제 그렇게 끈적끈적 하더니만 결국 오늘 비가 쏟아졌다. 여행중에 비오는 거리를 걷는것도 처음이다. 뭐든 첫경험은 항상 좋다.

땅끝 마을

이곳이 너무 덥다보니 낮에 움직이는 건 쉽지 않다. 그래서 하루를 좀 일찍 시작하고 싶었지만 역시나 오늘도 실패~! 12시가 다 되서야 어슬렁 어슬렁 집을 나온다. 비가 올 것 같다. 우산을 챙기고 혹시나 신발이 젖을까봐 쪼리도 챙긴다. 비가 조금씩 내린다. 다행이지 싶다. 선선하니 걷기도 좋다. “오늘은 저쪽 땅끝마을로 가볼까?” 물론 이곳에 땅끝마을은 없다. 현지 지명에 익숙하지 않다보니 한국에서 쓰이는 지명이나 표현들을 암호처럼 쓰게 된다. 그래도 우리끼린 다 알아듣는다. 지도상에는 “La Punta Gorda”로 되어 있다. 고르다 지역의 끝이라는 뜻같다. 여튼 땅 끝에는 항상 바다가 있다. 바다나 보러가자!

가는 길에 조각 공원도 있다. 이 동네는 확실히 부촌 느낌이 있다. 걷다보니 관광지도에서 봤던 건물들이 곳곳에 보인다. 못사는 유럽같은 느낌의 이곳은 분명 쿠반데,.. 나는 왜 자꾸 북한이 가보고 싶을까? 빨갱이 아니랄까봐 빨간 별하나 그려저있는 저 빨갱이 모자도 쓰고 싶고, ㅎㅎ 정말 언젠가는 내 차를 타고 평양을 지나 시베리아를 건너 유럽까지 갈수있을까? 그런날이 올까?

걷다보니 별에별 생각이 다든다. 드디어 땅끝에 도착했다. 땅끝에 조용한 정원이 꾸며져있다. 정원 끝 자락에서 쿠반 뮤직이 들려온다. 저기 정자에서 사람들이 악기를 연주한다. 나는 솔직히 쿠반 뮤직이 뭐가 좋은지 잘 모르겠다. 재즈같기도 한것이 재즈도 아니고 타악기와 기타 그리고 사람 목소리가 어울려 들려온다. 듣고 있자니 내 눈앞에 조막만한 새 한마리가 춤을 춘다. 이리 저리 왔다 갔다 꼬리를 씰룩 씰룩 뾰족한 부리로 뭔가를 쪼으며 야트막한 바다위 돌위로 걷는 폼이 꼭 댄서 같다. 이 녀석도 음악이 들리나? 쿠바 새들도 기본적으로 살사는 추나보다.

폭우

점심을 대충 먹고 돌아가는 길에는 버스를 탔다. 버스 노선은 모르지만 왠지 대부분의 버스는 센트로로 갈것 같다. 버스비로 1모네다 지폐 한장을 내고 둘이 탔다. 버스를 타고 얼마지나지 않아 폭우가 쏟아진다. 헐퀴! 버스 안탔으면 어쩔뻔 했냐. 역시 세상은 우리를 중심으로 돌아간다. 센트로에 내려 가져온 쪼리를 바닥에 던진다. 짜짝! 쪼리 떨어지는 소리가 경쾌하다! 갈아신는다. 유후! 오늘은 정말 타이밍이 척척 맞는군! 그나저나 폭우가 무섭게 쏟아진다. 시내는 배수가 잘 안되는지 금새 물바다다. 쪼리 없었음 어쩔뻔~ ㅋㅋ

여행중에 빗속을 걷는건 처음이다. 한국에 있었음 이 비가 그렇게 반갑진 않았을 텐데 여기서 맞는 비는 하루를 정리할수있어 좋다. 오늘은 집에서 코딩을 좀 해야겠어. “환전은 내일하고 돌아가자!”

불꽃남자

UI 개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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