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가에 대하여

11월도 벌써 반이 지나가고 있다. 이쯤되면 아마 대부분의 회사에선 평가에 대한 고민을 시작하는 시기일 것이다. 언젠가 이 평가라는 주제에 대해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생각 정리가 안되서 못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지금 막 생각이 정리되서 글을 쓰고 있는 것은 아니다. 결론적으로 나는 “평가는 하지 않는 것이 하는 것보다 좋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내가 이런 결론을 내기까지에는 많은 생각의 변화가 있었다.

평가를 하지 않는 회사의 면접 이야기

지난 1월이었나? 나는 제니퍼 소프트라는 회사에 면접을 본적이 있다. 제니퍼는 구성원 평가를 하지 않는 대표적인 회사고, 당시 대표 면접을 볼때도 평가를 하지 않는 회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 라는 비슷한 질문을 받은 건지 내가 물어본건지 정확히 기억은 안나지만,…어쨌든 평가에 대한 나의 생각을 얘기한 적이있었다.

당시 나의 기본적인 생각은 평가는 필요했다. 왜냐면 지난 5년간 나는 평가를 받는 시스템에 있었고, 그동안 나는 나름 괜찮은 평가를 받아왔었기 때문에 당연히 평가는 나에게 유리하다고 생각했었다. 따라서 평가를 통한 인센티브는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평가에 대한 합당한 인센티브라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현실을 요즘 다시금 깨달고 있다. 깨달고 있다라는 표현이 사실 맞는 표현인지는 모르겠다. 아무튼 1년전 이맘때 이직을 결심하게 된 수많은 결정적 이유중에 하나도 합당한 대우를 받지 못했다고 느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나는 나에게 합당을 대우를 해주는 곳으로 이직을 하겠다고 결심을 했는데, 하필 그 첫번째로 면접을 본곳이 제니퍼 소프트였던 것이다. 평가를 하지 않는 회사에서 나를 평가하고 합당을 대우를 해달라 했으니 당연히 합격할리 없다.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나 뻔한 결과였는데 불합격 소식은 약간의 멘붕을 가져왔다.

우수운 얘기지만 또다른 면접 질문으로 책을 많이 보느냐? 라는 질문을 받았고, 난 책따위 읽지 않는다. 라고 답했다. 푸하하하하,.. 지금 생각해보면 어찌나 이렇게 모법답안들을 피해가는지.. ㅋㅋ 준비가 안 된 상태였던 것은 분명하다.

인센티브의 달콤함과 씁슬함.

면접이야기는 여기서 각설하고, 나는 합당한 평가라는 것 자체가 불가능할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번도 해본적이 없었다. 제대로 평가했다면 나는 당연히 합당한 대우를 받을 것이라고만 생각했다. 나는 왜 합당한 대우만을 바랬던 것일까? 다음은 어느 책에서 읽었던 내용이다.

“즐겁게 일하는 사람에게 그 일에 대한 보상으로 돈을 쥐어다면,
그 사람은 돈을 받는 순간 그일에 대한 즐거움을 잃어버린다고 한다.
그만큼 보상은 그떤 즐거움보다 강한 동기부여를 제공한다.”

위 문장을 나에게 대입해봤다. 분명 나는 내가 하고 있는 일을 즐겼다. 입사초기엔 일하는 것이 즐거웠고, 일자체가 즐거웠으므로 야근 역시 달게 받아들였다. 그러다보니 저절로 보상이 따랐고, 한번 맛본 보상은 그야말로 끊을수없는 중독이 됐다.

언젠가부터 일의 즐거움보다는 보상을 위해 일을 더 열심히 했던것 같다. 보상이 강한 동기부여는 확실히 맞다. 하지만 또 언제가부터 일이 싫어질정도로 힘들었다. 지난 5년간 총 3번의 고비가 있었다. 모두 일을 그만두고 싶은 마음이었는데, 극도로 야근이 많았던 때였다. 그러다가 마지막 고비에서는 믿었던 보상 마저도 기대에 못미쳤다. 결국 나는 내가 좋아하는 직장과 일에 대한 흥미를 잃어버린 것이다. 그러면서 깨달은 것이 바로 평가는 좋지 않다라는 사실이다.  

다행히 지금은 또다른 재밌는 꺼리를 찾았다. 그리고 과거 1년보다는 훨씬더 많은 여유를 가지고 사색을 즐긴다. 책을 많이 읽어본 것도 마음의 여유와 생각의 깊이를 더하는데 도움이 됐다.

합당한 평가가 불가능한 이유

다시 주제로 돌아와서 그렇다면 회사는 왜 구성원들을 평가하는 걸까? 지금부터는 온전히 내 생각이지만,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이익 배분 때문이 아닌가 싶다.  오래전부터 나라가 큰일을 치르고 나면 논공행상을 하는데 회사도 수익을 내면 공을 나눠 가진다. 문제는 이 수익을 나눠 가질때, 소수의 사람들이 너무 많은 비율을 가져간다는 사실이다. 아마 가장 많이 가져가는 사람은 오너일테고, 그다음은 임원이라고 부르는 경영진들일 것이다. 그렇게 윗사람들이 큰 빵조각을 가져가면 남은 조각을 남은 사람들이 나눠가진다. 바로 여기서 부터가 문제다.

나는 빵은 N빵이 젤 좋다라고 생각하는데, ㅋㅋㅋ 아무튼 작은 빵을 N빵하면 부스러기가 된다. 부스러기를 보상으로 받기엔 너무 보잘것 없기 때문에 보통은 만족을 못한다.  있으나 마나한 이런 부스러기는 보통 티클모아 태산이라고 몰빵을 하고 싶은것이 바로 사람의 심리고 욕심이다. 부스러기는 받으나 마나지만 몰빵을 받으면 상황이 달라진다.  

혜택받은 소수들은 욕심으로 더많은 빵을 가지지만, 혜택받지 못한 다수들도 욕심에 몰빵을 인정한다. 이게 바로 지금의 보상시스템이다. 분배의 원칙에서 애초에 분배의 룰자체가 불공정한데 아무도 불만을 표시하지 않는다. 몰빵은 당연히 운빨이기 때문에 합당한 대우는 애초에 불가능할 수 밖에 없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남들보다 많이 받으면 합당을 대우를 받는다고 생각한다. 나도 그랬으니까.. 남들과 비교해서 내가 좀더 잘 받으면 잘 받았다고 생각한다. 반대로 내가 잘했건 못했건 간에 못받으면 불만이 된다. 결국은 불만이 나올수밖에 없는 보상 시스템인데 왜 이렇게 유지를 해야하는 걸까?

이유는 하나이지 싶다. 오너들이 욕심이 너무 많다. 그냥 우리 N빵 합시다. 하면 모두가 행복할 것 같은데, 내가 너무 쉽게 생각하는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내가 오너라면 반드시 난 N빵을 할 것이다. 만약 내가 먼훗날 N빵할 기회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N빵을 하지 않았다면, 이 글을 캡쳐해 놓고 따져도 좋다. (어디서 나오는 호기냐 이건? ㅋㅋㅋ)

평가를 이겨내는 방법

암튼 N빵을 하기위해선 두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첫째, N빵할 수 있는 수익이 나야한다.
둘째, 모든 구성원들이 N빵 정책에 동의해야한다. 즉, N빵 정책에 동의하는 구성원들로만 이루어져야한다.

첫째 조건이야 너무나 당연하지만, 둘째 조건에는 수많은 의견들이 있을수 있다. 나는 이 사람보다 더 많은 시간을 일하고, 더 많은 기여를 하고 있는데 나는 좀더 주시오! 라고 얘기 할수도 있고, 나는 너의 절친이잖아.. 쫌만 더 챙겨 줘라~ 응? 할수도 있고, 이 외에도 수많은 곁가지가 있을수 있다. 민주주의니까.. 하지만 난 이런저런 반대의견을 내는 사람들을 설득할 자신이 없다. 따라서 내가 인사권자라면 나는 그냥 내 의견에 동의하는 사람들만 뽑을 것 같다. ㅎㅎ 쉽게 생각하면, 난 내가 믿는 사람들만 뽑으면 된다.  

하지만 지금의 회사는 사람들을 잘 알고 가려 뽑을 수가 없다. 정부 정책에 따라 일정수의 머릿수를 채워야하는 이유도 가려뽑을수 없는 이유중에 하나일 것이다. 결국, 내가 생각하는 N빵의 조건은 현존하는 많은 회사에서 적용하기 어렵다. 응? 뭐지? 이 결론은… ㅎㅎ 씁슬한 결론이지만 현존하는 회사에서 평가는 어쩔수 없는 부분이다.  그냥 인정하고 운빨에 맡기던가, 포기하는 것이 나름 짧은 회사생활에서 얻은 깨달음이다. 아니면 그냥 평가를 하지 않는 회사를 다니거나 만들면 되겠다.


아직 못다한 이야기

평가라는 주제로 글을 쓸때 다루고 싶은 키워드로 교육평가 얘기도 있었는데,.. 쓰다보니 회사 평가 얘기만 했다. 졸려서 일단 이렇게 급마무리,..나중에 교육에 대한 평가도 꺼내야겠다. 교육얘기를 할대 얼마전에 본 학교관련 다큐도 꺼내보자.
 

5년간 정든 회사를 떠나다.

한참을 고민했다. 퇴사도 선택지에 있었지만 이번엔 이직을 선택했다.
이직 결심과 이직을 확정하기까지 대략 4개월이 걸린것 같다.

이력서를 써야겠다고 다짐하는데만 2주를 고민했다.
그리고 이력서를 쓰는데도 5일이 걸렸다. 그만큼 5년이란 시간은 적지않은 시간이다.
한해한해를 정리하면서 참 많은 일들을 했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직이라는 과정은 절대 쉽지 않다. 내가 그동안 쌓아온 이력을 증명하는 일! 그 자체가 스트레스다.
이미 설명하지 않아도 내 주변인들은 다 아는데, 나는 이걸 이직과정에서 증명해내야한다.
이력서 쓰는 것부터 프로그래밍 테스트, 인터뷰에 신체검사까지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한다.
최종 면접에서 떨어지기라도 한다면 엄청난 멘붕을 이겨내야한다.
이미 떠만 마음을 되돌리긴 쉽지도 않다. 한마디로 이직은 어렵다.

이렇게 힘든 이직의 고민을 안겨준 회사가 참 밉다.
정말 좋았었는데.. 그만큼 더 야속하고 밉더라.  
한편으론 이직의 고민을 하지 않아도 되는 공무원이란 직업이..
이래서 좋은거구나라는 생각도 해본다.  

어찌됐든 나는 왜 이직을 선택했는지 곰곰히 생각해봤다.
많은 이유가 있다. 딱 꼬집어 말하긴 어렵다. 복합적이다.

그리고 새로운 곳…
좋은 대우와 새로운 환경이라는 이유만으로 선택했지만,..
지금은 함께 일하게 될 동료들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또 무슨일을 하게될까?… 재밌겠지?
기대된다!
 

나는 왜?

어제 처음 모여 시작한 협동조합 스터디,..
최근 1년, 나의 인생관을 마구 뒤 흔드는 많은 사건들이 벌어지고 있다.  
그동안 끊임없이 고민해오면, 나의 질문…

“나는 왜 회사가 힘들까?”

뭐 육체적으로 힘들다는게 아니다. 그냥 회사일이 하기 싫은거다.
이유가 있을꺼다. 왜 하기 싫을까?

이 질문의 답이 너무나도 간단명료하게 정리됐다.
나의 가치관이 변했다.

입사초엔, 돈을 버는게 재밌었다.
돈을 벌기위해 최적화된 기업의 생리와 나의 가치관이 일치했다.
회사일도 재밌고, 돈도 주고, 또래들도 많고, 일석 3조? 그랬다.

그런데 어느순간부터 난 돈버는데 관심이 없어졌다.
돈버는 일은 나와 맞지 않나봐.. 라는 말이 내 입에서 간간히 흘러나왔다.
물론 그러면서도 돈은 잘 벌고있다. -“_-;;; 이 얼마나 아이러니인가?

나는 나의 재능이 보다 공익적인 일에 쓰여지길 바란다.
어쩜 나를 필요로 하고 인정해주는 곳에서 내가 쓰여지길 바라는지도 모르겠다.
지금의 회사는 아닌것 같다.